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기후변화 재난은 불평등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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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불평등추모행동 회원들이 지난 8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폭우참사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재난불평등추모행동 회원들이 지난 8월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폭우참사 희생자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지난 8월 8일 중부지방의 폭우로 13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특히 대통령이 고층 아파트에서 나오지 않고 있던 시간에 서울 신림동 반지하에서 살고 있던 일가족 3명이 목숨을 잃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집중호우가 최근의 기후변화와 관련이 크다고 지적한다. 역대급의 폭우라고 하지만 이제 폭우와 폭염 그리고 가뭄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더 자주 닥쳐올 것이다.

2021년 8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만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이 보고서는 산업화 이전에 비해 지구 평균기온의 1.5도 상승 시점을 2016년 보고서가 예측한 2052년 이전보다 앞당겨 2040년 이전으로 예측했다. 실제로 2011년에서 202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1도 높아졌다. 한국은 그보다 높아 최근 100년 사이에 1.8도나 높아졌다.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기후변화는 더 많은 재난으로 이어진다. 코로나19도 그랬듯이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이나 목숨을 잃는 이들은 분명 더 취약하고 가난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올해 2월 발표된 ‘기후위기의 영향, 적응 그리고 취약성’이라는 부제를 단 IPCC 6차 평가보고서 제2실무그룹 보고서는 기후변화라는 재난의 불평등한 영향을 과학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저소득층,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 그리고 노인과 여성 등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하다. 예를 들어 세계 인구의 약 절반이 기후위기에 취약한 나라들에 살고 있는데 이는 중남미, 아프리카, 남아시아 등 대부분 가난한 나라다. 또한 지난 10년 동안 홍수, 가뭄 그리고 태풍으로 인한 사망위험은 취약한 국가들에서 15배나 더 높았다.

대표적인 기후변화 재난인 폭염은 생명을 위협한다. 기온이 1도 올라가면 사망률이 5% 높아진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다. 그 영향은 각국에 따라 크게 다르다. 40개국의 지역자료를 분석한 시카고대학 기후영향랩의 2020년 연구는 2100년까지 전 세계에서 폭염사망률이 10만명당 73명 높아질 것으로 보고한다. 평균기온이 비슷한 경우 그 피해는 가난한 국가들에 집중된다. 가난한 가나의 아크라에서는 2100년 폭염사망률이 10만명당 156명 증가하지만, 부자 국가인 싱가포르에서는 38명이 감소할 것이다. 이는 소득이 높은 지역에서는 건강과 폭염에 적응하는 냉방이나 노인돌봄 서비스 등 건강과 안전을 위한 인프라 투자가 증가하지만 가난한 국가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 폭우가 보여주듯 불평등한 재난은 같은 나라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에 크게 노출된 이들은 야외작업을 해야 하는 일용직 노동자와 같은 저소득층과 가난하고 에너지빈곤층이 많은 고령인구 등의 취약계층이다. 실제로 서울 온도가 38.5도까지 오를 정도로 더웠던 2018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63명이나 됐다. 그중 75%가 60세 이상의 고령층이었고 야외노동자와 저소득층의 비중이 높았다. 미국에서는 한해 폭염 사망자가 1500명이나 되는데 그 절반이 노숙인이라고 한다. 또한 가난한 이들이 고소득층보다 그리고 유색인종이 백인보다 더욱 높은 온도에 노출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태풍과 홍수, 가뭄 그리고 해수면 상승의 경우도 사회의 낮은 곳에 사는 취약한 이들이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다.

불평등과 기후변화 사이의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유엔 경제사회국은 2017년 ‘기후변화와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제목의 연구에서 불평등으로 인해 취약한 집단이 기후변화로부터 더 큰 고통을 겪고 그 결과 불평등이 악화된다고 강조한다. 이는 가난하고 취약한 이들이 여러 종류의 기후변화 악영향에 더 많이 노출돼 있고, 같은 노출 정도 하에서도 그들이 피해를 입을 확률이 더 크기 때문이다. 반지하와 같이 가난한 이들이 사는 집이 더 부실하고 냉방이 힘들어 이들의 건강 위험이 크기 마련이다. 또한 이들은 피해를 극복하고 회복하는 능력도 약하다.

기후변화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기후위기의 책임은 정반대로 불평등하다. 온난화를 가져온 탄소 배출의 분배는 세계적으로, 그리고 국내적으로도 불평등하다. 샨셀 파리경제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탄소배출량은 약 500억t으로 1인당 평균 6.6t이었는데, 상위 1%는 1인당 110t인 반면 하위 50%는 1인당 1.6t에 불과하다. 가장 가난한 10억명은 1인당 1t도 되지 않는다. 전 세계 상위 1%인 7700만명이 약 17%, 상위 10%가 48%를 차지하고, 하위 50%인 약 39억명은 12%를 차지할 뿐이다. 이는 한편으로 소득수준에 따른 각국의 탄소배출량 차이 때문인데, 북미는 1인당 평균 약 21t인 반면 남아시아는 2.6t 그리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1.6t이다. 역사적으로도 산업혁명 이후 북미와 유럽이 전체 배출의 약 절반을 차지하고 중국은 11%,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는 고작 4%를 차지한다.

소득분배와 마찬가지로 탄소 배출은 국내적으로도 불평등하다. 세계 불평등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미국의 2019년 상위 10%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73t이었는데 하위 50%는 9.7t이었다. 한국은 2019년 1인당 평균 배출량이 15t인데 상위 10%는 55t, 상위 1%는 180t에 달했다. 반면 중위 40%는 15t, 하위 50%는 7t에 불과했다. 따라서 전체 배출량 중 상위 10%가 약 3분의 1을, 상위 1%는 13%를 차지했다. 한편 1990년대 이후 탄소 배출의 불평등은 국제적으로는 줄어들었지만, 국내적으로는 커졌다. 1990년에는 전 세계 탄소 배출 불평등의 63%가 국제적인 차이 때문이었지만 2019년에는 정반대로 그만큼이 국내의 불평등 때문이었다.

최근 변화를 보면 1990년에서 2019년까지 탄소배출량 증가의 21%를 상위 1%가 차지했고, 하위 50%는 16%를 차지했다. 특히 1990년 이후 탄소배출량이 세계적으로 1인당 평균 7% 증가했지만, 불평등 심화와 함께 상위 1%의 배출량은 26%나 증가했다. 여러 선진국 내에서 하위 50%의 배출량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 숫자들은 기후변화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렇다면 기후변화 대응의 부담도 부자 나라의 부자 시민들이 더 많이 져야 할 것이다.

한국은 선진국 중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해 ‘기후악당’ 국가로 불린다. 기후 재난이 가장 낮은 곳에 사는 이들을 먼저 덮치고 있다.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기후변화의 책임이 큰 이들에게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부담을 더 크게 지우는 일이다. 이는 결국 돈과 권력이 없는 이들의 싸움과 정치적 변화를 필요로 한다. 기후변화와 불평등 모두에 맞서는 정의로운 시민운동이 발전해야 한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학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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