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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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 실현하는 창업가들에 더 많은 지원을”

기술과 자본은 종종 기후위기의 주범이라고 비판받는다. 하지만 지구를 살리는 기술, 기술을 이끌어내는 자본의 역할을 고민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사단법인 ‘다른백년’이 지난 4월 4일부터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아카데미를 선보이고 있다. 어떻게 기후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해 갈 것인지를 현장을 뛰며 고민해온 스타트업 경영자들이 차례로 연단에 선다. 발표와 질의응답, 토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청중과 소통하면서 더 나은 길을 탐색한다. 아카데미는 오는 7월까지 이어진다. 치열한 고민과 뜨거운 소통의 현장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가 4월 4일 진행된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아카데미에 참석해 강연과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 다른백년 제공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가 4월 4일 진행된 ‘비즈니스 액티비스트’ 아카데미에 참석해 강연과 질의응답을 진행하고 있다. / 다른백년 제공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과 투자를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회적기업가이자 임팩트 투자자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스타트업의 미래를 보고 도전에 가까운 투자를 유치하고,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결국 건너지 못하고 좌절하는 ‘죽음의 계곡’을 건널 수 있게 든든한 자금줄을 마련한다. 그는 기후와 생태 문제뿐만 아니라 다방면의 사회문제 해결에 일조하는 임팩트 투자의 관점에서 스타트업 경영자와 투자자를 만난다. 냉정한 자본의 생리가 지배하는 투자업계에서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스타트업들은 어떤 지향점을 찾고 나아가야 할지 그에게 들어봤다.

-임팩트 투자는 사회적 책임에 주목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투자와 회수가 원활히 진행될지 궁금하다.

“나는 자본을 가지고 창업하는 분들에게 투자하는 사람이다. 투자는 굉장히 분업화돼 있는데 우리 회사는 그중에서도 가장 초기, 보통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이 단계 기업에 대한 투자를 엔젤투자라고 부르듯 말 그대로 정말 천사가 아니면 못하겠구나 하는 정도로 진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투자하는 경우다. 우리가 투자를 유치한 107개 기업 중 90%는 우리한테 받은 투자가 그 기업엔 첫 번째였다. 우리는 이들을 성장시켜서 그다음 단계 투자자들한테 보낸다. 이들이 이후 다른 투자자로부터 얼마나 추가 투자를 받는지, 그리고 향후 늦어도 5년 안에 매각되는지에 따라 우리에 대한 평가가 내려진다.”

-특히 기후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유엔 SDGs(지속가능발전목표) 기준에 의거해 나름의 기준으로 3가지 영역을 구분해서 투자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 관련, 교육과 기회 관련 그리고 지속가능한 환경 이렇게 3가지인데 최근에는 기후 쪽에 집중하고 있다. 다른 영역에 투자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우리 역시 자본가들이나 기관한테 가서 돈을 빌려야 하는데 그때 주목적 투자로 설정한 영역이 기후·환경 분야다. 환경에 집중하기로 한 이유는 그쪽이 앞으로 투자를 하면 가장 큰 이익이 날 거라고 판단해서이고 어찌 보면 그게 제일 중요하다. 회수를 못 하면 자선가라 불릴 수는 있어도 투자자로 불리려면 당연히 수익이 중요하니까.”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해 자본이란 도구를 쓰기로 택한 이유는.

“신화와 상징 이야기를 좀 하자면,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줘 제우스한테 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가 사실은 ‘인간의 아버지’라고 볼 수 있다. 제우스는 최고신이어서 폭력을 수반하는 최고의 힘을 갖고 있다. 반대로 프로메테우스는 그러한 폭력에 거의 최초로 대항한 신, 그래서 나는 그를 액티비스트의 선조라고 본다. 그런데 오늘날의 제우스는 어디에 있느냐 할 때, 자본주의의 시대이니 그 막강한 힘을 가진 건 자본이다. 따라서 그 불(자본)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우리가 원하는 사회변화를 추동하는 데 굉장히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자본 때문에 만들어진 시장 실패가 여러 문제를 낳기도 하지 않나.

“경제학 용어로 외부 경제와 외부 불경제라는 표현을 쓴다. 외부 경제는 의도한 결과지만 외부 불경제는 기업활동을 해서 환경이 오염되거나 노동자들이 고통받거나 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다. 외부 불경제를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정확히 예상할 수도 있겠지만 한계는 있을 것이다. 사람이라면 맛있는 것 계속 먹고 싶고, 돈 많이 벌고 싶고, 좋은 차 타고 싶어하니까. 그런 욕망을 어떻게 하면 적절하게 통제해서 지구의 지속가능성과 공존하게 만들 수 있는지, 그 길을 찾아내고 싶다.”

-시장의 힘으로 지금의 위기 또한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보나.

“애덤 스미스의 시각으로 봤을 때 불평등을 모두 없애기란 어렵다. 그렇지만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불평등이라는 게 있다. 환경오염 역시 감내할 수 있을 정도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자연의 회복 능력을 넘어서는 정도의 환경오염을 피하는 게 우리가 할 일이다. 애덤 스미스의 대표 저서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을 보면 동시에 이런 얘기도 한다. 자신이 행복하려면 타인의 행복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 역시 ‘기업도 사회의 일부다’ 이런 얘기를 한다. 그래서 나는 과거가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던 시기라고 한다면 이제는 ‘보이지 않는 심장’의 시대가 온 것 같다. 좀더 공감의 정신을 발휘하는 시대로 넘어가야 하는 시점이 됐다.”

-그렇다면 오늘날 임팩트 투자와 사회적 역할을 하는 기업의 영향력도 더 커지겠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대부분은 기업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이란 비용을 들여서 재화를 생산하고 그 재화를 비용보다 비싸게 팔아 이익을 얻는다. 그런데 기업은 창출해내는 밸류, 즉 가치로 규정된다. 이 가치가 단순히 이윤이냐, 아니면 사회 전반에 가져다주는 영향이나 효용, 즉 임팩트 내지는 베네핏이냐 하는 식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어떤 효용이나 편익을 갖다주느냐는 식으로 기업과 투자의 개념도 달라지고 있다.”

-글로벌 자본주의의 시대에 임팩트 투자 역시 해외에선 더 앞서나가고 있다. 한국의 현실과 앞날은 어떻게 보나.

“세계적으로 임팩트 투자를 개념화하기 시작한 때가 2007년 무렵이었다. 이전에도 임팩트 투자가 있긴 했다. 그 시초를 17세기 노예무역에 반대하던 퀘이커교도들이 돈을 모아 노예를 산 뒤 풀어주던 행동으로 본다. 그랬던 것이 오늘날엔 일반 자본의 영역까지 넘어왔고, 국내에서도 2018년부터 주목할 변화가 나타났다. 정부가 ‘임팩트 펀드’라는 이름으로 기후와 생태 문제 등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볼륨이 커지기 시작했으나 아직 전체 규모가 1조원도 안 된다. 그러니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투자사치고는 흔치 않은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첫 번째가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즉 투자자로서 창업팀을 발굴해서 성장을 돕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펠로십, 즉 1년에 일정 규모의 인원을 뽑아 지원금을 지급하는 일이다. 적어도 그들 중 30%는 창업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후문제 해결 같은 사회적 가치 창출에 뛰어든 창업가들은 그 대가로 본인들이 뭘 포기해야 하는지 알면서도 그 길을 선택한 분들이니 더 많은 지원을 받아야 한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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