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만든 2개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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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세계가 2개로 나눠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기후위기가 있는 세상, 기후위기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기사를 읽고 다큐멘터리를 보면 눈앞에 닥친 기후위기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그러다 고개를 들면 오늘도 아무 일 없는 듯 탄소 배출에 열심인 도시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자동차는 바쁘게 도로를 달리고, 도시를 밝히는 불빛은 여전히 찬란하고, 쓰레기 수거 차량은 오늘도 많은 쓰레기를 싣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나의 일상도 마찬가지다. 기후위기를 취재할 때는 심각성에 막막해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잊어버리고 일하고 소비하고, 일하고 소비하는 일상의 쳇바퀴를 힘껏 돌리고 있다.

박송이 기자

박송이 기자

‘기후위기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서 여전히 경제성장은 공동체가 도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목표다. 기후위기가 ‘다소’ 문제라고 해도 글로벌 대기업들이 RE100, ESG 경영 등을 내세우고 있으니 이들만 쫓아가면 된다.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도 연구 중이니 지금까지 그래왔던 인류는 새로운 기술로 이 문제를 간단하게 극복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세상에서 개인은 여전히 축적하고 소비하고 삶을 열심히 굴리면 된다. 그러나 기후위기를 초래한 이 경제시스템에서 기후위기의 해법을 찾는 게 맞는 일일까. 더 많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경제성장이 지속가능한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지금처럼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소비하면서 이 시스템을 힘겹게 지탱하면 되는 것일까.

924기후정의행진은 기후위기를 초래한 현 시스템을 넘어 다른 세계로의 전환을 이야기한다. 현재의 화석연료와 생명파괴 체제를 끝내지 않으면, 끊임없이 이윤을 추구하는 성장중심의 발전을 멈추지 않으면, 전 지구적인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기후위기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 말한다. 기후정의를 취재하면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다른 가치로의 전환을 말했다. 기후위기가 끊임없이 축적하고 소비하는 불균형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기후변화 특임교수는 “우리가 위기라고 하는 상황 속에서 결국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도약해나갈 수 있다. 어쩌면 새로운 세상으로 우리를 재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인류 전체가 기후위기에 직면한 바로 지금 이 순간”이라 했다. ‘기후위기가 있는 세상’은 ‘다른 체제’, ‘더 좋은 삶’을 상상하고 기획하라는, 인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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