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한국 음식의 불모지 인도의 한식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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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3일 인도 음식배달앱 선두주자인 조마토(Zomato)가 봄베이주식거래소(BSE)에 상장했습니다. 공모가의 38.25배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지난 13년간 상장액 500억루피 이상 기업 중에서 최고 공모가 기록을 세웠습니다. 조마토의 주당 공모가는 76루피였으며, 상장 당일 51.32%의 프리미엄이 붙은 115루피로 시작해 공모가 대비 65.59% 높은 125.85루피로 마감했습니다.

인도 뭄바이 BKC에 두 번째 지점을 낸 한식&일식당 ‘오리가미’/ 한유진 제공

인도 뭄바이 BKC에 두 번째 지점을 낸 한식&일식당 ‘오리가미’/ 한유진 제공

조마토는 2010년 설립해 온라인으로 고객과 식당, 배달 파트너사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파트너십을 맺은 식당들에는 고품질의 식재료와 주방도구 등을 공급하는 원스톱 조달 솔루션도 제공합니다. 조마토는 2017~2018년에 상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소프트뱅크라는 대투자자를 등에 업은 스위기(Swiggy)가 후발주자로 등장하면서 상장을 미루고 투자자 확보에 나서야 했습니다. 조마토는 앤트그룹을 비롯해 타이거 글로벌, 세쿼이아 캐피털, 코라 등에서 투자를 받았습니다. 지난 2020년에는 우버가 음식배달 사업부인 우버 이츠를 조마토에 매각했습니다.

조마토는 현재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적자 상태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식배달앱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면서 시장은 조마토를 고성장 기업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조마토는 2021년 3월을 기준으로 인도 내 525개 도시에 서비스를 제공하며, 총 38만9932개의 식당 파트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인도 외에도 23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이런 점들을 주목한 겁니다.

인도의 한국문화원 내에 있는 한식당 겸 카페 ‘달그락’의 전경과 판매하고 있는 비빔밥 / 한유진 제공

인도의 한국문화원 내에 있는 한식당 겸 카페 ‘달그락’의 전경과 판매하고 있는 비빔밥 / 한유진 제공

코로나19 이후 급성장한 음식배달 문화

기존에 인도에 음식을 배달해 먹는 문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화로 주문을 하면 식당에서 자체적으로 보유한 배달원이 소비자에게 배달해주는 문화가 잘 발달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식당별로 운영되던 주문배달을 하나로 통합한 음식배달앱이 등장하면서 소비자들은 다양한 음식을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주문할 수 있다는 점에 점점 만족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한 눈에 띄는 변화는 밀레니얼세대의 디지털 문화 확산과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의 증가입니다. 또 할인된 가격으로 즉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하고 라이프스타일과 식습관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여성들이 음식배달 트렌드를 주도한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인도 음식과 인도식 중식, 피자 파스타 및 패스트푸드가 주를 이뤘던 식문화가 일본의 스시, 한국 음식, 멕시코 음식, 각종 퓨전 음식 등으로 다양해지는 것도 주목되는 변화입니다.

스타벅스 커피를 배달 주문하면 종이팩 등으로 포장돼 배송된다. / 한유진 제공

스타벅스 커피를 배달 주문하면 종이팩 등으로 포장돼 배송된다. / 한유진 제공

인도에서 한국 음식은 4~5년 전까지만 해도 인도에 거주하는 한인 및 주재원, 출장차 방문하는 한국인과 한국에 거주했던 인도인 등으로 국한됐습니다. 보통의 인도인에게 한식은 잘 접하기도 어렵고 무엇이 한식인지도 잘 모르는 낯선 식문화였습니다. 그런 인도에서 팬데믹 기간을 지나면서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넷플릭스를 통해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인기를 끌고, BTS의 팬이 점점 더 늘어나면서 록다운으로 이동이 제한됐을 때 K드라마를 정주행하면서 조마토에서 한국 음식을 배달시켜 먹는 문화가 생겼습니다.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고, 배달 음식 메뉴로 인기가 높아진 후 이제는 라면, 소주, 김치, 김과자, 두부 등을 사서 집에서 직접 조리해 먹는 정도까지 변화했습니다.

인도의 한국문화원에 있는 식당 겸 카페인 ‘달그락’에는 비빔밥과 라면, 김밥, 볶음밥, 양념치킨 등과 빙수, 대추차 등도 판매하는데 인도인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습니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뉴델리를 중심으로 NCR과 구르가온 지역에 있는 한식당들은 팬데믹이 발발한 2020년 상당히 많은 한인이 한국으로 떠났지만, 그 빈자리를 인도인들이 채웠습니다. 인도인이 운영하는 뭄바이 한식당 중에는 구글과 애플 사무실이 있는 BKC 지역에 지점을 새로 낼 정도로 인기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인도 식당에서도 한국식 소스 옵션이 추가되거나 메뉴 중 한식이 추가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국 음식이 인도인들의 식문화에 보편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모르는 인도](16)한국 음식의 불모지 인도의 한식 붐

친환경 포장재 우선시

한국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고 난 후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용기를 보며 가끔은 과하다고 느낄 경우가 많습니다. 인도에서 조마토로 음식을 배달시키면 한국보다는 플라스틱 용기의 비중이 확실히 덜한 것 같습니다. 짜이 한잔이라도 배달해주는 게 인도 배달의 매력 포인트인데, 마치 액상스프 포장처럼 플라스틱 포장이 돼 옵니다. 포장지는 기본적으로 패스트푸드점에서 흔히 보는 종이백 포장이고요.

수저와 포크는 옵션으로 요청하면 나무포크와 종이빨대 등을 담아주고, 그 외에는 아예 주지 않습니다. 물론 주문하는 메뉴에 따라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만, 막상 살펴보니 의외로 불필요한 쓰레기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인도는 이미 2017년부터 플라스틱 포장재를 대체하려는 운동을 지속해왔습니다. 비닐봉지 대신에 재사용이 가능한 부직포백이나 재활용백 등을 사용하도록 했고, 초기 시행 때는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노력이 잘 정착해서인지 지금은 많은 부분에서 플라스틱 포장 비중이 낮아진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팬데믹을 기점으로 밀키트와 음식 포장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정마다 엄청나게 늘어난 플라스틱 용기 처리에 난감한 현실과 대조적이라고 느껴졌습니다. 팬데믹 이후 많은 나라가 음식배달 시장이 성장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인도도 예외는 아니었지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라이프스타일과 식습관, 식문화의 변화였습니다. 인도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나타난 급격한 변화는 앞으로 우리가 인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때 염두에 둘만 한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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