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마지막까지 아름다운 동행, 완화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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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많은 암환자가 수술이 힘든 단계에서 늦은 진단이나 재발로 안타깝게도 사망하고 있다. 최근 기약 없는 연명치료 대신 스스로 존엄한 삶의 마침표를 갖는 ‘준비된 죽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2018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연명 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제도적으로 뒷받침과 함께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보장하는 호스피스·완화의료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민규 연세암병원 교수가 암환자 가족에게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설명하고 있다. / 연세암병원 제공

정민규 연세암병원 교수가 암환자 가족에게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설명하고 있다. / 연세암병원 제공

연세암병원 완화의료센터 정민규 교수(종양내과)는 많은 사람이 암으로 사망하는 현실에서 적극적인 호스피스·완화의료의 적용을 강조한다. 이는 환자의 다양한 신체적 증상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환자와 가족들이 처하는 심리·사회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전문 의료진과 분야별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진료의 한 분야다. 정 교수는 “의료진의 완화의료 권유에도 상당수 환자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망 전까지 힘든 항암약물 및 방사선 치료를 고집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중앙호스피스센터가 2020년 시행한 대국민 인식조사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하기에 적절한 시기’를 물은 결과, ‘치료에도 불구하고 호전되지 않아 수개월 내에 사망이 예상될 때’가 36.5%로 가장 많았고, ‘완치가 어려운 심각한 병으로 진단됐을 때’라고 대답한 경우는 16.5%에 그쳤다. 인식이 아직은 낮은 편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를 놓고 국내에서는 사망이 임박한 환자에게만 필요한 의료라고 여긴다. 미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조기 완화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미국 매사추세츠 병원 티멜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항암치료만 받은 폐암 환자군보다 항암치료와 조기 완화치료를 동시에 받은 환자군에서 우울증이나 불안감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생존율도 향상됐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국내에서도 조기 완화의료의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완화의료가 전문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완화의료팀은 완화치료를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전문의와 간호사들이 말기 암환자를 가장 힘들게 하는 암성 통증 조절과 함께 다양한 합병증을 전문적으로 치료해 환자가 여생을 편안히 보낼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환자는 물론 가족들이 처한 사회경제적인 고민을 접수하고 이를 돕는 사회사업사와 음악과 미술, 놀이 치료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전문치료사도 함께 참여해 환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지지하고 돕는다. 특히 소아청소년 말기 암환자의 경우 전문 완화의료팀에 의한 치료와 자문이 더 큰 역할을 한다.

정 교수에 따르면 대다수 말기 암환자와 가족들은 주치의로부터 “더 이상의 항암치료가 힘들다”는 소견을 들으면 자포자기 심정으로 필요한 치료 중단과 함께 일상의 삶마저 놓아버리는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죽음이 임박한,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환자들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암을 진단받을 당시부터 필요한 치료다. 환자뿐 아니라 가족까지도 돌보는 ‘전인적 치료’라고 정 교수는 강조한다.

암 정복의 희망봉을 돌았지만 암은 여전히 난치성 질환이다. 승리의 고지는 아직 멀기만 하다. 정 교수는 “말기 암환자들이 자신의 남은 삶을 계획해 질병과 함께하면서도 인간답게 살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면서 “이들이 존엄한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말했다.

<박효순 의료전문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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