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특집]“탄소 배출에 비싼 비용 부과해야”

글로벌 ‘350운동’의 창시자 빌 맥키벤과 환경재단 최열 대표 이메일 대담

■ 주간경향·환경재단 공동기획Ⅲ
저탄소 녹색정치가 열린다

2009년 10월 24일, 지구촌 곳곳에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환경캠페인이 벌어졌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파리 에펠탑, 뉴욕 타임스퀘어, 중국 만리장성, 인도 타지마할, 히말라야산, 남극대륙…. 이날 동시에 이뤄진 행사만 5200개. 참석자들이 한 일은 ‘350캠페인’(이산화탄소 농도를 현재의 390ppm에서 350ppm으로 줄이자는 운동)을 알리는 다양한 포즈의 단체사진을 찍은 게 전부.

전세계 188개국이 참여하는 세계적인 기후변화 운동 350.org의 창시자이자 미국을 대표하는 환경운동가 빌 맥키벤. |nancy bettaglia

하지만 이 운동의 파급력은 무섭다. 온라인(350.org)을 통해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자발적으로 이를 퍼 나르고, 기후변화 방지운동에 동참했다(지금도 수천 장의 350 사진이 온라인을 휩쓸고 있다). 전 세계 188개국이 참여하고, 앨 고어와 남아공 투투 대주교(노벨평화상 수상자) 등 저명인사와 수백 개의 환경단체가 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지금이 40년전보다 4% 더 습하다”
SNS를 통한 새로운 형태의 환경운동을 만든 이는 빌 맥키벤(Bill Mckibben·51). 20년 전인 1989년 ‘지구의 종말’이라는 저서에서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최초로 경고한 인물이다. 한국을 대표해서 ‘350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환경재단 최열 대표가 미국 버몬트주에 살고 있는 빌 맥키벤과 지난 6월 9일 이메일로 대담을 나눴다.

최열 최근 일본에서는 쓰나미로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고, 미국 중부지역에서는 토네이도로 300명 넘게 실종되거나 사망했다. 20년 넘게 기후변화 문제를 연구해온 전문가로서 최근의 심각한 자연재해를 어떻게 보는가.

빌 맥키벤 (온난화로 인해) 지구가 더 따뜻해졌다. 우리를 감싸고 있는 대기에 에너지가 더 많아진 것이다. 따뜻한 공기는 차가운 공기보다 수증기를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의 대기는 40년 전보다 4% 정도 더 습하다. 폭풍우가 전보다 강력할 수 있다. 다른 현상들도 영향을 받는다. 더 많은 가뭄, 홍수, 해수면 상승 등이 일어나고 있다.

최열 나는 1970년대 후반 환경운동을 시작해 35년 동안 환경위기를 주장해왔다. 당시에는 다들 “미쳤다”는 반응이었다. 불과 수십년 만에 이제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공감하지 않는가. 그럼에도 기후변화 문제는 더 심해지는 것 같다. 당신이 생각하는 문제 해결의 열쇠는 무엇인가.

빌 맥키벤 화석 연료에 기반한 산업체들이 변화를 막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유한 산업체들이고, 변화를 막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다. 우리가 탄소에 대해 상당한 비용을 매긴다면, 매우 빠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만약 화석 연료 기반 산업체들에 대항해 이기지 못하는 이상, 우리는 아주 커다란 움직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350을 하는 것이다.

“개인변화와 정치적 변화 모두 필요”

국가, 인종, 나이, 장소를 불문하고 전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350 운동.

최열 빌 맥키벤씨는 2007년부터 ‘스텝 잇 업(Step it Up·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 80% 삭감을 요구하는 운동)’ 캠페인과 ‘350.org’ 운동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오고 있다. 스텝 잇 업은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의 지지를 얻었고, 350은 현재 188개국 시민들이 참여하는 글로벌 운동이 되었다. 350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빌 맥키벤 전문가들만으로는 이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풀뿌리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350이라는 숫자를 선택한 것은 과학자들이 2008년에 350ppm까지가 대기에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는 탄소의 양이라고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숫자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전달될 수 있다. 나는 한글을 읽을 줄 모른다. 하지만 ‘350?은 서울과 샌프란시스코에서 똑같이 쓰이지 않나.

