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국민연금 기사를 처음 썼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기초연금 20만원’을 약속해 노인들의 큰 호응을 얻어냈습니다. 그러나 집권 후 20만원을 그대로 지급하긴 어렵다고 선언했습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동시에 받는 이들에겐 기초연금을 최대 절반 깎고 지급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취재 후]‘어떤 수식’에 담긴 약속](https://img.khan.co.kr/newsmaker/1414/1414_8a.jpg)
그때 국민연금 산식을 처음 접했습니다. 1.275(A+B)(1+0.05n/12). 무슨 뜻인지 아시는지요. 쉽게 말하면 A값은 다른 사람들의 평균소득, B값은 내 소득입니다. 내 소득만 기준 삼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소득도 동등한 기준으로 삼아 연금액을 받아가도록 돼 있는 겁니다. 이 산식 덕분에 저소득층의 수익비(낸 보험료 대비 연금액)가 고소득층보다 높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국민연금은 계층 간 연대를 통해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닙니다. 1.275라는 숫자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2007년엔 원래 1.5였는데 매년 0.015씩 감소해 1.275에 이르렀는데요, 이 숫자가 작아질수록 국민연금이 보장하는 노후소득이 줄어듭니다. 물론 이 숫자를 다시 키운다면 노후소득은 커집니다. 하지만 동시에 미래세대 부담도 늘어납니다.
마지막으로 n도 살펴봐야 합니다. n은 20년을 초과해 보험료를 납부한 월수를 뜻합니다. 안정적으로 보험료를 낸 기간이 길수록 많이 받아가겠지요. 종합하면, 국민연금은 저소득층에 유리한 성격과 가입기간이 긴 정규직 등에 유리한 성격이 동시에 있으며, 계층 간 연대뿐 아니라 미래세대와의 연대를 통해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일상의 모든 것을 숫자로 풀이하는 박사에게 숫자는 세상의 아름다움 그 자체더군요. 저는 국민연금 산식을 이해한 후, 그 숫자들이 그냥 숫자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산식 속엔 우리가 앞으로 어떤 사회를 만들어갈 것이냐에 대한 약속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연금개혁을 이끌어야 할 정부와 정당들이 이 수식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해 주기를 바랍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