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대선주자 녹색성적 1위는 손학규

지난 10년간 발언·행적 평가… 김문수 1.38점으로 ‘꼴찌’

■ 주간경향·환경재단 공동기획Ⅲ
저탄소 녹색정치가 열린다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계기로 <주간경향>은 환경재단과 공동기획으로 세 차례에 걸쳐 특집기획을 진행했다. 첫 번째 주제는 ‘환경이 밥먹여준다’, 두 번째 진행한 특집은 그렇다면 이 미래가치를 구성하는 원동력, 에너지원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에 대한 진단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이것이다. 이 새로운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이냐는 것이다. 누가, 또 어떤 프레임으로 녹색미래를 열어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바로 녹색미래를 만들어갈 ‘사람’에 대한 물음이다. <편집자 주>

<주간경향>과 환경재단은 현재 2012년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정치권 인사들 10명의 지난 10년간 발언과 행적을 모았다. 언론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종합검색 시스템인 미디어가온을 통해 각 후보자들이 직접 발언한 내용을 모으되, 그밖의 행적(ex. 관련 행사 참석)과 관련해서는 포털 뉴스검색을 통해 보완했다. 대선후보 10인의 명단은 조사일 기준으로 가장 최근에 진행된 지난 6월 3일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한국일보·동아시아연구원 의뢰)를 참조해 작성했다. 기간을 10년으로 설정한 이유는 성격을 달리하는 두 정권에 걸쳐 여야 경험을 교대로 가진 정치인들이 각 정권의 주요 환경이슈(ex. 새만금, 천성산, 4대강, 원전)에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주간경향>이 조사한 발언 및 행적 자료를 바탕으로 다시 14명의 환경 관련 학계·시민사회·언론계 오피니언 리더에게 평가를 의뢰했다. 점수는 이들 전문가가 각각 매긴 점수를 합산, 평균해 산출한 결과다.

‘대선 주자 10인의 녹색 성적표’는 과연 어땠을까. <주간경향>과 환경재단이 의뢰한 점수는 0점에서 5점 사이였다. 0점을 ‘반환경’(F), 5점을 ‘친환경’(A+)으로 놓고 <주간경향>이 취합한 과거 발언·행동자료를 참고자료 삼아 각자가 점수를 매겼다. 가장 최고점을 받은 인사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다. 3.69점이다. 학점으로 친다면 B학점이다. 가장 최저점을 받은 인사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1.38점이다. 학점으로 환산한다면 D- 또는 F에 가깝다.

정치권의 환경 관련 발언은 전반적으로 불신을 받았다.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갈무리한 발언 목록들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발언에 진정성이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환경에 대한 진정성보다는 당리당략에 따라 시류에 맞춰 입장이 표변한 경우가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신랄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4대강’과 ‘원전’에 대해 보여준 태도가 평가점수를 갈랐다. 한나라당 또는 여권정치인 대부분이 이와 관련한 발언과 행동에서 점수가 깎였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지난 2010년 10월 11일 무료일간지 ‘AM7’과의 인터뷰에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4대강은 일주일에 한 번씩 보고를 받고 있다. 수질이 좋아지고, 홍수가 안 나고, 관광수입이 생기고, 발전에 따르는 부수입도 생기며, 생태계가 더 다양해지고, 땅값 올라가고, 동네 장사가 잘 되고…, 안 할 이유가 없다. 우리로선 대환영이다.”

발언에 대해 1점을 준 한 평가위원은 “(발언 내용을 보면) 김문수 지사는 생태맹(盲)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인운하 타당성은 이미 검증되었다”는 발언과 관련해 이 평가위원은 “경제적 타당성이 없는 사업에 대해 국민을 속이는 정치인”이라고 혹평했다. 야권 관련 인사들의 점수를 깎은 주요 이슈는 ‘새만금’과 ‘원전’이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 최고위원은 지난 2009년 12월 28일 UAE 원전 수주와 관련, “우리나라 원전 역사상 획기적인 쾌거이며 국민에게 희망이 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는 논평을 내 비판받았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이번 ‘녹색성적’ 조사에선 5위에 그쳤다. 한 평가위원은 “대운하 사업이 아니라면 현재의 4대강 사업은 괜찮다는 인식이나 새만금·원자력에 대한 인식은 개발지향적이며 반환경적”이라면서 “무엇보다도 환경 쟁점 관련 인식을 보여주는 발언이 많지 않다는 것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평했다.

