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녹색당 이번에는 생길까

2012년 총선·대선 앞두고 창당 논의 본격화

■ 주간경향·환경재단 공동기획Ⅲ
저탄소 녹색정치가 열린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한국에는 왜 녹색당이 없느냐는 것과 녹색당 언제 만드느냐는 질문이다. 한국에 녹색당이 한 번도 없었던 건 아니고, 2002년 지방선거를 즈음하여 녹색평화당이라는 이름으로 녹색연합 주축으로 생긴 적이 있었다. 선거가 끝나고 해체되었다.

한국에서 환경운동이 일정한 흐름을 만들게 된 계기는 반핵운동과 새만금 간척사업 때의 생태운동이다. 사진은 지난 2003년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대하며 3보 1배를 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회원들 . |정지윤 기자

2002년 지방선거에서 환경운동연합 등 활동가들이 기초의원으로 일부 당선이 되면서, 녹색당을 만들자는 흐름이 한 번 있었다. 녹색정치준비모임을 거쳐 초록정치연대라는 창당 준비기구까지 갔었는데, 2006년 지방선거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결국 해체되었다.

녹색당 창당땐 영향력 높게는 5%
한국에서 환경운동이 일정한 흐름을 만들게 된 계기는 주요한 것으로 반핵운동과 새만금 때 모였던 생태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기존 정당은 물론 복지 등 새로운 의제를 제기하는 어떤 정치집단도 새만금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생각하고 있는 곳은 없다. 민주당도 생태 문제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한나라당과 많이 다르지는 않다. 많은 활동가들이 민주당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진보신당에 도움을 주기도 했지만, 이런 흐름만으로는 원전 정책을 종식시키거나 새만금 해수유통과 같은 정책을 추진할 수는 없다는 문제의식들이 한국에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렇다고 일부 활동가들의 열정만으로 당을 만들기가 어렵고, 녹색정치라는 흐름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르는 동안, 후쿠시마 원전 사고라는 중대한 사건이 생겼다. 환경운동연합의 중앙회원이 1만 명 가까이 되고, 전국적으로는 5만명이 넘는다. 시민단체의 활동만으로는 더 이상 한국의 생태적 전환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최근 급격히 높아졌다. 게다가 지난 10년 동안 생활협동조합 등 생협운동이 학교급식과 광우병 사태를 거치며 급격히 성장하면서 조합원만 거의 50만명에 가까운 변화가 일어났다.

한국 반핵운동의 대모라고 할 수 있는 김혜정 전 환경운동연합 총장, 4대강을 반대하며 이포보에 올라갔던 염형철 서울환경연합 처장 등을 중심으로 녹색당 창당 논의가 2004년 이후로 가장 뜨겁게 진행되는 중이다. 여기에 최근 독일 녹색당이 주의회 선거에서 1당으로 올라서는 국제적 변화가 창당 흐름에 순풍을 몰고가고 있다. 한국에서 창당하면 녹색당의 영향력을 작게는 2% 정도, 높게는 5% 정도로 본다. 적록연정과 같은 연정 전략이 아직까지는 녹색당의 주요 전략이었는데, 이 작은 비율을 가지고 유럽의 녹색화를 주도했던 녹색정치가 한국에서도 본격가동될 것인가?

‘원전 셧다운’을 독일, 일본 등이 준비하고 있는 지금, 반전과 생태, 그리고 평화와 같은 기치를 내건 가치정당이 생겨날지, 한국의 환경운동은 지금 중대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환경단체의 힘만으로는 국가를 바꿀 수 없다는 지난 10년간의 경험이 많은 활동가들을 정치의 길로 이끄는 셈이다. 생태운동은 ‘끼어들기’ 전략에서 ‘새판짜기’ 전략으로 지금 전환 중이다. 이번에는 녹색당이 생길까?

우석훈 <2.1 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