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핵심만 추려본 ‘2021 노동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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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건, 1년 동안 제기되는 민사 본안사건 수입니다. 형사 공판 사건은 약 35만건(2021 <사법연감> 기준)입니다. 법원은 2021년에도 수많은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몇몇 대법원판결은 알아두면 의미가 있습니다. 많은 사람의 피·땀·눈물이 섞인 대법원판결은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고, 실생활과 관련 있기 때문입니다.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누구나 신입사원이 되고, 연차가 몇개인지 여부는 큰 관심입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1년 기간제 근로자의 연차휴가일 수가 11일인지, 아니면 26일인지 논쟁이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10월 14일, 1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연차휴가는 26일이 아닌 11일이라고 판결, 최대 26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한다는 기존의 고용노동부 행정해석과 반대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판결 이후 모든 신입사원이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노동법과 관련된 사건들은 대체로 해고(신분), 임금(돈)이나 안전(산재), 노조(집단)에 대한 사건들이 주류입니다. 2021년 한해 동안 선고됐던 대법원판결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해고 대표이사의 배임·횡령의 부정행위를 의심하며 일부 팀장급 직원에게 e메일과 SNS 메시지를 보냈다는 이유로 임원을 해고한 경우 ‘그 임원의 행위가 사회 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행위’로 보아 부당해고로 판단했습니다. 노조위원장이 공공기관 방침에 반해 경영성과급 재분배를 주도했다 해서 파면한 것은 (그 직무상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므로) 부당하다고 본 사건도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의 해고 제한 기간에 ‘부분 휴업’이 포함되고, 요양 중인 ‘시용’ 근로관계에도 이러한 해고 제한이 적용된다고 보아 시용 근로자를 보호했습니다. 근로자에 대한 불이익 처분이 징계절차를 밟아야 하는 징계의 일종으로 규정돼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그 불이익 처분은 징계절차를 밟지 않고 인사명령을 한 경우 무효라고 본 사건도 눈에 띕니다.

정리해고 사건으로, 회사가 일부 사업을 폐지하면서 그 사업 부문에 속한 근로자를 해고할 때 근로기준법 제24조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해고는 무효라고 봤습니다. 일부 사업 폐지의 경우에도 정리해고를 적용해 부당해고라고 본 사건입니다. 반면 정당해고 사건도 있습니다. 문화방송이 동료 직원들의 회사 충성도 평가 관련 문건(블랙리스트)은 상호인격을 존중해 직장의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고 정한 사규 위반으로, 블랙리스트 작성 영상기자 해고가 정당한 징계권 행사라고 봤습니다.

저성과자 해고문제. 업무수행실적이 장기간 저조한데도 이를 개선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저성과자를 해고해도 위법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3년간의 종합인사평가와 성과평가결과를 기준으로 하위 2% 산출, 수차례에 걸친 직무경고와 직무교육에도 불구하고 재차 최저 등급을 받은 사건입니다.

해고 절차와 관련, 해고 결정 ‘회의록’ 사본 교부도 근로기준법 제27조 ‘해고 서면통지’로 인정됐습니다. 기간제 근로계약이 종료된 후 갱신 거절의 통보를 하는 경우까지는 ‘해고서면 통지의무가 없다’고도 봤습니다. 반면 해고 대상자가 해고 사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더라도 계약종료통지서에 해고 사유를 ‘전혀’ 기재하지 않았다면 위법하다고 본 사례도 있습니다.

임금, 근로시간 ‘야간교대 수당’(제4조 3교대 조의 심야조 근무), 임금 인상 합의 타결 직전에 퇴직한 근로자의 소급분 임금, 업적연봉도 각각 통상임금으로 보아 임금 추가청구를 인정했습니다. 반면 삼성SDI가 실제 평일 연장·야간근로시간을 별도로 산정하지 않은 채 월급제 근로자에게 지급한 ‘기본급 20% 상당액’ 고정시간외수당의 경우 이례적으로 통상임금을 부정했습니다.

‘대기시간’과 ‘휴게시간’ 관련해서는 버스회사 기사들이 대기시간 동안 청소나 세차 등의 업무를 했더라도 이 시간에 식사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등 휴식을 취했다면 대기시간 전부를 근로시간으로 볼 수 없다고 했습니다. 반면 아파트 경비원들이 근로계약에 명시됐던 휴게시간(1일 6시간), 산업안전보전교육 시간(매달 2시간)에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시간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근로자성 인정 사건도 많았습니다. 정수기 설치·AS 엔지니어, 웨딩플래너, 전속적 화물 운송기사, 비율급제 학원강사도 근로자로 인정돼 노동법의 보호(퇴직금·산재)를 받게 됐습니다. 다만 장기간 동업 약정을 체결한 미용사의 근로자 지위는 부정했습니다

차별사건 관련, 교육공무직원 임금체계가 호봉제 이외에도 연봉제, 일급제 등으로 다양하고 이에 따라 개별교육공무직원들이 지급받은 임금액에 다소간의 차이가 발생하지만, 차별적 대우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임금 차별이 부정된 사건이 다수 있었고, 앞으로도 차별 구제신청 사건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휴가 관련, 여성 근로자 생리휴가 청구의 경우 생리현상의 존재까지 입증하라고 하는 것은 인권에 대한 과도한 침해이므로 청구에 따라 생리휴가를 부여해야 한다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안전, 괴롭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3년을 맞아 전에 없었던 사건도 다수 있었습니다. 이사가 나뭇가지로 계약직 여직원의 엉덩이를 때리고, “네 다리가 가늘고 새하얗다. 왜 이렇게 살이 쪘냐?”라고 말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선언한 첫 대법원 사건이 있었습니다. 동료와 성관계를 했다는 소문과 “앞으로 과부는 절대 안 뽑는다”라고 한 회사의 성희롱 손해배상책임 사건, 근로자들 싸움을 알 수 있었던 회사의 손해배상책임 사건도 의미 있습니다. 대학교원의 강의 배제에 대한 위자료 인정 사건도 있었습니다.

산업재해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의 증명책임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데, 여전히 근로자 측에게 있다고 했습니다. 근로자 측이 열심히 증명하지 못하면 소송에 패소한다는 의미입니다.

건강검진으로 병을 발견하고도 업무부담으로 계속 일하다가 결국 단기간 내에 합병증으로 사망한 경우 인정된 산재 사건, 특정 직종 종사자의 가동연한 만 65세라는 판결, 분할도급을 했지만 사업의 전체적인 진행 총괄을 인정해 산업안전법상 책임을 인정한 사건, 대형 조선소 작업 현장에서 크레인끼리 충돌해 수급 근로자들이 사망한 사건에서 삼성중공업에도 책임을 인정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한용현 법률사무소 해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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