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당국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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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부동산세 개편은 너무 징벌적으로 운영되던 것을 정상화하는 것이지, 부자 감세와는 관련이 없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월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정부의 2022년 세제개편안(7월 21일 발표)을 대기업·부자 감세로 규정한 야당 주장을 반박하면서 한 말이다. 기재부의 종부세 개편은 다주택 중과세율을 없애고 기본공제를 기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안광호 기자

안광호 기자

윤석열 정부 기재부는 종부세를 이른바 ‘정상화의 대상’으로 봤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여러모로 ‘정상적인 세금’으로 봤다. 문재인 정부 기재부는 종부세가 ‘징벌적 과세’라는 지적이 비등해지자 지난해 11월 23일 이를 반박하는 보도설명자료를 냈다. 당시 기재부는 “종부세는 재산세와 달리 국세로 징수하고, 전액 교부세 형태로 이전되고 있어 지역 간 균형 발전에 기여한다”고 했다. 과거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도 인용했다. “동일한 과세대상 부동산이더라도 재산세 과세 부분과 종부세 과세 부분이 나눠져 있으므로 이중과세 문제는 발생하지 않으므로 합헌이라고 판시했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자 기재부의 해석이 달라진 사례는 이 외에도 많다. 기업의 법인세 인하 등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한 경제성장, 즉 낙수효과에 대한 문재인 정부 기재부와 윤석열 정부 기재부의 해석은 달랐다. 과거 “법인세 인하가 기업의 소비와 투자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던 기재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첫 세제개편안에서 “낙수효과를 기대한 규제완화와 감세 등을 통해 기업과 시장이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부문)의 사회적 가치 실현은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분야 36대 성과 중 하나였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수익과 효율에 밀려 비중이 축소되고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치부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8월 17일)이 지났다.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와 경기침체, 저성장 등 복합경제위기 우려 속에서 출범 후 여러 민생대책을 내놨지만 국민이 체감할 만한 정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재정건전성 강화와 지출구조조정 기조는 취약계층 소외로 귀결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 어느 때보다 재정당국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정권의 기조에 따라 판단이 180도 바뀐다면 정책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복합경제위기에서 재정당국이 새겨야 할 기준과 원칙은 정권의 정책기조가 아닌 민생이어야 한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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