최열 환경재단은 작년 11월부터 ‘350 KOREA’ 이름으로 이 운동을 펼치고 있다. 작년 연말 대규모의 ‘콘서트 350’을 개최해 350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올 4월에는 서울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350인의 사진·동영상 촬영 캠페인을 벌이는 등 350운동을 문화적인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에선 정치인을 타깃으로 하는 운동이 많다. 정치의 변화를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인가.

국가, 인종, 나이, 장소를 불문하고 전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350 운동.

빌 맥키벤 개인에 의한 변화와 정치적 변화가 모두 필요하다. 국내외 정치인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피해 복구를 위해 탄소 배출에 높은 가격을 매긴다면 모를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안에 변화를 가져다줄지 의문이다. 물론 나는 당신이 예술을 통해 환경운동의 필요성을 전달하려는 점이 매우 기쁘다.

지금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는 ‘우리는 왜 셰로드 브라운 의원을 뒤쫓는가?’라는 포스터를 자전거에 매달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기후변화 대책에 역행하는 법안에 투표한 셰로드 브라운 의원을 비판하기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 행보다. 이들은 운동 후원금도 온라인 메시지와 SNS를 통해 모금하고 있다.

최열 최근 미 서부 해안 워싱턴주에서 시민 800명이 참석한 ‘스톱 더티 콜(Stop Dirty Coal)’ 집회에 참석했는데, 미국의 경우 350 운동의 구체적인 성과가 무엇인가.

빌 맥키벤 워싱턴 주에 미 대륙 중앙에서부터 중국까지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한 매우 큰 규모의 새 항구가 만들어질 계획이다. 우리는 건설 계획을 막으려 하고 있다. 아시아와의 교류로 인한 경제적 이득을 몰라서가 아니라 석탄이 땅 밑에 안전하게 보존되고, 더 이상 대기를 오염시키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움직이는 지구, 대규모 행사 준비”
최열 350운동은 기존 환경운동과 달리,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환경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이 운동의 의미와 한계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명동에서 <김제동이 벗어야 지구가 산다>에 참여한 350명의 시민과 함께한 김제동. |환경재단

빌 맥키벤 모든 운동은 그 시대의 유용한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고 믿는다. 불과 10년 전까지도 국제적인 환경운동이 벌어지기는 힘들었던 것 아닌가. 그리고 ‘재미’는 모든 운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오는 9월 24일에 우리는 ‘움직이는 지구’(Moving Planet)라는 대규모의 세계적인 행사를 마련할 것이다. 그 행사의 대부분은 자전거에 기반하고 있다. 자전거는 (기후변화의) 해결책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고, 가난한 사람이나 부자 모두가 사용하는 몇 안 되는 기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재미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운동에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최열 끝으로 한국에 초청해 강연과 350 퍼포먼스를 함께 하고 싶다. 꼭 한번 한국을 방문했으면 좋겠다.

빌 맥키벤 한국을 방문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부디 그런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

한국을 대표하는 장소인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진행한 <350 Korea 사진 퍼포먼스>. |환경재단

빌 맥키벤은 누구인가

“세계 최고의 녹색저널리스트”, “미국을 이끄는 환경운동가”. 각각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s)’과 2010년 ‘보스턴 글로브’가 붙인 그에 대한 수식이다. 하버드대 학보 ‘크림슨’ 편집장 출신인 빌 맥키벤은 ‘뉴요커’ 기자로 근무하면서 1980년대부터 환경문제에 관한 글을 써왔다. 1989년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불러올 지구의 위기를 경고한 ‘자연의 종말’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고 이후 ‘실종된 정보의 시대’ ‘딥 이코노미’ 등 15권의 책을 저술했다. 현재 미들베리 대학 연구자로 버몬트주에서 가족과 함께 살면서, 글로벌 350캠페인을 이끌고 있다.

한국의 350 캠페인은 환경재단이 이끌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콘서트350>, 명동 거리 한복판에서 펼친 <김제동이 벗어야 지구가 산다>, 남산골 한옥마을의 <350 Korea 사진 퍼포먼스>를 비롯하여 다양한 문화행사와 퍼포먼스를 펼쳐 350을 알리고 있다.

<정리=환경재단 기지혜 prcc@greenfund.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