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취소 ‘사기’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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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자면 일부 취소, 일부 장소변경이지만 그렇게 쓰면 구차해 보이니 그냥 공연취소라 하자.
벌써 두 번째다. 작년 이맘때는 윤도현밴드, 동방신기, 김영임+로열필이라는 어안이 벙벙한 기획으로 밀어붙이다가 전면 취소를 하더니 이번에는 또 예매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장소를 바꾸고 일부 공연은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명백한 사기다. 관객에 대한 ‘배려’는커녕 관객에 대한 최소한의 ‘약속’도 지키지 못한 것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티켓이 안 팔린다고 공연을 취소하는 것이 어떻게 이해되고 또 용인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이는 음식점에서 주문 받아놓고서는, 손님들 별로 없으니 장사 안 하고 문 닫겠다는 말과 같다. 쌍욕과 드잡이질이라도 벌여야 할 판국이라는 것이다.

공연 구성의 어이없음이나 기획단계에서의 문제는 그래, 전적으로 기획주체의 문제이고 그들의 선택이니 뭐라 할 문제가 아니라 치자. 하지만 장소변경과 공연취소는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연을 예매하고 기다리고 고대하던 관객들, 그들의 수고와 바람은 기획사가 책임지고 보상해야 한다.

공연취소나 장소 바꾸는 것쯤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식의 사고가 바뀌어야 한다.
공연산업의 규모가 축소되고 관객들이 줄고 있는 것이 월드컵 때문이라는, 무료공연과 이벤트 때문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변명이다. 물론 공연의 흥행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 볼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고 살림살이가 나아지면 관객들이 다시 공연장을 찾을 거라고 낙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공연이 취소되고 연기되고 변경되는 일을 겪은 관객들이 다시 공연장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마땅하다.

이번 ‘로열필’ 내한공연 출연자인 가수 신해철은 ‘공연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장소변경은) 차라리 잘된 일’이라고 말했다지만 이는 자칫 기획사를 비호하는 것으로 들릴 수도 있다.

명백한 것은 기획사는 예정된 공연장에서 취소나 변경 없이 완벽한 공연을 만들어 낼 의무가 있고 관객들은 공연을 즐길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공연기획자> tak05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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