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때리기’ 남발이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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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가짜뉴스’를 잡겠다며 사형, 폐간 등을 거론하며 연일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송이 기자

박송이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뉴스타파의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 보도를 두고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 반역죄”라고 말했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와 관련해 국회 과방위에서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가짜뉴스를 고의로 기획하고 시나리오를 행하는 매체에 대해선 폐간을 고민해야 한다”라고 소리를 높였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그것이 바로 제가 말씀드린 원스트라이크아웃의 최종 단계다”라고 맞장구쳤다. ‘사회적 재앙’, ‘국기문란’이라는 단어도 언급된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다음 응원페이지의 집계 논란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는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사회적 재앙”이라고 말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9·11테러에 빗대며 “이런 게 방치되면 국기문란 사태가 된다”라고 말했다. ‘가짜뉴스 때리기’의 중심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내외 행사에서 “허위 선동, 가짜뉴스가 자유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말하는 ‘가짜뉴스’의 실체는 모호하다. 학계에서도 ‘가짜뉴스’에 대해 확정된 정의가 없다. 다만 허위성·고의성·목적성을 공통적인 요건으로 꼽고, 통상적인 오보와는 구별한다. 2020년 방통위는 ‘가짜뉴스’라는 단어가 정치적 공격 도구로 사용되면서 뉴스 자체에 불신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가짜뉴스’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가짜뉴스’ 대신 ‘허위조작정보’를 공식용어로 채택했다. 방통위는 3년 만에 이 같은 사회적 합의를 스스로 폐기하고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가 무색하게 언론을 위축시키고 사실상 검열을 예고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원장이 원스트라이크아웃 등 언론사 퇴출을 거론한 것은 월권이며 반헌법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있다. 정확한 정의도, 법적 근거도 없이 무분별하게 쏟아내는 정부·여당의 ‘가짜뉴스 때리기’야말로 ‘가짜뉴스’ 아닐까.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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