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코로나 시대 진화하는 인도 요가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코로나19는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문제를 깊이 성찰하도록 만든 시간이었다면, 이로인해 요가의 트렌드 역시 신체적 영역에서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주한 인도대사 (왼쪽에서 다섯 번째), 주한 인도문화원장 (왼쪽에서 두 번째) / 한유진 제공

주한 인도대사 (왼쪽에서 다섯 번째), 주한 인도문화원장 (왼쪽에서 두 번째) / 한유진 제공

지난 6월 21일은 제8회 세계 요가의 날이었습니다. 2015년부터 시작한 세계 요가의 날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14년 유엔에서 주창해 그해 12월 11일 제정됐습니다. 그후 해마다 6월 21일 인도 정부가 배포한 프로토콜에 따라 전 세계인이 하나가 됩니다.

올해 인도에서는 ‘인류애를 위한 요가’를 모토로 열렸고, 한국에서는 주한 인도대사관 주최로 서울 서대문독립공원에서 열렸습니다. 코로나19로 대규모 야외 행사가 막힌 지 약 2년 만에 열린 대중 요가 행사였습니다. 인도에서는 인도 독립 7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인도 전국 75개 지역에서 행사를 개최했고, 한국에서는 6월 21일 이전부터 구례 화엄사와 밀양, 김해 등을 필두로, 21일에는 서울을 포함한 전국에서 세계 요가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습니다.

유엔 세계 요가의 날 제정은 요가를 인도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만드는 계기가 됐고, 성공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이를 주창한 모디 총리는 요가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만드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웠습니다. 오랫동안 요가를 수련한 모디 총리는 요가 수련이 일상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세계 요가의 날 행사 때마다 대중과 요가 동작을 함께하는 등 요가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재임 기간 내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도에서는 매년 인도의 주요 성지(聖地)에서 요가 행사가 열립니다. 모디 총리는 남인도의 마이수루(Mysuru), 옛 마이소르(Mysore) 왕국의 수도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로 북인도 지역에서 열린 세계 요가의 날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올해 처음으로 남인도 지역 행사에 모디 총리가 모습을 드러냈는데요, 공식적으로는 몬순 기후(날씨) 등 여러 여건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최근 해당 지역 민심의 흔들림에서 감지되는 여당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세계적으로 요가가 인도의 전통 문화유산임을 알리면서, 전 세계인의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위하고 개인과 사회, 나아가 지구와 환경이 모두 하나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제정된 세계 요가의 날. 요가란 과연 무엇일까요?

인도의 요가 vs 세계인의 요가

우리는 ‘요가’ 하면 요가복을 입은 여성들이 멋진 포즈를 취하는 이미지나 요가로 다이어트에 성공했다는 사람 또는 연예인들의 후기 등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나는 몸이 유연하지가 않아’ 요가가 맞지 않다고 말합니다.

즉 대부분 ‘요가’란 어떤 외형적인 ‘미’를 추구하기 위한 목적이 우선이며 ‘신체적 동작, 자세’와 동의어로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요가’를 바라보는 서구의 인식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요가의 본고장 인도에서 말하는 ‘요가’란 무엇일까요?

지난 6월 21일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개최된 세계 요가의 날 행사 모습 / 한유진 제공

지난 6월 21일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개최된 세계 요가의 날 행사 모습 / 한유진 제공

우선 한국에서 요가를 지도하고 있는 인도인 요가 지도자들에게 ‘인도’와 ‘한국’에서 요가를 지도할 때 느끼는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등 동양권에서 요가를 지도한 경험이 있는 요가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목적’과 ‘인식’의 차이를 말했습니다. 대부분 다이어트, 몸매 등과 같은 외형적 부분의 변화에 목적을 두고 이를 달성하는 데 상당히 공을 들인다는 거죠. 명상, 식습관의 조화, 감정 다스림 등처럼 요가가 갖고 있는, 동작 외의 영역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이에 비해 인도에서는 삶의 조화와 신체 건강을 위해 ‘아사나’라고 하는 다양한 동작을 수련합니다. 호흡과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립니다. 아유르베다(우주와 인간을 상호 연관 지어 고찰하는 고대 인도의 전통의학)에 기반을 둔 건강한 식습관을 병행합니다. 이를 통한 총체적인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요가’라고 부릅니다.

인도에서는 인간의 신체를 신성한 영혼이 기거하는 집으로 여깁니다. 신체와 호흡, 호흡을 따라 움직이는 마음을 통합적으로 관찰하며 다스립니다. 요가 수련을 경건한 마음으로 대합니다. 그래서 인도의 요가와 서구식 요가의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이 ‘몸’을 지배와 정복의 대상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함께 조화를 이뤄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지에서부터 드러납니다.

코로나19가 바꾼 요가 트렌드

몇년 전까지만 해도 요가란 앞서 말한 것처럼 아름다운 몸매를 가꾸기 위한 수단처럼 대부분 인식됐습니다.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어려워지자 일명 ‘코로나 블루’라고 하는 정신적인 우울감, 무력감 등이 몰려왔습니다. 많은 사람이 이를 극복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자신의 몸무게와 중력에 대한 저항만을 이용하는 요가는 몸에 무리가 없고, 심장으로 되돌아오는 정맥류의 흐름을 빠르게 함으로써 혈액을 순환시킵니다. 동작과 호흡의 관찰이 동시에 가능할 뿐만 아니라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어 홈트족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코로나 블루 치유에 명상이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명상과 호흡을 따라 할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와 실시간 줌(Zoom) 강좌 등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사실 요가, 명상, 호흡의 효과가 코로나19 때문에 알려진 건 아닙니다. 비대면이라는 환경적 변화로 좀더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몸과 마음의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수단을 찾으려는 ‘인식’의 변화가 있었던 것뿐입니다. 누구나 쉽게, 언제 어디서든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는 욕구가 늘었습니다. 심박수와 맥박을 측정해주거나 특정 주파수를 가진 음악을 들으며 명상을 하는 앱이 인기를 끄는 등 명상도 기술과 만나 다양하게 진화해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나’라는 개인의 몸과 마음의 조화와 함께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문제를 깊이 성찰하도록 만든 시간이었습니다. 요가의 트렌드 역시 신체적 영역에서 몸과 마음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 세계적으로 분열과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번 요가의 날 행사는 일부 국가에서는 종교적 이념에 반한다는 이유로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인류애’를 모토로 한 요가의 날 행사가 조금 무색해지는 상황이었죠. 전인적(全人的) ‘웰빙’으로서 요가를 강조한 세계 요가의 날. 이름도 종류도 다양한 요가, 여러분에게 요가란 무엇입니까?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

우리가 모르는 인도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