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독스-뚝심 있는 홍콩 액션영화의 현재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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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속편으로 홍콩 액션영화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인 <파라독스>에서 역시 전편과 과거 홍콩영화 전유의 특성들이 변함없이 이어진다.

(주)영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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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파라독스 (殺破狼 貪狼/ Paradox)
제작연도 2017년
제작국 홍콩, 중국
러닝타임 99분
장르 액션/ 범죄/ 드라마
감독 엽위신
출연 고천락, 오월, 토니 쟈, 임가동
개봉 2018년 6월 21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80년대 문화를 추억하며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홍콩 느와르’다. 홍콩 느와르 영화를 대표하는 <영웅본색> <첩혈쌍웅>이나 무협, 판타지, 공포, 코미디가 혼재된 멜로영화 <천녀유혼> 등은 80년대 홍콩영화 전성기를 대표하는 전설로 회자된다.

하지만 자기복제와 무분별한 생산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한 홍콩의 영화산업은 1997년 홍콩 반환을 기점으로 사실상 개점폐업 상태를 맞는다. 이후 꾸준한 노력으로 열혈골수팬을 양산한 코미디의 귀재 ‘주성치’가 주연·감독한 일련의 영화들이나 <무간도>로 대표되는 포스트 홍콩 느와르 개열의 작품들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엔 역부족이었다. 관객들의 관심은 사라졌지만 홍콩영화는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국내에는 영어 제목인 <파라독스>로 소개되는 이 작품의 원제는 <살파랑 탐랑>(殺破狼 貪狼)으로, <살파랑>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하지만 각각의 시리즈가 다른 주인공과 별개의 내용을 다루고 있으므로 앞선 두 편에 대한 부담은 접어도 좋다.

홍콩 액션영화의 대표작 <살파랑>의 최신작

2005년 공개된 <살파랑>은 국내에는 <엽문> 시리즈로 알려진 엽위신 감독과 주연 및 무술감독을 겸한 견자단이 공동감독을 맡은 작품이었다.

견자단을 비롯해 홍금보, 임달화, 현재는 <특수부대 전랑> 시리즈의 큰 성공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국의 감독 겸 배우 오경 등 쟁쟁한 캐스팅으로도 화제가 되었던 이 작품은 3주간 홍콩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홍콩 금상장 무술감독상, 홍콩 영화비평가협회 최우수작품상과 도쿄 필름엑스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는 등 비평면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얻어냈다.

정식 개봉은 없었지만 DVD, 블루레이 발매와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국내에도 소개되며 국내 팬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얻기도 했다.

10년이나 지난 2015년 제작·공개된 속편 <살파랑 2: 운명의 시간>은 이듬해 국내에서도 개봉했다. 임달화·오경 등 전편의 주요 배우들이 캐스팅되고 여기에 고천락과 <옹박>으로 알려진 태국배우 토니 쟈가 합류했는데, 전편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1편에 비해 밀도는 떨어지지만 시간이 지난 만큼 더욱 현란한 액션과 볼거리가 포인트인데, 후반부에 등장하는 장기밀매 조직이 북한 사람들로 설정되는 바람에 간간이 들리는 한국말이 반가우면서도 낯설다.

<살파랑>과 <살파랑 2: 운명의 시간>은 한동안 잊고 있던 홍콩영화 특유의 장단점을 상기시키는 작품이다. 억지스럽다고 생각될 정도로 무리한 전개와 과잉으로 점철된 인물들의 감정은 수시로 돌출되어 보는 이에게 닭살을 돋게 만든다. 하지만 작품의 중요한 포인트가 현란한 액션인 만큼 보통의 영화라면 용납하기 힘들 이런 폼생폼사 사나이들의 똘기와 허세가 이 안에서만큼은 어느 정도 설득력을 부여받는다.

세 번째 속편으로 홍콩 액션영화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인 <파라독스>에서 역시 전편과 과거 홍콩영화 전유의 특성들이 변함없이 이어진다.

