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인도, 섬유산업의 부흥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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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벵골 모슬린 옷을 입은 여성.Francesco Renaldi(1789)

고급 벵골 모슬린 옷을 입은 여성.Francesco Renaldi(1789)

인도하면 떠오르는 것이 다양하겠지만, 그중에서도 터번을 두른 인도인과 화려한 색과 문양의 긴 천, 바로 사리(Saree)를 입은 인도 여인들의 모습일 것입니다. 빠른 속도로 현대화하면서 한편에서는 아직까지 수동 직조기로 직물을 짜는 문화와 그 직물로 만든 옷을 입는 전통을 유지하는 인도의 모습에서 많은 사람이 묘한 이질감과 매력을 동시에 느낍니다. 로마시대 기록에 인도에서 면직물을 많이 수입하는 바람에 인도로 금이 다 빠져나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대부터 산업혁명 이전까지 인도는 세계 면직물 산업의 양과 질, 수출 규모 면에서 단연 톱(Top)을 유지했습니다.

핸드룸 산업과 스와데시 운동

특히 벵골지역의 모슬린(Muslin) 직물은 얇고 투명하기로 유명해 가장 인기가 많았는데, 그 얇기로 치면 최상급이 ‘1마’에 10g 정도 됩니다. 풀밭에 펼쳐놓은 옷감이 이슬에 젖으면 어찌나 투명한지 풀잎만 보일 정도여서 ‘아침이슬’, ‘저녁이슬’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 옷감은 로마시대에는 귀족 여인들이 몸의 곡선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했고, 이집트 파라오의 미라를 감싸는 용도로, 또는 인도 무굴 황제의 터번 옷감으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모슬린에 은사와 비단 실로 수를 놓은 ‘카시다(Kashida)’는 유럽에서 매우 인기가 높습니다.

인도가 이렇게 오래전부터 면직물을 비롯한 섬유산업에 강점을 보였던 이유는 세계 최대의 목화 생산량(618만8000t)부터 생면-원사-직물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랬던 인도의 운명은 산업혁명과 영국의 지배 이후 완전 역전됐습니다.

영국은 인도 모슬린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숙련공의 엄지손가락을 자르기도 했습니다. 인도의 면화를 모두 영국으로 실어간 대신 영국에서 직물을 수입하게 됐습니다. 이런 배경으로, 간디는 자급자족의 상징으로 물레 돌리기를 하며 영국산 수입 옷감 불매운동을 펼치고 손수 직물을 짜 입기를 장려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인도산 면직물 수요가 증가하며 인도 섬유산업의 비약적 성장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이는 현재 인도 정부가 추진하는 ‘자립인도’와 일정 부분 맥락이 닿아 있습니다.

지난 8월 7일은 인도 정부가 2015년부터 지정해 기념하는 ‘국가 핸드룸(직조의) 날(National Handloom Day)’이었습니다. 인도의 각 지역에 존재하는 지역 전통 직물들을 생산하는 직조 공동체를 보존·양성하자는 취지로 제정됐습니다. 이는 앞서 얘기한 간디의 스와데시(1906년 반영 민족해방운동 차원의 국산품애용) 운동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비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인도 경제활동에서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핸드룸 부문은 단순 가내수공업이라기보다는 예술적 가치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인도 전통 의상인 사리(Saree)뿐만 아니라 쿠르타(Kurta)라는 인도식 상의, 숄, 스카프, 침구, 커튼, 러그, 장식품 등과 같은 제품이 대표적 예입니다.

핸드룸 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352만 근로자의 72.3%가 여성으로 주로 시골에 거주합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아마존이 인도 시골에 진출하면서 인도 핸드메이드 제품들의 수출을 자신들을 통하면 할 수 있다는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이런 핸드룸 산업은 인도 전체 섬유산업의 일부에 불과합니다. 핸드룸이 가내수공업이라면, 폴리에스테르, 레이온(인조견) 등을 생산하는 대형 섬유기업들이 인도에도 존재합니다. 이제 이 분야를 살펴보겠습니다.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의 힌두푸르에 있는 섬유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로이터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의 힌두푸르에 있는 섬유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로이터

섬유산업의 재도약 꿈꾼다

현재 세계 10대 부호 순위에 들어간 무케시 암바니는 릴라이언스 회장입니다. 바로 이 릴라이언스의 창업자 디루바이 암바니는 폴리에스테르 사업으로 창업했습니다. 폴리에스테르 원사 사업에서 1990년대에 접어들어 석유화학 산업으로 확장하기 시작해 지금의 릴라이언스로 성장했습니다.

현재 인도 섬유 및 의류 산업은 인도 국내총생산(GDP)의 2%를 뒷받침하는 산업으로 고용 규모만 보면, 코로나19 이전을 기준으로 농업 다음으로 많은 1억500만명을 직간접으로 고용하고 있습니다. 인도 정부는 섬유 산업을 오래전부터 꾸준히 부흥시키는 데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최근 중국이 전 세계적인 중국산 면화 불매운동 탓에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이 약화되자 인도 정부가 이를 기회로 여기고 섬유산업의 부흥을 촉진 중입니다. 세계 섬유시장은 약 1조달러 규모입니다. 중국이 3600억달러로 35%, 인도가 440억달러로 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약화로 1%라도 틈이 생긴다면 100억달러 시장의 기회가 열리는 셈입니다. 인도의 관련 업계가 정부의 적절한 지원시스템을 기대하고 있는 까닭입니다. 인도 정부도 2030년까지 수출을 1000억달러로 늘린다는 목표 아래 인조 섬유 부문 및 테크니컬 직물 생산 지원에 중점을 둔 인센티브 제도를 시행 중입니다. 아직 인도가 풀어야 할 숙제가 있습니다. 정부가 섬유산업 육성에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가 농업에 해당하는 목화 재배가 섬유산업으로 연계된다는 특성 때문인데 현재 면화 가격의 변동이 크다는 점이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기계화와 기술투자 등 보완해 나가야 할 사항도 많습니다.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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