각각 1위와 꼴찌를 한 손 대표와 김 지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전·현직 경기도지사다. 경기도지사를 역임할 당시 손 지사가 내놓은 정책이 모두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었다. 김 지사도 팔당 유기농 철거 등으로 비판을 받지만, 나름대로 친환경 행보로 평가받는 대목도 있다.

2012년 대선까지는 앞으로 1년 넘게 남아있다. ‘녹색성적’ 점수 역시 고정된 것이 아니다. ‘친환경 녹색레이스’에서 보다 좋은 점수를 받는 것은 앞으로 정치인 각자의 몫으로 남는 과제다.

1위 손학규·꼴등 김문수 반응

대선주자 녹색성적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 측은 “경기도지사 시절 활동이 반영된 것 같다”며 기뻐했다. 민선 3기 경기도지사 시절(2002년 7월~2006년 6월) 핵심적인 환경정책은 ‘안양천 살리기’였다. 안양천을 되살리기 위해 토건사업이 아닌 생태복원 차원에서 접근을 했다.

안양천에 철새가 다시 오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도 복원된 안양천을 방문할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야당 대표가 된 후에도 ‘사람과 환경’을 정책의 중심에 놓고 있다. 이런 철학 때문에 대규모 토목·건설사업이 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것이다. 손학규 대표는 “좋은 평가를 받아서 기쁘다”면서 “앞으로도 사람과 환경을 중심으로 하는 정책을 펼칠 예정”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김문수 경기도지사 측은 “4대강 사업에 찬성을 한다고 핵심적인 환경정책이 평가를 받지 못한 것 같다”면서 “김 지사는 어느 정치인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최우영 정책보좌관은 “민선 4기 때 팔당 수질개선본부를 만들어 팔당 수질을 개선하는 성과를 냈다”면서 “이때 팔당의 수질이 가장 좋았다”고 설명했다. 오염하천의 대명사였던 경안천(남한강 지류)을 살린 것도 김 지사의 핵심적인 환경정책으로 내세운다. 최 보좌관은 “경안천의 BOD(생화학적 산소요구량) 수치가 대폭 낮아진 것은 이런 정책 때문”이라며 “김 지사가 환경관리기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동안 환경규제 방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환경 파괴로 평가 받는 것 같아 아쉽다”고 해명했다.

최영진 기자 cyj@kyunghyang.com

■ 대선주자 10인 녹색성적표
1위 손학규 (3.69)

2위 문재인(2.69)

3위 유시민(2.58)

4위 정동영(2.46)

5위 박근혜(2.35)

6위 정세균(2.31)

7위 이회창(2.23)

8위 오세훈(2.19)

9위 정몽준(1.84)

10위 김문수(1.38)

■ 2012년 대선후보 녹색성적표 및 녹색정치인 조사
○기획
최열 환경재단 대표
신동호 주간경향 선임기자
이미경 환경재단 사무처장
정용인 주간경향 기자

○자료조사
백철 주간경향 기자

○진행
박송이 주간경향 기자, 윤미경 환경재단 부장

○녹색정치인 조사진행
이철재 환경연합 정책국장
최영진 주간경향 기자

○조사기간 2010년 6월 14~16일

○조사방법 이메일을 통한 전문가 여론조사

■ 평가위원 14인 명단 (가나다순)
김종남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박수택 SBS 논설위원
신동호 경향신문 주간경향 선임기자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윤준하 서울시 녹색서울시민위원회 공동위원장
윤호우 경향신문 주간경향 편집장
이미경 환경재단 사무총장
이창현 국민대학교 언론정보학부 교수
장재연 아주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
지영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최열 환경재단 대표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황상민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