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하천부터 관리…플라스틱 해양 유입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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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쓰레기 문제 해결 앞장선 원종화 포어시스 대표

과학자들은 지구가 여섯 번째 대멸종기에 들어섰다고 말한다.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남획, 지구온난화로 앞선 5번의 대멸종 때에 비해 최대 1000배의 빠른 속도다. 바다 생물의 고난은 특히 심각하다. 거북과 고래가 뱃속이 플라스틱 쓰레기로 가득 찬 채 죽고, 바다표범은 어망에 목이 걸려 죽는다. 플라스틱은 바다로 흘러가면 파도와 햇볕에 부서지면서 미세플라스틱으로 바뀐다. 미세플라스틱 문제의 근본적인 해법은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가지 않도록 하는 것밖엔 없다.

원종화 포어시스 대표가 4월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아카데미에 참석해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 주영재 기자

원종화 포어시스 대표가 4월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아카데미에 참석해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 주영재 기자

원종화 포어시스 대표가 하천쓰레기의 해양 유입을 막는 차단시설을 개발한 이유다. 그는 해양 플라스틱 자원순환을 위해 어망을 콘크리트 재료로 사용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지난 4월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열린 사단법인 다른백년의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아카데미 세 번째 강연자로 나선 원 대표는 지구를 살리는 기업활동을 ‘공존(共存), 공존(空存)’이라는 두 단어로 정리했다. 인류가 지구의 다른 생명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인류의 생존도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멈출 수 없다면, 최대한 에너지를 덜 쓰면서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을 질의응답 형태로 재구성했다.

-창업의 계기를 듣고 싶다.

“원래 토목공학을 전공해 대우조선해양 연구소에서 해저구조물을 연구·설계했다. 공부하면서 환경에 대한 부채의식이 커졌고, 언젠간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2016년 6월 첫째가 태어났는데 아이가 태어나면 시작하지 못할 것이란 위기감에 5월에 창업했다. 혼자 시작했는데 지금은 18명이 함께한다. 회사를 처음 시작할 땐 ‘그렇게 깊은 바다에서 가스나 오일을 캐는 시설도 만들었는데 쓰레기쯤 못 막겠어’라고 생각했다. 남들이 안 하는 건 다 이유가 있었다. 플라스틱 차단시설은 바다에 오일펜스를 설치하는 일과 비슷한데, 물에 떠 있는 플라스틱이 만드는 힘에 대한 연구가 어느 곳에서도 이뤄진 적이 없었다.”

-해양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호주에 휴가를 갔을 때 사람들이 바닷가에선 물 한병, 맥주 한병을 마셔도 사람을 의식하고, 감자튀김 같은 것도 가져오지 않는 모습을 봤다. 2014년부터는 산호에 영향을 주는 자외선 차단제도 바를 수 없게 됐다. 바다 정책이 수산에 맞춰져 있는 우리와 태도부터 달랐다. 해양쓰레기로 인한 피해가 3000조원에 달한다고 하지만 숫자는 의미 없다. 환경문제 해결은 오염원 관리에서 시작한다. 사람 혈액 속에도 미세플라스틱이 흐른다고 하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은 플라스틱이 바다로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밖에 없다. 그래서 하천부터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해법은.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최악의 방법은 옷을 만드는 일이다. 옷을 만들면 혼방해서 쓰기 때문에 순환고리가 끊어진다. 다시 순환이 안 되는데 지구 입장에서 올바른 순환인가 고민해야 한다. 미국과 호주에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석유가 될 것으로 예상해 플라스틱 쓰레기를 땅에 묻는다. 땅이 좁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방안은 잘 태워 에너지로 회수하는 것이다. 소각하면 부피가 10분의 1로 줄어든다. 지금은 소각하면 10년을 쓸 매립지를 1년밖에 못 쓴다. 물론 그럼에도 재활용은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자원순환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니까. ‘해양쓰레기’라는 개념은 바닷물에 빠졌냐를 기준으로 한다. 소각이 중요한데 염분이 포함되면 소각장도 받아주지 않는다. 그래서 해양 플라스틱을 종류별로 발라내고, 염분을 떼어내야 한다. 바다에 들어가면 일단 녹조부터 시작해 따개비 등이 붙어 유기물을 없애는 기술이 필요하다. 페트병에서 라벨을 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천 쓰레기를 관리하고, 해양쓰레기의 전처리 기술과 인프라를 확보하고 재활용을 활성화하는 기반을 마련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하천 쓰레기 차단시설을 개발했다.

“초반에 하천에서 유출된 쓰레기는 보통 수면 아래 3m 내외에서 떠다닌다.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은 가벼워 뜨고 나일론은 가라앉는다. 대부분 어망은 이 두 종류다. 그런데 이게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는다. 해양생물이 붙어 가라앉는 경우가 많은데 가라앉으면 답이 없다. 포장재나 스티로폼은 육지에 있을 때보다 바다에서 훨씬 빨리 부식된다. 그래서 떠 있을 때, 초기 단계에서 건지지 않으면 안 된다.”

-해양 폐기물 자원순환 방안을 소개한다면.

“조개껍데기와 어망을 활용한다. 인간은 굴 전체 무게의 9%만 먹고 나머지는 버린다. 다른 조개도 마찬가지다. 굴껍데기만 1년에 40만t이 나오고, 꼬막껍데기도 모두 불법 매립하고 있다. 이걸 잘 처리하면 콘크리트 재료로 쓸 수 있다. 어망도 분쇄해 파이버로 이용하면 구조물의 인장 강도를 높여 철근을 대신해 쓸 수 있다. 철근을 해양 구조물에 쓰면 염분에 약해 수명이 짧은데 어망을 쓸 경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의류 폐기물은 분쇄해 고형연료로 쓰는데 이때 제일 자르기 어려운 게 스타킹이다. 분쇄기에서 잘리지 않고, 말려들어가기 때문이다. 어망도 마찬가지라 분쇄 기술 개발에만 2년이 걸렸다. 폐어망을 수거해 재활용하고, 꼬막을 수거해 3D 프린팅 재료로 사용하는 프로젝트를 제주에서 오는 5월부터 시작한다. 제주에 뿔소라가 유명한데 그 껍데기도 어마어마한 수산 폐기물이 되고 있다. 그걸 가공해 콘크리트로 쓰거나 3D 프린팅해 로컬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

-플라스틱 문제를 ‘도모지’라는 말로 표현했다.

“조선시대 가톨릭 박해사를 보면 도모지란 형벌이 나온다. 결박한 후 물에 적신 창호지를 얼굴에 한장씩 발라 질식해 죽게 했다. 우리에게 플라스틱이 이와 같다. 지구가 만드는 산소의 70%를 바다가 만들고, 사람이 먹는 단백질의 60% 이상을 바다가 공급한다. 모든 것을 품는다는 뜻으로 ‘어머니 바다’라고 하지만 그렇게 큰 바다의 온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해빙기라 전적으로 인간의 잘못은 아니지만, 온도 상승의 기울기가 바뀐 건 분명 사람이 한 일이다. 그래서 기후 문제에서 바다를 논의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들이 나서야 하는 이유는.

“아이들이 바다에 가면 쓰레기를 주웠다고 자랑스럽게 뛰어온다. 사람들의 죄책감이 늘어가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건 해법일 수 없다. 어떻게든 기업이 해결해야 한다. 기업이 해법을 내놓지 않으면 사람들은 기껏 덜 소비하고 주우러 다니는 수밖에 없다. 환경오염을 해결하려면 결국 더 생산하고 더 소비하는 식으로만 굴러가는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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