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해양생태계 변화 연구하는 윤석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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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아열대 바다, 먹을 건 별로 없어요”

여름의 끝자락에 강원도 고성을 찾았다. 송지호 해수욕장에 발을 담그고 있는데 아이가 비명을 질렀다. 해변까지 떠밀려온 해파리를 보고 놀란 것이다. 대접 크기의 투명한 몸체 안에 진한 갈색의 촉수 뭉텅이가 보였다. 찾아보니 독성 해파리인 노무라입깃해파리와 비슷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의 윤석현 해양수산연구사는 요즘 이런 해파리가 과거보다 더 잦은 빈도로 출몰한다고 했다. 20년 가까이 한반도 인근 해역의 생태계 변화를 추적해온 그는 해파리가 2000년대 초반 이후 본격적으로 대량 출몰한 하나의 이유로 기후변화를 들었다.

윤석현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가 9월 14일 부산 기장군 본원 위성해양정보실에서 한반도 해양생태계를 설명하고 있다.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윤석현 국립수산과학원 해양수산연구사가 9월 14일 부산 기장군 본원 위성해양정보실에서 한반도 해양생태계를 설명하고 있다.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날로 심각해지는 적조(식물플랑크톤의 이상 증식으로 바닷물이 황색·적갈색·다갈색 등으로 변색) 현상과 해파리 떼 출현을 기후변화의 전주곡으로 해석했다. 바다표층의 수온이 상승하면서 물의 순환이 느려져 생태계 먹이사슬도 악영향을 받는다. 지난 9월 14일 부산 기장군 국립수산과학원 본원에서 만난 윤석현 연구사는 “기후변화는 앞으로 더 가혹해질 것이다. 이제는 대응이 아닌 적응 전략, 즉 어떻게 하면 잘 적응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지, 이를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연구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해역의 생태계 특징은.

“해양의 면적은 넓지 않은데 전 세계 바다의 특징을 다 갖고 있다. 온대 해역의 특성을 보이는 공통점이 있지만 서해는 연안, 내만의 환경 특성이 나타나고 남해는 연안의 특성에 난류수의 영향을 받고, 중국 양쯔강과 육상의 영향도 크게 받는다. 동해는 대양의 축소판이라고 할 만큼 면적은 크지 않지만, 대양에서나 볼 수 있는 심층 순환이 발생한다. 온도 편차도 크다. 동해안의 경우 수온 편차가 15℃ 정도인데 서해의 경우 0℃에서 30℃까지 변한다. 겨울이 되면 발해만이나 랴오둥반도 안쪽으로 빙하가 형성돼 백령도에 있던 점박이물범이 이곳 빙하 위에서 새끼를 낳는다. 거리상 500㎞도 안 되는 제주는 아열대가 돼서 겨울에도 상당히 높은 수온을 유지한다. 좁은 범위 안에서 아열대에서 아한대가 공존한다. 각 해역의 특성이 상이해 어떤 상황이 발생할 때 해석하기가 쉽지 않다.”

-바다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인은.

“해양생태계는 공간적으로 부유생태계와 저서생태계로 나눌 수 있다. 부유생태계는 1차 생산자인 식물플랑크톤부터 이를 잡아먹는 동물플랑크톤, 그리고 수산자원으로 이용되는 어류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부유생태계에서 유래한 유기물이 바다 밑으로 떨어지면 이를 이용해 다양한 저서성 동물이 서식하고, 이들은 넙치나 갈치 같은 저서성 어류의 먹이원이 된다.”

-기후변화가 해양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피부로 느끼는가.

“우리나라 주변 해역은 수온 상승률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해역 중의 하나이다. 지난 60년 동안 표층수의 온도가 1.23℃ 상승했는데 세계 평균이 0.5℃이니 2배 이상 빠르다. 그 영향으로 독도 지역에 아열대성 어류가 지속적으로 출현하고, 아열대성 산호의 서식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반면 냉수성 어종의 출현은 감소한다. 이는 사실 일반인에게 설명하기 편하려고 쓰는 방법이다. 중요한 건 기후변화로 생태계 구성요소가 바뀌는 것이다. 특히 바닥에 있는 1차 생산자, 그러니까 에너지 공급을 돕는 1차 생산자의 조성이 바뀌고, 얘네들의 전체적인 생물량에 변동이 발생한다. 그러면서 생산력이 조금씩 떨어진다. 공동 연구진들의 보고에 의하면 동해에서의 생산력이 유의미하게 감소하고 있다. 문제는 이게 지금부터 시작이고 본격적인 변화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바다의 수온이 1℃ 올랐다고 하면 많은 분이 ‘고작 1℃’라고 생각하는데 바다는 워낙에 용적이 크기 때문에 항상성이 있다. 사람 체온이 36.5℃에서 1℃ 오른 것과 같다. 열이 살살 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는데 지금 우리 바다가 ‘감기 초기’ 증상에 들어선 셈이다. 이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고, 감기약 같은 해결책이 없다는 게 문제다.”

