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4대강 사업은 위장된 운하사업”

대선주자 10인의 환경발언… “21세기에 운하로 국가경쟁력 높이는 건 타당성 없어”

■ 주간경향·환경재단 공동기획Ⅲ
저탄소 녹색정치가 열린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꾸준히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2006년 11월 6일 한나라당 대권주자로 거론되던 시절 손 대표는 자신의 싱크탱크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기념 세미나에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쟁자였던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사업을 비판했다. 당시 손 대표는 “(한반도 대운하는) 국토건설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가진 분만 내놓을 수 있는 계획”이라면서도 “70~80년대 권위주의적 리더십이나 몇 개의 산발적인 프로젝트로 선진복지국가를 만든다는 것은 환상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대표가 된 작년 10월부터는 연말까지 매주 한 번꼴로 4대강 사업을 비판했다. 작년 10월 17일에는 당 지도부와 경기도 남양주시 팔당 유기농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4대강 사업은 누가 보더라도 위장된 운하사업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천성산 고속철 공사 논란 때 100일간 단식에 들어간 지율 스님을 직접 만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점이 평가받았다. 2004년 8월 25일 당시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었던 문 이사장은 지율 스님의 농성장을 찾아가 “정부 정책을 나무라더라도 단식을 풀어달라. 지율 스님의 환경철학을 존중해 환경영향평가 제도개선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2007년 6월 20일에는 “(한반도 대운하의) 경제적 효과가 어떨지 모르겠는데 잘못 판단한 것이라면 강행될 경우 엄청난 재앙이 될 수 있는 굉장한 정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는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시절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했으며,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4대강 사업을 강력히 비판해 왔다.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이던 2009년 11월 26일에는 4대강 사업 관련 대담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합리적 설명은 불가능하고, 유일하게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이 있다면 국민의 혈세를 토목 건설업자에게 퍼주기 위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만금 사업에 대해서는 2007년 9월 4일 한 기자회견에서 “물막이 공사가 끝난 새만금에 대해 더 이상의 논란은 불필요하다”며 “100개의 골프장과 콘도, 마리나 시설 등이 들어서는 레저 파라다이스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4대강 사업과 한반도 대운하에 비판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 정 최고위원은 당 대선 예비후보였던 2007년 6월 7일 한 간담회에서 “운하를 파서 환경을 파괴하고 낡은 시대로 돌아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인 올 3월 28일에는 “정부는 여기에서 분명한 교훈을 얻어 위험천만한 원전 확대정책을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며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등을 주장했다. 반면 열린우리당 의장이던 2006년 4월 24일에는 전북 군산시에서 열린 새만금 방조제 완공기념 축제에서 “중국에 만리장성이 있다면 한국에는 새만금이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여권 대선주자 중에서 가장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박 전 대표는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침묵했지만 한반도 대운하에는 적극 반대했다. 한나라당 대선 경선후보 시절이던 2007년 5월 29일, 대선 경선후보 정책토론회에서 “21세기에 그런 운하를 파서 국가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타당성이 있느냐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으며, 대선 이후에도 “대운하에 대한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새만금 사업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2007년 3월 7일 전주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중동의 두바이처럼 새만금에 열정을 쏟고 뒷받침한다면 동북아의 진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민주당 전 대표는 한반도 대운하와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작년 3월 22일 최고위원회에서 정 전 대표는 “금수강산 맑은 물이 탁수강산이 될 지경이다. 4대강 사업의 성과도 없을 뿐 아니라 내용에 있어서나 우선순위, 추진과정 등 모든 것이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원자력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장관이던 2006년 4월 28일에는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신월성원전 기공식에서 “최근 전세계적으로 20년간 침체됐던 원자력발전이 부활하고 있다. 원자력시설은 이제 번영과 희망의 씨앗이자 지역의 자랑이 될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대표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해서는 적극 반대했으나,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이던 작년 10월 28일 기자회견에서 “선진당은 4대강 사업이 ‘대운하의 전제’란 의혹 때문에 원칙적으로 반대했지만 해당지역 주민들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탄력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는 원자력 안전기준 상향을 주장했다. 이 전 대표는 올 3월 18일 당 5역회의에서 “원자력 에너지 활용은 불가피하다. 다만 원전의 안전기준을 재검토해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현재 새빛둥둥섬 모피쇼와 수천억원대의 토목예산 등으로 논란을 빚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2008년 12월 28일에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경인운하와 4대강 정비사업은 환영한다. 한강 르네상스가 있으므로 4대강 정비사업을 통해 한강도 정비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올 2월 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토목사업이 아니라 서민사업이라 해야 맞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 국회의원이던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새만금 방조제 사업에 앞장서서 반대했다. 2003년 6월 13일에는 “새만금 사업은 애초에 책임있는 사람들이 미봉책으로 일관했기 때문에 문제이며, 노무현 대통령도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과감히 중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몽준 한나라당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부터 꾸준히 4대강 사업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피력해 왔다. 작년 1월 3일 부산을 방문한 정 전 대표는 “4대강 사업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고 이상하게 보는 경우가 있는데 내후년까지 진척하면서 직접 보면 필요성을 인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선 다른 자리에서 “학자들도 판단에 시간이 걸리는데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3월 22일에는 기고문을 통해 “굳이 한 지역에 밀집해서 원전을 건설할 필요는 없다”며 “신고리 원전사업은 반드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 4대강 사업과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모두 적극적인 찬성 입장을 여러 차례 피력했다. 작년 6월 29일 실·국장회의에서 김 지사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팔당 유기농가와 종교계는 남의 물통에 농사짓는 꼴이다. 말도 안 되는 선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는 2008년 1월 20일 독일에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물류난 해결은 물론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모티브를 제공할 것”이라며 “지금 운하를 반대하는 논리가 과거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할 당시의 논리처럼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