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사회공헌과 수익 동시에 잡는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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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사람들이 외국 기업들에 기대하는 것은 선진기술 이전, 일자리 창출, 베트남 내에서 사회적 환원 등 크게 세가지다. 사실 이러한 기대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신흥개발 국가들의 공통사항이다.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에서도 해마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비해 환원에 인색하다는 기사가 나올 정도다. 그러니 신흥개발국 베트남에 진출하는 기업 운영자들은 이들이 외국 기업에 바라는 바를 신경 써야 한다. 실제로 제조업체의 경우 선진기술 이전과 많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기대에 부응하지만 금융, 유통, 소비재 판매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베트남에서 벌어 해외로 돈을 빼내어 간다’는 선입견이 강하다. 그래서 해외 기업이 신흥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반드시 사회공헌활동을 함께 벌여야 한다.

호찌민산업대학교 내 LKIC 센터에서 제과제빵 과정을 수강 중인 학생들 / LKIC 제공

호찌민산업대학교 내 LKIC 센터에서 제과제빵 과정을 수강 중인 학생들 / LKIC 제공

“CSR에서 CSV로 넘어가고 있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장학사업, 도서 기증, 집 지어주기와 같은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해당 기업의 특성이 묻어나지 않고 일회성 사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19 발생 전만 하더라도 한국 기업들이 본사 직원들에게 형형색색의 조끼를 입혀 보육원 아이들과 놀아주기, 저소득층에 음식 전달하기 등 당장 홍보하기 쉬운 사회공헌활동을 했다. 해외봉사활동 역시 직원들 포상 성격이 있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기도 했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전문가이자 국제개발협력 컨설턴트로 베트남에서 활동 중인 진동현 LKIC (LOTTE-KOICA-IUH Service Training Center) 센터장은 “기업이 수익 창출 이후에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CSR에서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인 CSV(Creating Shared Value)로 넘어가고 있다”며 “현재의 추세로 볼 때,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해당 기업의 사업 내용과 직접적으로 연계해 추진할 경우 효과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여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중 사업과 연계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한국의 좋은 기술과 경험을 전수한 여러 사례가 있다.

하나. 베트남 CJ 뚜레쥬르+KOICA 제과제빵학교 지원 사업(2013년~현재) 베트남 베이커리 1위 업체인 CJ 뚜레쥬르는 2013년 한국국제협력단 코이카와 함께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타이응우옌성에 제과제빵학교를 설립했다. 현재까지도 응우옌 지역 사람들은 무상으로 교육을 받고 있으며, 교육 과정의 졸업생들은 뚜레쥬르 제빵사로 취업하거나 본인 스스로 베이커리를 창업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여성 암환자들을 위해 메이크업을 해주는 아모레퍼시픽 직원 / 아모레퍼시픽 베트남

베트남 하노이에서 여성 암환자들을 위해 메이크업을 해주는 아모레퍼시픽 직원 / 아모레퍼시픽 베트남

둘. 롯데그룹+KOICA의 베트남 유통서비스 산업 상생 발전 역량 강화 사업(2017년~현재) 롯데그룹 역시 2017년 코이카와 공동으로 베트남 호찌민산업대학교에 LKIC라는 유통서비스 교육센터를 개설해 베트남에서는 생소한 개념인 유통 및 서비스 관련 교육을 하고 있다. 현재 1200여명에 달하는 수료생을 배출했으며, 특히 유통 실무 구직자 과정, 베이커리&델리카 실무 구직자 과정 수료생들은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롯데호텔,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등 롯데의 유통서비스 계열 법인에서 현장 실습을 벌이는 한편, 우수 수료생에게는 취업 기회까지 제공하고 있다.

셋. 아모레퍼시픽의 여성 암환자들의 자신감을 북돋워주는 행사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2015년~현재)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회사답게 2015년부터 ‘메이크업 유어 라이프(Make Up Your Life)’라는 캠페인명으로 암 치료 과정에서 탈모, 피부 변화 등 급작스러운 외모 변화로 심적 고통을 겪는 베트남 여성 암환자들에게 화장 노하우를 전수하는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판매 사원들이 여성 암환자들의 자신감 회복과 빠른 일상 복귀를 돕고 있다.

펩시의 ‘명절 고향 보내주기’ 큰 호응

지금까지 소개한 한국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은 자신들의 사업 영역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면서 기업의 홍보가 노골적으로 드러나지 않게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는 모범적인 사례다. 이외에도 글로벌 음료 기업 펩시는 마케팅 프로모션인지, 사회공헌활동인지 분간이 안 되는 감성 자극 이벤트로 베트남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펩시의 설 명절 고향 보내주기 프로젝트 포스터 / 펩시 베트남

펩시의 설 명절 고향 보내주기 프로젝트 포스터 / 펩시 베트남

하나. 펩시의 설 명절 고향 보내주기 프로젝트(2013년~현재) ‘설에는 고향에 가야 한다’는 정서가 한국인과 비슷한 베트남에서는 설날이면 민족 대이동 전쟁이 벌어진다. 대중교통 수단이 부족하다 보니 오토바이를 이용해 2박3일 동안 고향에 가는 사람들이 상당수다. 그래서 펩시는 2013년부터 설날에 집에 돌아가고 싶어도 주머니 사정 때문에 고향에 가기 힘든 젊은층을 대상으로 고향 보내주기 이벤트를 하고 있다. 항공기를 전세 내 1000㎞ 넘게 떨어진 곳은 비행기로, 그 외 지역은 전세버스를 동원해 사람들을 집으로 보내주고 있다. 마케팅 이벤트에 가깝지만 베트남 고객들은 사회공헌활동으로 받아들인다.

둘. 농축산용품 업체들의 농민 대상 사회공헌활동 베트남 로컬 비료, 농약 기업인 록쩌이(Loc Troi)그룹은 최종 소비자인 농부들을 중심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다. 2004년에 설립한 기금을 통해 12년 동안 가난한 농부들에게 7000건 이상의 녹내장·백내장 수술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비료와 농약을 안전하고 환경을 해치지 않게 사용하는 교육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다.

베트남 2위 사료업체인 그린피드 베트남(Greenfeed Vietnam)은 가난한 축산 농민들이 돈이 없어 자녀들을 학교 보내지 않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2년간 무이자로 VND 2000만동(약 100만원)을 빌려준다.

이외에도 다양한 기업의 재미나고 다채로운 사회공헌활동이 무궁무진하다. 보다 많은 한국 기업이 창의적이고 감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유영국 「왜 베트남 시장인가」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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