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코로나 엎친 데 임대료 덮친 외식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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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올해 4월 말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하노이, 호찌민 같은 대도시 식당과 카페에 대한 영업중단이라는 초강경 정책을 5개월이나 시행했다. 1년의 절반가량을 영업을 못 하고 임대료와 직원들 급여는 고스란히 책임져야 하는 외식업계들이 줄도산하고 있다.

하이랜드 커피 하노이 매장 / 베트남 언론 VNEXPRESS, 하이랜드 커피 임대료 미납 분쟁을 다룬 현지 언론(사진 우측 아래) / 베트남 언론 뚜이쩨

하이랜드 커피 하노이 매장 / 베트남 언론 VNEXPRESS, 하이랜드 커피 임대료 미납 분쟁을 다룬 현지 언론(사진 우측 아래) / 베트남 언론 뚜이쩨

베트남 전국에 16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2019년 2조2000억동(약 1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베트남 1위 커피전문점 하이랜드 커피(Highlands coffee)는 5개월간의 영업중단 조치로 매장이 입점한 건물의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위기를 겪고 있다. 하이랜드 커피의 모기업인 슈퍼푸즈 그룹(Superfoods Group)은 호찌민을 중심으로 전국에 5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인 쌀국수 전문점 포24(Pho24) 역시 소유하고 있어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베트남의 대표적인 외식업체인 레드선(Redsun)은 2019년까지만 해도 15개 식당 브랜드와 200여개 직영 매장을 운영했다. 연간 6230억동(약 311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곳인데 회사 내부적인 문제와 5개월간의 봉쇄 여파가 겹치며 협력업체들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 하는 위기에 봉착했다. 그외 수많은 외식·음료 업체가 매장을 대폭 축소하거나 임대료 문제로 건물주와 소송으로까지 비화하고 있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낼 기회

하지만 지금 베트남 외식 시장 상황을 꼭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어보인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전 베트남 외식 산업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곳이었다. 세계적인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베트남 식음료 시장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을 기록했다. 2020년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금지하면서 성장이 둔화했지만, 외국인을 상대로 한 고가 식당들은 베트남 중산층을 위한 중고가 식당으로 빠르게 변해갔다.

베트남은 지난 4월까지만 해도 2개월 연속 코로나19 확진자가 없었고, 설사 확진자가 나와도 하루에 10명 미만 수준이어서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인식됐다. 이 때문에 베트남 외식 산업은 새로운 내수 수요를 창출했다. 더운 나라 특성상 집보다 외식 문화가 발달한데다 베트남 사람들의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중산층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다. 베트남 외식 산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해외 투자자들은 상당한 자금을 투자했고, 베트남 신생 외식 브랜드들도 급증했다. 그러다 보니 호찌민과 하노이 주요 상권을 확보하려 외식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졌고, 그 결과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베트남 언론 VnExpress는 11월 9일 ‘코로나로 인해 베트남 외식업이 위기를 겪고 있다’는 기사에서 식당들의 임대료가 전체 매출의 15~30% 수준이라며 비싼 임대료가 외식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베트남 국영 방송 VTV의 지난 6월 8일자 보도를 보면 호찌민 도심에서 1~2층을 합친 면적이 100㎡ 상가의 코로나19 이전 월세는 1억7200만동(약 860만원)이었다. 공장 근로자의 한달 급여가 약 25만원 수준인 베트남에서 부동산 가격은 지나치게 높다. 그러던 임대료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30%까지 하락했지만, 여전히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하락하고 있다.

도시 봉쇄로 5월 7일부터 영업을 중단한다는 식당 안내문 / 유영국 제공

도시 봉쇄로 5월 7일부터 영업을 중단한다는 식당 안내문 / 유영국 제공

베트남 외식업계의 어려운 상황은 역설적이게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한국 외식업체에는 절호의 기회다. 앞서 사례로 들었던 하이랜드 커피와 포24를 보유한 슈퍼푸즈의 지분 50%는 필리핀의 세계적인 외식업체 졸리비가 소유하고 있다. 거기에 2019년 졸리비와 슈퍼푸즈는 세계적인 커피체인 브랜드인 커피빈을 공동 인수했다. 동남아시아 외식업계의 거대 공룡 업체인 것이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베트남 외식업계에 자리를 확고하게 잡고 있던 이런 공룡들이 넘어지고 있다. 게다가 수익에 발목을 잡는 임대료마저 대폭 낮아지고 있으니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한국 외식업체에는 지금의 위기가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우리에게 당연한 게 베트남에선 다르다

베트남에 처음 오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 중 하나가 “더운 나라이니 팥빙수나 냉면이 잘 팔리겠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류의 원조이자 미역국과 김치를 만들어 먹을 정도로 한식을 좋아하는 베트남에서 냉면과 팥빙수는 모두 실패했다. 베트남 진출 초기 지인들에게 물어보면 한결같이 “음식은 따뜻하게 해서 먹어야 맛이 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베트남을 상징하는 음식 중 하나인 쌀국수 역시 뜨거운 국물에 말아 먹는 것인데 한국인 기준에서 베트남 시장을 판단한 것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식당에서 즐겨먹는 메뉴 중 하나가 돌솥비빔밥이다. 일반 비빔밥보다 계속 따뜻하게 먹을 수 있어 돌솥비빔밥을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몇년 전 고급 호텔식당에서 시작한 돌솥쌀국수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 쌀국수 한그릇의 가격은 20만~23만동(약 1만~1만2000원). 단순하게 쌀국수를 돌솥용기에 담은 게 아니라 천연 재료로 맛을 내고 부드럽고 등급 높은 소고기를 쓴 쌀국수다. 베트남 상류층들 사이에서 베스트셀러 중 하나로 자리 잡았고, 이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들이 차츰 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로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니 한국 외식업체들이 베트남에 진출할 때 다양한 각도로 살펴봐야 할 사례다.

외국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할 때는 단순히 현지화된 메뉴 하나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현지 인력관리부터 품질 좋고 저렴한 식자재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고 까다로운 베트남 현지 인허가를 받아내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다. 이는 베트남 시장을 막연한 황금알을 낳는 시장으로 오인해 장밋빛 희망만 안고 진출해 실패했던 과거에 비해 시장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한국 외식업체들에 좋은 기회가 있기를 기원한다.

<유영국 「왜 베트남 시장인가」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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