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에 기댈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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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세계가 오늘보다 더 나으리라 낙관하던 때는 언제였을까. 더우면 에어컨을 켜고, 건조대에 식기세척기를 설치하고, 휴가철을 앞두고 항공권을 검색하고, 배달음식을 주문해 끼니를 때운다. 점점 더 세상은 편리해지지만 역설적으로 이 편리함에 불편한 마음이 깃들기 시작한다. 지금 누리는 편리함이 다음 세대의 삶을 무너뜨릴 것 같은 막연한 죄책감에 배달음식을 자제하고, 전기를 아껴보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보려 애를 쓴다. 한편에서는 회의가 든다. ‘중요한 건 개인의 실천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의 변화라고 하던데…’

박송이 기자

박송이 기자

개인들이 막연히 그 책임을 감당해보려는 사이, 정작 위기에 대응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는 무얼 하고 있을까. 대통령선거는 진작에 끝났는데 현 정부는 여전히 정권교체가 목표인 듯 이전 정부와의 싸움에만 몰두해 있다. 기후위기 대응책도 이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탈탈원전’밖에 보이지 않는다. 현 정부 임기 5년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다. 1년 먼저 선출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국가비상사태 선언 선포까지 고려하며 기후위기 대응에 정치생명을 걸었다. 비슷한 시기 취임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위기를 겪는 와중에도 독일이 2045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세계 첫 국가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기후위기를 정책의 맨 앞자리에 놓은 이들은 2030년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적어도 자신들의 과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알고 있을까. 169석을 차지한 거대야당이 알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탈원전을 내세웠다 감원전을 표방하고, 당대표까지 지낸 중진 의원은 툭하면 ‘친원전’ 발언으로 언론에 오르내린다. 이번 상임위 구성에서 환경노동위원회를 1지망으로 지원한 민주당 의원이 한명도 없다는 사실도 민주당에 대한 기대를 접게 만든다.

폭염, 산불, 녹아내리는 빙하…. 날마다 쏟아지는 기후위기 뉴스에 막막해지는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정치세력은 없는 걸까. 네덜란드 정치학자 레이파르트가 2012년 발표한 ‘1981~2010년 36개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결과 불비례성’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은 국민의 투표가 의석수에 반영되는 ‘선거 비례성’ 측면에서 최하위였다. 개인들의 작은 실천을 넘어 공동체로서의 한국사회 전체가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정치개혁밖에 답이 없는 게 아닐까.

<박송이 기자 p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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