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 다큐 독립 영화 <가현이들> 만든 윤가현 감독 “아르바이트도 정당한 노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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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 사람]부당해고 다큐 독립 영화 <가현이들> 만든 윤가현 감독 “아르바이트도 정당한 노동이다”

2014년 9월 가톨릭대 법학과를 다니던 이가현씨(24)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맥도날드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다음 날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서강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던 또 다른 이가현씨(25)도 아르바이트를 하다 액세서리 판매점인 레드아이의 부당한 노동환경을 고발했다. 이씨 또한 해고당했다. 윤가현 감독(26)은 두 명의 가현이가 부당해고에 맞서 투쟁하는 과정을 영상에 담았다. 지난 9월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가현이들>이다. 윤 감독은 “아르바이트생도 노동자인데, 이들의 해고는 정규직이나 계약직 노동자에 비해 가볍게 여겨지고 있다. 하찮은 노동자라는 사회적 인식에 아르바이트생은 자신이 겪는 부조리함을 말할 권리도 없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다큐 관객인기상을 받았다. 내년 일본에서도 상영이 된다.

윤 감독은 “일본에는 프리터(자유로운 삶을 즐기기 위해 구직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하는 청장년층) 노조가 영화에 관심을 보여 자막 작업 중이다”라면서 “프리터족도 우리나라 아르바이트생처럼 사회에서 한심하다는 시선을 받는다. 상영회 개최는 일종의 연대활동”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 비정규 불안정노동자와 함께 하는 아르바이트노동조합과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아르바이트 노동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아르바이트는 윤 감독의 삶과도 밀착돼 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용돈벌이로 시작했던 아르바이트는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지금도 생계유지 수단이 됐다.

윤 감독은 “사회에서 통용되는 노동은 한 직장에서 정년까지 일하거나 이직을 하더라도 같은 직종에 있는 것이다. 이런 시선이 아르바이트를 노동이 아닌 것처럼 만든다. 아르바이트도 정당한 노동이라는 것을 영화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영화 제작에는 1년 6개월이 걸렸다. 제작, 편집, 촬영, 섭외 모두 윤 감독이 도맡았다. 제작비 2000만원도 본인이 부담했다. 영화는 DMZ 국제다큐영화제, 광주여성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도 상영됐다. 윤 감독은 “더 이상 영화를 안 만들려고 했다. 빚도 생기고, 체력도 방전됐다. 하지만 GV(감독과의 대화)를 하며 만났던 중년 관객들의 반응을 보면서 내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영화 덕에 아르바이트로 밥벌이 하는 자식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윤 감독은 현재 차기작을 찍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불꽃페미액션>(가제)이다. 고착된 성 역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청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윤 감독은 “성 담론을 영화로 끄집어내려 한다. 주인공은 5명의 남녀다. 우리 사회에서는 고정된 성 역할이 있다. 남자는 군대를 가야 하고, 여자는 출산을 해야 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이런 틀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 내 주변 이야기처럼”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2019년 7월께 제작이 완료될 예정이다.

<정상빈 자유기고가 literature09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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