말초적 액션과 광기의 홍콩판 <테이큰>

홍콩 경찰 리(고천락 분)는 최근 격한 대립 후 해외여행을 떠났다가 실종된 딸을 찾아 태국으로 향한다. 현지 경찰 초이 킷(오월 분)과 탁(토니 쟈)의 도움으로 점차 의문에 다가서지만 예상보다 거대한 음모와 마주치게 된다.

언뜻 세계적 흥행을 기록한 리암 니슨 주연의 <테이큰>을 연상시키는 줄거리지만 1편과 이후 <엽문> 시리즈로 입지를 굳힌 엽위신 감독이 다시 메가폰을 잡은 때문인지 <파라독스>는 <살파랑> 1편에서 보였던 비장하고 암울한 기운이 더 강하게 배어 있다. 세 편 모두 개별적 내용이지만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요소들이 있다. 어린 소녀와 아버지의 관계, 그리고 고층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인물이 그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또 하나는 홍콩영화에 기대하게 되는 액션에 있어서만큼은 충분한 만족을 안기는 작품들이라는 점이다. 특히 <살파랑> 1편의 영화 후반에 등장하는 골목 대결과 피날레를 장식하는 홍금보와 견자단의 대결은 아시아 영화 최고의 액션 중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아직까지 높이 평가받고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파라독스> 역시 작품 내내 뿌리를 흔드는 느슨한 전개와 개연성은 치명적이지만 적어도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거친 분위기와 역동적 액션의 합만큼은 홍콩영화의 저력, 또는 뚝심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만든다.

등려군의 대표곡 ‘월량대표아적심’

[터치스크린]파라독스-뚝심 있는 홍콩 액션영화의 현재진행형

영화 <파라독스>에 중요한 모티브로 사용되고 있는 하나가 등려군이 부른 노래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이다. 영화 속 중국계 태국 경찰로 등장하는 초이 킷의 아내가 아버지를 위해 부르는 노래로 등장하는데, 단순히 부녀가 공유하는 교감의 매개체를 넘어 극 전체의 주제와 분위기를 은유하는 사실상 주제가 역할을 하고 있다.

1953년 대만 출생으로 90년대 중반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던 등려군은 대만, 홍콩,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일대에서 인기를 누렸다. ‘아시아의 가희(歌姬)’라는 칭호를 얻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는데, 유명세만큼이나 크고 작은 스캔들에서도 자유롭지 못했던 데다 1995년 42세의 아직 이른 나이에 사망해 많은 팬들을 더 큰 슬픔과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에 비해서는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꽤나 낮은 편이다.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는 1997년 봄 개봉한 진가신 감독의 멜로영화 <첨밀밀>의 주제곡으로 그녀의 대표곡이라 할 수 있는 ‘월량대표아적심’이 사용되며 잠시 주목받았고 현재까지도 사실상 국내에 알려진 그녀의 유일한 곡이 되었다. 영화 <파라독스>

안에서는 오리지널이 아닌 다른 편곡의 음악이 사용되지만 그때를 기억하는 관객들에게는 다시 들리는 그녀의 노래가 더욱 반가울 수 있을 것이다.

대스타였던 만큼 등려군 자신이 다수의 영화에 직접 출연도 했지만 많은 영화 속에서 그녀의 노래들을 들을 수 있다. 심지어는 2008년 마테오 가로네 감독이 연출한 이탈리아 사회고발극 <고모라>(Gomorrah)에도 그녀의 노래 ‘소성고사(小城故事)’가 삽입되었다.

이 중 상당수는 그냥 배경으로 흘러 지나가는 삽입곡이 아닌 작품의 주제를 보완하는 주제가로 비중 있게 쓰였는데, 최근에는 국내에도 확고한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태풍이 지나가고>에서 그녀의 일본어 가창곡 ‘이별의 예감(別れの予感)’이 등장인물들의 아린 심경을 인상적으로 대변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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