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수년 전 행안부의 보도자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행안부는 2018년 11월 30일 김부겸 당시 장관이 ‘법질서 및 경찰 공권력 엄정 확립 대책’ 등을 안건으로 논의해줄 것을 국가경찰위원회에 긴급히 요청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행안부 스스로도 “장관이 경찰위원회에 별도 안건 부의를 요청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참고자료에는 경찰위원회의 성격도 명시했다. “주요 치안정책에 대한 심의·의결을 통해 경찰의 중립과 민주성·공정성을 확보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행안부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이라는 것이다.
해당 내용은 당시에는 큰 반향이 없었다. 다만 1991년 제정된 경찰법에 근거한 경찰위원회가 경찰 사무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데(제 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김 전 장관이 이런 위상을 환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약 4년이 흐른 지금, 김 전 장관의 사례가 다시 소환된 것은 행안부가 경찰국 신설 등을 통해 경찰위원회를 무력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이 장관이 지난 7월 20일 대우조선해양 파업 사태와 관련한 대책회의를 주재한 것도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경찰위원회는 “치안 사무를 관장하지 않는 장관으로서 그런 회의를 주재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생긴다”고 비판했다. 지난 8월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당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직무대행하는 상황에서 냉정하게 깊이 있는 판단을 못 한 건 맞다”라며 이 장관의 회의 주재가 부적절하다고 인정했다.
정권을 향한 경찰의 반감은 생각보다 컸다. 지난 6월 경찰국 신설 추진을 시작으로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 ‘총경회의’ 주도자 대기발령 및 참석자 감찰 등 여러 문제가 쌓이면서다.
이 장관은 ‘총경회의’를 두고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사회의는 되고 경찰회의는 안 되는 모양새’라는 지적에는 “경찰은 총칼(물리력)을 동원하는 집단이라는 점 등이 다르다”고 했다. 이 장관의 발언에 역사적 맥락을 조금만 보태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겠다.
‘시민들을 향해 물리적인 공권력(총칼)을 행사할 수 있는 경찰이 과거 내무부 장관 지휘 아래서 공권력을 오·남용한 사건이 빈발하자, 1991년 경찰법 제정을 통해 경찰청으로 독립시키면서 경찰위원회를 통해 견제·통제토록 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