식품산업은 새로운 성장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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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습관을 바꾸자

세계 각국 전통음식 주요 전략산업으로 육성

메이필드 호텔 한식당 봉래정에서 수라간 궁녀 복장의 여종업원이 상을 차리고 있다. <박재찬 기자>

메이필드 호텔 한식당 봉래정에서 수라간 궁녀 복장의 여종업원이 상을 차리고 있다. <박재찬 기자>

세계가 음식산업을 성장동력화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음식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이처럼 전통 음식을 주요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은 그만큼 성장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4년 뒤 2011년 세계 식품산업의 규모는 약 65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외식시장의 규모는 그 절반인 3000조 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가 뒤늦게 ‘한식의 세계화’에 뛰어들어 음식의 전략산업화를 위한 실행 계획에 들어갔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올해를 ‘한식 세계화 원년의 해’로 규정하고 2013년까지 프랑스, 일본, 중국, 이탈리아, 다음 가는 음식산업 5대국 진입을 목표하고 있다. ‘세계인의 식탁에 한식’을 ‘대접’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자국 전통 음식의 세계화에 성공한 나라의 전략은 우리의 성공을 돕는 모델이기도 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일본과 태국 그리고 이탈리아다.

일본은 음식산업의 성장력에 대해 진작 눈뜬 나라다. 음식산업의 성장 전기는 1964년 도쿄 올림픽이다. 당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날 생선을 먹는 야만스러운 일본에서 어떻게 올림픽을 치를 수 있겠나”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서구 사회에서 날 생선은 사실 ‘기피 음식’이다. 음식산업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선호 음식 혹은 전통 음식은 생태·문화환경 속에서 적응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도쿄 올림픽이 열리기 이전까지 일본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서구인들로부터 ‘문화적 폄훼’를 받았던 스시를 세계적 ‘명품음식’ ‘고급 음식의 대명사’로 만든 건 바로 도쿄 올림픽이다.

일본 음식산업 문화산업과 접목
일본이 음식 세계화에 성공한 비결은 무엇일까. 일본은 음식산업을 중요한 문화산업의 한 테마로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일치된 의견이다. 일본 축제(마쯔리)가 음식산업 발전의 밑바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제는 세계의 공통된 문화코드다. 마쯔리와 음식을 접목, 축제와 음식문화를 통해 일본의 국가 이미지를 높이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전략이 주효했다는 얘기다. 거기에는 식품가공산업의 뒷받침이 있음은 물론이다. 최근 일본 음식 문화를 취재하고 돌아온 한 기자는 “일본 음식이 국제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은 관광산업과 음식산업이 조직적으로 연계된 세계화 전략 덕분”이라고 말했다.

왼쪽 _ 아카루이스시 생선회 정식. 오른쪽 _ 태국 음식점 ‘타이오키드’ 개장식에 탁신 당시 총리가 참석해서 태국 전통 샐러드인 얌을 시연하고 있다. <경향신문>

왼쪽 _ 아카루이스시 생선회 정식. 오른쪽 _ 태국 음식점 ‘타이오키드’ 개장식에 탁신 당시 총리가 참석해서 태국 전통 샐러드인 얌을 시연하고 있다. <경향신문>

이런 토대 위에 일본의 식품산업은 하나의 동력산업으로 대우받고 있다. 일본 음식산업의 성장은 눈부실 정도다. 일본푸드서비스협회 조사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5년 동안 일본 음식산업에서 고객 1인당 판매액과 매출액은 연평균 100% 내외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런 성장을 뒷받침한 것은 정부 정책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파격적일 뿐 아니라 매우 조직적이다. 일본은 2005년 ‘일식 인구 배증계획’을 발표했다. 6억 명의 일식 인구를 2010년까지 12억 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또 2006년 10월 시작된 ‘Try Japan’s Good Food(일본의 좋은 음식을 맛보세요)’ 사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일본 재외공관을 전진기지로 활용, 현지 상류층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특히 신흥 성장국의 상류층을 공략한다는 게 일본 음식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런 전략들을 통해 5년 뒤인 2013년까지 일본 농수산물 수출액을 1조 엔 규모로 확대하고 중국·프랑스에 이은 3대 음식 대국이 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음식 마케팅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개도국 중 태국 음식 세계화 가장 성공
태국은 전 세계의 개발도상국 중에서 음식 세계화 정책에 가장 성공한 나라로 꼽힌다. 태국 정부는 2001년 ‘Global Thai Restaurant Project’를 입안했다. 이어 2004년에는 태국 음식의 국제화를 위한 태국 음식 표준화 작업인 ‘Kitchen of World’라는 음식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태국 음식의 표준화, 자본투자, 모델화를 위한 일종의 정부인증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한마디로 ‘태국 음식의 맛은 한결같다’는 평가를 받기 위한 조치였다. 이를 위해 태국 정부는 1000만 달러의 투자기금을 조성했다.

이 사업이 구체화되면, 미국 업체와 프랜차이즈 계약을 통해 미국 전역에서 5년 동안 3000개의 태국 음식 레스토랑이 설립된다. 태국 정부는 이를 통해 연 20억 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계획을 추진한 지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았음에도 새우가 들어간 수프인 양꿍(Tom Yang Gung)은 독특한 맛과 향으로 세계 3대 수프 중 하나가 됐다. 그 결과 전 세계에 산재한 태국 식당은 6800여 개로 한국(3800여 개)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음식의 세계화에 따른 부가적 수입도 쏠쏠하다. 태국은 음식의 국제화로 식재료 산업이 같이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한국의 먹을거리 산업의 근본은 음식점업이다. 일류 호텔에서 한식당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전국적으로 일반 음식점은 2007년 9월 말 70만 개(2007년 말 현재)가 넘는다. 불과 5년 전인 2002년 53만4000여 개(음식업중앙회 조사 결과)보다 16만 개 이상 늘었다. 한마디로 생계형 음식산업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음식 표준화와 자본 투자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음식산업은 가파른 성장을 거듭했다. 식품산업은 통상 식품제조업과 외식업으로 분류되는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연간 매출액이 1992년 34조 원에서 2005년에는 100조 원을 돌파했다. 식품산업은 경제적 부가가지 창출이 가능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우수한 음식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김치는 지난해 미국 건강잡지인 <헬스(Health)>에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됐고 2005년 <뉴욕타임스>에 ‘한국 숯불구이는 입과 눈·코 그리고 손가락으로 즐기는 음식’으로 대서특필됐다. 우리 음식이 세계 일류 국가가 될 콘텐츠를 갖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가 세계 4대 강국에 우리 교민이 100만 명 이상 거주하고 있다. 우리 음식 세계화의 지원군도 견고한 셈이다. 문제는 문화와 경제가 결합하는 ‘컬처노믹스(Culturenomics)’로 이끌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치열한 노력이다. 이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김경은 기자 jj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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