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취재차 경기도 포천에 갔다. 서울 도심에서 출발해 경기 의정부에서 버스를 갈아탔다. 흔히 ‘수도권’으로 뭉뚱그리는 지역들이지만, 풍경이 저마다 달랐다. 의정부에서 포천을 오가는 버스 승객 중 20~30%는 이주노동자였다. 인적 드문 포천 거리에서 편의점을 찾아 한참 헤맸다. 앞서 방문한 편의점 2곳에는 ‘점포 정리’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세 번째로 발견한 편의점만이 정상 운영 중이었다. 단편적 경험을 일반화해 지역의 낙후성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다. 발로 뛴다는 기자 일을 10년가량 했는데도 서울 밖 사정은 잘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소멸위기지역’에 올해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고향 전북 군산을 찾았다. ‘지방소멸’의 경고음은 내 주변에서도 오래전부터 울리고 있었다. 고향에 남아 카페 등을 운영하던 친구들이 2018년부터 차례로 가게 문을 닫았다. 이듬해 사촌의 ‘가정 어린이집’이 폐업했다. 일할 사람이 떠나고, 아이 울음이 급격히 줄어든 도시의 풍경이었다. 다시 찾은 군산은 기자의 학창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1990년대만 해도 인구밀집지역에 위치해 오전반·오후반 2부제로 운영하던 신풍초등학교는 현재 학년당 2학급만 운영하고 있다. 영화관과 옷가게가 밀집해 과거 군산의 최대 상업지구로 꼽힌 중앙로 일대는 예전의 모습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원도심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기껏 새 단장을 마친 도로와 그 양옆으로 즐비한 빈 점포가 부조화를 이뤘다.
군산에서 만난 사람들 대부분은 ‘소멸위기지역’ 지정에 “대수로울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이라기보다는 2017년부터 시작된 대공장 엑소더스의 충격을 ‘이미 받을 만큼 받았다’는 의미에 가까웠다. 소멸위기가 군산만의 일은 아니라는 안도감도 읽혔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절반인 113개가 소멸위험 단계에 진입했다. 사실 군산이나 개별 지역의 위기가 아니라 나라 전체의 위기이자 고향이 사라지는 우리 모두의 위기인 셈이다. 총력전을 벌여도 바로잡기 어려운 문제인데, 정부는 지역화폐·노인일자리 예산 삭감으로 지역의 위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공공 일자리사업으로 군산 경암동 강변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던 70대 노인은 “내 고향은 군산이지만 애들한테는 ‘너희들 고향은 군산 아니다’라고 한다. 이제 여기는 노인들만 남았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