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홍보대사 ‘인기보다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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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대사를 필요로 하는 곳은 대부분 비영리 단체다. 물론 비영리단체들도 빈부의 차가 커서 운영비만으로도 족히 홍보를 하고 남을 것 같은 단체도 있고 홍보는 아예 꿈도 꾸지 못할 단체도 있다.

문제는 돈 들여 홍보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이 열악한 단체들이야말로 홍보대사가 꼭 필요한 곳인데, 공익사업에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인지, 국가기관이나 메이저급 자선단체에만 쟁쟁한 연예인 홍보대사들이 몰리고, 정작 필요한 곳에는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운영도 빡빡하고, 다루는 사안들도 어렵거나 생소한 군소(群小) 비영리단체들은, 자신들의 활동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알리지 못하니 운영난을 겪게 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외형도 초라하고 사안도 생소한 일에 소매 걷어붙이고 돕겠다고 나서는 연예인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더구나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자선활동을 제외한 연예인들의 사회활동을 못마땅해 하는 우리사회의 기형적인 의식도 문제고, 그런 분위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연예인 역시 적지 않다.

여기에 시민단체들이 홍보대사에게 거는 기대와 위상에도 다소 문제가 있다. 물론 단체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활동을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고,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이미지 좋은 연예인들을 위촉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렇게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연예인들은 아주 드물거나 없다. 또 잘나가는 연예인을 홍보대사를 위촉했다고 해서 무조건 단체의 이미지가 제고되고 널리 알려지지도 않는다.

따라서 홍보대사 선정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유명세나 인기도가 아니라 우리 단체에 얼마만큼의 시간과 열정을 내어줄 수 있는지가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 소위 ‘잘 나가는’ 연예인이 아니라 ‘잘 참여해주는’ 연예인이 홍보대사로는 적합하다는 것이다.

찾기도 어렵고 모시기도 어렵고 모시고서도 활동하기 어렵다면 아무리 알 만한 연예인이라도 홍보대사로는 별로다. 관심과 열정 기본적인 이해가 있고 시간 잘 내주는 홍보대사를 찾는 것이 단체의 입장에선 최고의 홍보대사인 것이다.

<공연기획자> tak051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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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손찬은 중국 후한 말 북방민족들이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화북의 군벌이다. 오늘날 베이징 근처 유주를 근거지로 세력을 키웠던 공손찬은 백마의종이라는 막강한 기병대를 중심으로 황건적과 만리장성 넘어 이민족들을 토벌하며 군세를 넓혀갔다. 탁월한 군사적 재능을 갖췄으나 성품이 포악했던 공손찬은 폭정을 일삼으며 민심을 크게 잃는다. 왕찬이 기록한 <한말영웅기(漢末英雄記)>에 의하면 공손찬은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본다는 이유로 부하를 죽이는가 하면 유능한 관료들을 쫓아내고 점쟁이를 측근에 등용하는 등 막장 행각을 벌였다. 하루는 백성들 사이에서 덕망 높았던 관리 유우를 저자에 세워놓고 ‘네가 천자가 될 인물이라면 비가 내릴 것이다’라고 말한 뒤 비가 내리지 않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분개한 수만의 유주 백성들은 유우의 아들과 합세해 공손찬을 공격했고, 라이벌 원소와 이민족들까지 연합해 공격하니 공손찬은 고립무원에 처한다. 사방이 포위된 공손찬은 기주 역현에 거대한 요새를 짓고 농성에 들어가니 이 요새가 역경성이다. 자신의 남은 전력을 요새 건설에 쏟아부은 공손찬은 “300만석의 양곡을 다 먹고 나면 천하정세가 달라질 것이다”라고 말하고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향락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