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영화 <당갈>은 인도의 현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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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가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2개, 동메달 4개 등 총 7개의 메달을 획득해 종합 48위를 기록했습니다. 1900 파리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이래 메달을 가장 많이 땄으며, 2008 베이징올림픽 10m 공기총 부문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13년 만에 얻은 값진 성과입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인도 국가대표 선수들. 왼쪽부터 창던지기 니라즈 초프라, 여자 역도 미라바이 차누, 남자 레슬링 러비 다히야, 여자 배드민턴 신두, 여자 복싱 로브리나 보르고핸, 남자 레슬링 바즈랑 뿌니아, 남자 하키팀 / 타임즈오브인디아

2020 도쿄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 인도 국가대표 선수들. 왼쪽부터 창던지기 니라즈 초프라, 여자 역도 미라바이 차누, 남자 레슬링 러비 다히야, 여자 배드민턴 신두, 여자 복싱 로브리나 보르고핸, 남자 레슬링 바즈랑 뿌니아, 남자 하키팀 / 타임즈오브인디아

올림픽 참가 선수단이 인도로 돌아갔을 때 인도 전체가 환대하며 그들을 맞이했고, 많은 인도 사람이 이번 결과에 기뻐했습니다. 메달리스트들에게는 역대 최고라고 할 수 있는 포상금이 주어졌습니다. 각 선수의 출신지역인 아삼, 마니푸르, 하리아나, 안드라프라데시주의 총리들은 메달리스트들에게 포상금 및 일자리를 줬습니다. 인도 스포츠단체 중 가장 자금이 많은 인도크리켓위원회(BCCI)는 창던지기에서 금메달을 딴 니라즈 초프라(Neeraj Chopra)에게 1억5000만원을 비롯해 은메달을 딴 선수에게는 7500만원, 동메달을 딴 선수에게는 3750만원을 각각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그외에도 인도올림픽위원회(IOA), 인도 최대의 에듀테크 회사 바이주스(Byju’s) 등도 각각 포상금을 지급했습니다.

이번 포상금과 환대가 의미 있는 것은 지금까지 인도에서 올림픽 메달리스트에게 포상금 같은 자금지원이 미미했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며, 스포츠에 대한 범국민적 태도가 변했다는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 아쉬움 큰 선수들

인도는 2020년에 이어 2021년 초 코로나19 2차 대유행까지 누적 감염자 수 2위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19는 스포츠계에도 타격을 입혔습니다. 인도가 과거 올림픽에서 우세를 보였던 하키는 이번에도 인도의 기대 종목이었습니다. 남자하키에 비해 다양한 인프라 지원이 열악했던 여자하키는 6명의 선수가 2차 대유행 때 코로나19에 감염됐습니다. 이들은 과학적이고 체계적 훈련으로 준결승까지 오르며 선전했음에도 강적 영국을 만나 아깝게 메달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영화 <당갈> 포스터 / 한유진 제공

영화 <당갈> 포스터 / 한유진 제공

한국의 박태상 코치가 지도해 여자 배드민턴 단식에서 동메달을 딴 신두(Sindhu) 선수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코로나19로 시합과 같은 훈련을 받기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1년 초 박태상 코치가 지도를 시작하며 훈련장소와 방식을 바꾸면서 코로나19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여자골프 4강에서 아쉽게 탈락한 아디티 아쇽(Aditi Ashok) 역시 LPGA 선수로 미국에 머물다가 비자 문제로 인도에 5월경 방문했을 때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내 회복했지만 체력이 약해져 결과적으로는 티샷 거리에 영향을 주었다고 했습니다.

일부 선수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해외로 나가 훈련을 지속하는 등 나름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극복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도쿄올림픽, 인도 스포츠 문화에 전환점 되나

한국에서도 흥행한 여자레슬링을 배경으로 한 영화 <당갈(Dangal)>은 인도 스포츠계가 처한 현실을 매우 사실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습니다. 스포츠에 대한 투자 부족, 취약한 인프라, 선수들에 대한 지원 및 대우 부족, 크리켓 및 카바디(Kabaddi)와 같은 비올림픽 종목에 편중된 열정과 같은 열악한 환경입니다. 여기에 여성이라는 이중, 삼중의 어려움을 이겨낸 주인공은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영화에서 보인 인도 스포츠계의 관행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모디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 치러진 2016년 올림픽에서부터입니다.

배드민턴 신두 선수(가운데)와 박태상 코치(앞줄 첫 번째) / The News Minute

배드민턴 신두 선수(가운데)와 박태상 코치(앞줄 첫 번째) / The News Minute

2012 런던올림픽 참가선수 83명이 처음으로 메달 6개를 획득하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의 저조한 성적을 나타내자 모디 정부는 수십년 동안 자금 부족과 부패로 얼룩진 스포츠 조직에 돈을 쏟아붓기 시작했습니다. 인도 내에서 주별, 종목별 스포츠 협회 등의 주최로 대회를 개최해 선수를 선발하고, 좀더 많은 선수가 경쟁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체계적인 훈련방법을 도입하는 등 인프라와 환경을 정비하고 구축해나갔습니다.

그 결과, 이번 올림픽에 18개 종목에서 126명의 선수로 구성된 인도 역사상 최다 분야, 최대 규모 선수단을 파견했습니다. 이들은 각각 다양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한 선수들이었기에 상당한 기대를 받고 출전했습니다. 비록 결과는 사상 최대 메달 획득이라고 하지만, 참가 선수의 전반적 기량과 숫자가 개선된 데 비해 아쉬웠다는 평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인도 스포츠 산업에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크리켓에만 집중됐던 국민적 관심이 처음으로 올림픽으로 쏠렸고, 메달리스트들에게는 큰 상금이 수여됐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인도에서 스포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는 노력이 계속돼야 할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수학과 과학을 잘하는 것이 더 우수하고, 스포츠를 하면 열등하게 여기는 인도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인도 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스포츠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또 다른 기량을 발휘하는 것이고 스포츠 문화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내부에서 나오는 자성의 목소리와 더불어 자금지원, 인프라 개선이 계속된다면 기량을 갖춘 많은 인도 선수들이 헝그리정신보다 기술과 전략을 바탕으로 다음 올림픽에서도 선전할 수 있으리라 기대해봅니다.

<한유진 스타라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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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