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여성 위협하는 난소암 극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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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반강 깊은 안쪽에 있는 난소는 난자를 생성하고 여성 호르몬을 분비하는 중요한 생식기관이다. 여성과 모성의 건강을 모두 해치는 난소암은 한해 3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전체 여성 암 사망자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만큼 ‘독한’ 암으로 꼽힌다.

남은지 교수가 외래 진료에서 난소암의 발병 양상과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 연세암병원 제공

남은지 교수가 외래 진료에서 난소암의 발병 양상과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다. / 연세암병원 제공

남은지 연세암병원 부인암센터 교수(산부인과)는 “초기 자각 증상도 거의 없어 난소암은 한번 발생하면 그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특징을 보인다”면서 조기진단과 적극적인 대처를 당부했다. 불과 3~6개월 전에 받은 부인과 초음파 및 난소암 종양표지자 혈액검사 등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던 환자들이 자신의 암 판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는 안타까운 사례도 종종 접한다고 한다.

자궁경부암은 신뢰도 있는 검진법과 예방백신이 나와 있지만, 난소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표준 검사법은 없다. 이런 한계로 난소암 환자의 70%가 3기 이상에 들어서 암세포의 복막 전이에 따른 복수 발생으로 아랫배 통증과 복부 팽만, 만성 소화불량, 배뇨장애 등으로 소화기내과와 비뇨기과를 찾았다가 뒤늦게 진단을 받는다.

난소암의 예방과 조기진단을 위해서는 본인이 고위험군에 속하는가를 아는 게 중요하다. 남 교수는 “난소암 환자의 20%는 유전성 유방암 또는 난소암과 관련이 있다”면서 “가족과 친척 중에 난소암이나 유방암을 앓는 이가 있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필요한 검진과 함께 BRCA1 유전자 변이 여부를 파악하는 유전자 검사를 해보라”고 조언했다.

유방암과 난소암 가족력을 가진 미국 유명 여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BRCA1 유전자 변이가 있음을 확인하고, 2013년과 2015년 예방적 유방 전 절제술 및 난소 절제술을 통해 본인의 암 발병을 극복해 세계적으로 화제를 낳았다. 한국은 2017년부터 난소암 환자들에게 유전성 발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 분석 검사를 ‘건강보험 급여화’했다. 12세 이전에 초경이 이르게 왔거나 늦은 폐경이 온 여성, 임신 및 출산 경험이 없는 여성 등도 난소암 발병 위험군에 속한다.

난소암의 치료 원칙은 ‘수술 후 항암약물 치료’다. 남 교수는 “전이가 심하면 수술할 수 없는 다른 암과 달리 난소암은 3~4기 병기에서도 적극적인 수술로 난소암 조직을 제거하는 ‘종양감축술’을 시행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난소암은 재발률도 높아 첫 수술에서 암을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 이때 난소암세포가 전이된 대장과 간, 방광 등의 절제도 필요할 수 있으므로 부인암 전문의와 더불어 외과와 비뇨의학과, 흉부외과 전문의도 포함한 연합 수술팀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최근에는 난소암 표적 항암치료제로서 암 조직의 신생혈관 생성을 차단하는 ‘베바시주맙’이나 PARP억제제 그리고 암세포에 대한 체내 면역세포 반응을 유도하는 ‘면역관문억제제’ 등을 환자 특성에 맞춰 조합해 쓴다. 이들 수술적 기법과 항암약물 발전으로 최근 20년 동안 난소암의 치료 성적은 꾸준히 높아졌다.

예고도 없이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난소암은 50~60대 폐경기 이후의 중년 여성층에서 가장 많이 발병하지만 20~30대 젊은 여성들의 발병 비중도 적지 않다.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매년 질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포함한 정기검진을 통해 자신의 건강을 지켜야 한다.

<박효순 의료전문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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