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지난 9월 12일 아이폰 신작을 공개했다. 이때 주인공인 아이폰15 못지않게 애플 최초의 탄소중립 제품인 ‘애플워치 Series 9’가 눈길을 끌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애플은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뜻하는 RE100 이행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이다. 2030년까지 글로벌 공급망 전체는 물론, 애플이 제조하는 모든 기기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2020년 밝혔다. 이를 위해 협력업체의 스코프1(공정 직접 배출)과 스코프2(냉난방·전력 사용에서 나온 간접 배출) 저감 진척도를 매년 추적한다. 지난해 가을에는 모든 협력업체에 애플 제품 생산 공정을 2030년까지 탈탄소화하도록 요청했다.
애플의 공급사 지위는 보장된 자리가 아니다.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실제 2021년 애플의 공급사 목록에 이름을 올린 한국기업은 41곳이었는데, 2022년엔 25곳으로 줄었다. 같은 시기 대만 기업은 67곳에서 85개로 늘었다. 탈탄소 요구를 맞추지 못할 경우 공급사에서 탈락할 가능성은 분명 더 커진다.
한국 정부는 원전을 강조한 ‘무탄소(CF) 연합’을 추진 중이다. 지난 10월 12일 창립총회가 열렸고, 올해 열린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8)에서 적극 홍보할 계획이다. 하지만 CF 연합이 국제적 호응을 얻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RE100 이행을 선언한 상황에서 이를 CF로 바꿀 유인은 적기 때문이다. 정부가 한국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먼저 RE100을 이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재생에너지 확보가 관건이다. 도로 사면과 공장 지붕, 건물 옥상 등 유휴부지를 활용하고, 농사와 태양광발전을 병행하는 영농형 태양광 등 새로운 시도를 한다면 상당량을 확보할 수 있다. 산을 깎고 전 국토를 태양광으로 덮어야 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모든 재화와 서비스가 그렇듯,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은 내려간다. 태양광도 다르지 않다.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거대한 시장을 그대로 중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에 넘겨줄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추격해 따라잡을 것인가, 고민할 때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