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매일 거울 앞에서 목을 만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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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 점막과 잇몸 등에 생기는 구강암, 혀에 생기는 설암, 침샘에 생기는 침샘암, 인두와 후두에 생기는 인후두암 그리고 갑상선암 등이 두경부암에 속한다. 이중 갑상선암을 제외한 여타 두경부암의 발병률은 전체 암 발병 대비 각각 0.5% 이내로 드문 편이지만 환자가 느끼는 부담감은 여타 암에 비교할 바 아니다.

고윤우 연세암병원 교수가 두경부암 진단에 기본적으로 쓰이는 후두경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연세암병원 제공

고윤우 연세암병원 교수가 두경부암 진단에 기본적으로 쓰이는 후두경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연세암병원 제공

고윤우 연세암병원 두경부암센터 교수(이비인후과)에 따르면, 구강암은 잇몸과 입안에서 출혈과 통증이 자주 생기고 헐거나 부은 상처가 잘 낫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설암은 혀에 백색 반점이 보이고 궤양에 의한 통증으로 음식 섭취에 불편감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또 인후두암은 목소리가 쉬거나 갈라지는 변화와 함께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고 혹이 만져진다. 침샘암은 침샘이 위치한 귀나 턱 아래가 부어 있고, 혹이 만져지며 경과할수록 얼굴 통증과 안면 마비를 동반하기도 한다.

위와 같이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두경부암의 공통점은 혹이다. 두경부암과 갑상선암 등이 진행되면 목에 혹이 만져진다. 혹이 커졌다면 암이 림프절로 전이됐음을 의미한다. 매일 아침 거울 앞에서 목을 관찰하고 부드럽게 목을 만져보다가 비대칭적인 혹이 보이거나 만져지면 빨리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고 교수는 “특별한 원인 없이 같은 불편 증상이 2주 이상 이어지면 가까운 의사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두경부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두경부암의 표준치료는 수술이다. 얼굴과 목이라는 작은 신체 부위에 크고 작은 혈관과 신경이 집중돼 있고, 해부학적으로 매우 복잡한 구조라 사전에 철저한 치료계획으로 출혈과 흉터를 최소화한다. 또 수술 후 재발 방지와 잔존 암세포 제거를 위해 방사선치료를 추가할 수 있다. 고 교수는 “바로 수술이 어렵거나 수술 시 발성 및 삼키는 기능의 보존이 여의치 않으면 항암약물과 방사선치료를 병행 시행한다”며 “방사선치료로 암 크기를 줄인 후 수술을 하는 순으로 최대한 신체 기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최근 두경부암 수술법은 많은 발전을 이뤘다. 기존 목 부위 절개를 통한 암 절제술을 넘어 겨드랑이나 가슴 부위를 절개한 후 내시경 수술기구를 넣는 수술법에 이어 최근 몇년새 로봇수술을 많이 확대했다. 가늘고 정밀한 수술이 가능한 로봇 팔의 장점을 살려 환자 입 또는 목 안으로 로봇팔을 넣거나, 귓바퀴 뒤를 작게 절개한 후 그 안으로 로봇팔을 넣어 수술한다.

두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수칙은 여느 암과 비슷하다. 특히 금연이 더 철저히 요구된다. 흡연으로 인한 각종 발암물질이 입과 목 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많은 수의 두경부암 환자들이 흡연자이기도 하다. 과음 또한 인후두암 발병에 영향을 준다. 흡연과 음주를 동반하면 발암 가능성이 4배 이상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뜨겁고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 구강암과 설암에 좋지 않다. 잘 맞지 않는 틀니나 교정기구 등 치과 보철물에 의한 지속적인 자극이나 상처 유발에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혀나 구강 점막에 선홍색의 정상 색이 아니라 흰색의 백반증이나 다른 색의 변화가 나타나면 즉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50세 이상과 흡연자들은 연 1회 입과 목 안쪽을 살필 수 있는 후두경 검사를 받으라고 고 교수는 권고했다.

<박효순 의료전문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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