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은 가수와 연출가와 관객이 만드는 것이다’라고 말은 하지만 사실 관객은 가볍게 여기기가 쉽다.
말이 좋아 관객이지 결국 내가 만든 공연을 보는, 지극히 수동적이며 연출 불가능한 부분일 뿐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불량한 관람태도와 공연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과 맞닥뜨리게 되면 ‘이따위 사람들 보라고 공연준비를 했나’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이쯤되면 관객은 정말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 좋은 공연을 만드는 한 축이라는 생각은 정말 개 풀 뜯어먹는 소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좋은 공연은 가수와 연출가와 관객이 만들어 내는 것이 맞기는 맞다. 같은 컨셉트의 공연을 반복해서 하다보면 똑같은 가수로 똑같이 연출해도 서울과 대전과 부산의 공연이 분명하게 다른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지난 주 서울 숙명여중·고의 100주년 기념공연은 관객들이 만들어 낸 성공적인 공연이라 할 만하다. 물론 여느 고등학교 축제와는 다른 출연진의 면면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그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그날 객석을 연출(?)한 그 학교 학생들의 열정이 공연을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학교의 개교 100주년이라는 가슴 벅찬 의미도 있었고, 내로라하는 국내 정상급라이브 뮤지션들도 출동하고, 학교에서 이런 록 콘서트를 기획하고 이런저런 준비를 맡은 선생님들의 열린 생각들이 있었고, 여기에 졸업한 동문들의 물심양면 후원이 있어서 애초부터 잘 될 싹수가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나름대로 적지 않은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했던 입장에서 그날 공연의 성공은 단연 학교 학생들의 공이다.
정연한 입장도 인상적이었지만 객석의 열기와 열정은 무대를 찜 쪄 먹고도 남음이 있었다. 라이브콘서트의 성공은 객석이 무대보다 뜨겁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된 셈이다.
출연했던 가수들도 대만족. 공연을 본 관객들도 만족스러웠다는 후문을 들으니 좋은 공연은 관객들만 만족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100년 만에 한 번인데 그 시간을 못 참고 민원을 쏟아낸, 잘사는 동넷분들의 이해심이다.
<공연기획자> tak051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