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업을 하고 싶은 사람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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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2009년 “해고는 살인이다”를 외치며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옥쇄파업’을 벌였습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강제진압에 나섰습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경찰청은 진압 과정에서 헬기와 크레인 등의 장비가 부서지고 경찰들이 부상을 당했다며 금속노조와 쌍용차 노동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취재 후]불법파업을 하고 싶은 사람도 있나요

9년이 지난 2018년 경찰청 인권침해진상조사위원회는 당시 진압이 경찰력 과잉행사였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문제는 늦게나마 국가폭력이 인정됐는데도 경찰청이 여태 손배소 취하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현재 손배소는 대법원에 계류 중인데요, 2심 판결 기준으로 인정된 손해액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약 29억원입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지난 9월 27일 경찰청 담당 간부들을 면담했습니다. 경찰은 “대법원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습니다.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의 쟁점 법안으로 떠올랐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이 51일간의 하청노동자 파업을 이유로 노조 간부 5명에게 47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 노란봉투법을 다시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노란봉투법은 2013년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쌍용차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주부 배춘환씨가 “4만7000원씩 10만명이 힘을 보태자”며 노란 봉투에 4만7000원을 담아 한 언론사에 보낸 데서 유래했습니다. 9년 전 쌍용차 노동자들을 위한 연대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를 향하고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을 다룬 주간경향 지난 호 표지 이야기 기사 댓글엔 “불법파업을 안 하면 되지 않나”라는 내용이 제법 있었습니다. 불법파업을 하고 싶어서 하는 노동자들이 있을까요. 현행 노조법과 대법원 판례가 합법파업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만들어버린 탓에 ‘불법파업’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의 말처럼 손배·가압류는 노동자 손발을 묶어버리는 자본의 무기입니다. 이 무기로부터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방패를 제대로 마련해주자는 것이 노란봉투법의 취지입니다. 21대 국회가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라도 평평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길 기대해봅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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