-동해안의 잠재 수산생산성 감소는 어느 정도인가.

“10% 정도 떨어진 상태이다. 생산성이 높은 곳은 식물플랑크톤 중에서도 크기가 20㎛ 정도로 큰 편인 규조류가 우점(優占)을 한다. 얘들을 동물플랑크톤이 먹으면서 먹이연쇄가 발생해 생산력이 유지된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위는 뜨겁게 되는데 밑은 차갑다 보니 해수순환이 안 된다. 표층·저층 간에 순환이 안 되니 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영양염의 공급이 제한을 받는다. 그러다 보니 큰 애(식물플랑크톤)보다 1㎛ 정도로 박테리아 크기만 한 작은 애들이 우점을 하기 시작했다. 작은 애들은 똑같은 양이라고 해도 워낙 작아 위에 있는 생물이 잡아먹을 수 없다. 그 결과 먹이연쇄 과정이 복잡해졌다. 기존에는 큰놈을 큰놈이 잡아먹는 식으로 먹이연쇄 과정이 단조로웠다. 먹이연쇄 단계가 한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보통 에너지 전달 비율이 10분의 1 정도로 줄어든다. 세단계라면 밑에서 100을 생산하면 두 번째에서 10, 세 번째에서 1이 된다. 먹이연쇄가 복잡해져 다섯단계가 됐다고 하면 0.01이 된다. 기후변화로 먹이연쇄가 복잡해지면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수산자원의 잠재 생산성은 급격히 감소할 수밖에 없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수온 상승에 따른 영향은.

“장기모델을 돌려보니 2100년쯤 되면 동해의 수온이 4℃ 이상 올라갈 수 있다고 나온다. 그 정도로 올라가면 바다생물이 살기 어렵다. 온대 해역에 사는 것들은 수온의 내성 범위가 상당히 넓다. 0℃에서 30℃까지는 버틸 수 있다. 하지만 30℃를 넘어서면 못 산다. 지금 남해안의 경우 28℃를 넘어가는 고수온 때문에 양식장 피해가 상당하다. 자연생태계에 사는 것들은 깊은 바닷속으로 회피할 수 있지만, 양식장은 연안에 붙어 있다. 양식장을 물속으로 좀 깊이 넣는다고 해도 한계가 있다. 양식산업이 상당히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온 상승으로 아열대 해역이 늘면 어떻게 되나.

“아열대 바다가 보긴 예쁘지만, 바다에 먹을 건 별로 없다. 먹을 만한 고기는 거의 한대 해역에 산다. 큰 사이즈의 식물플랑크톤에 기반해 먹이연쇄가 단출하다 보니까 생산성이 상당히 많이 유지되면서 대구 같은 큰 물고기들이 살 수 있다. 아열대 해역의 경우 워낙 뜨겁다 보니 표·저층의 순환이 안 돼 영양염이 거의 없다. 기저 에너지를 공급하는 식물플랑크톤의 생물량 자체가 적고, 있어도 크기가 작아 이용하기 어렵다 보니 먹이연쇄가 복잡해져 실제 쓸 수 있는 수산자원의 양은 상당히 적다. 아열대성 어류인 참치가 올라오지 않냐고 하는데 그 양이 수산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도일지는 모르겠다. 제주를 중심으로 아열대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온대 해역의 계절적 극단성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부분적인 유입만 있을 것이다. 게다가 최상위 포식자인 참치의 자원량이 워낙 급감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보호하자는 움직임도 크다.”

-적조 발생이 빈번해지는 원인은.

“적조는 녹조와 비슷하게 부영양화된 정체 수역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우리 해역에서 적조를 발생시키는 코클로디니움은 그렇지 않다. 얘네는 영양분이 별로 없는 깨끗한 바다에서 발생해 내해로 번진다. 경쟁생물이 우점할 때는 별것 아닌데 경쟁생물이 영양염을 소비하고 수그러들면 그 틈에 대발생한다. 1995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는데 근본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진 바가 없다. 기존 적조와 완전히 반대 현상을 보이니 해석하기 쉽지 않다. 기후변화와 연안 환경변화에 따른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추측한다.”

-해파리나 적조로 인한 피해는.

“아열대화가 되면서 다양한 독성 해파리의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해수욕객에게 피해를 줘 호주처럼 해수욕장에 가두리를 쳐야 할 상황이다. 어업에도 상당한 피해를 준다. 정치망이나 그물에 해파리가 걸리면 잘 떨어지지 않고, 같이 잡힌 물고기의 상품가치를 크게 떨어뜨린다. 원전 취수구를 막아 원전 가동을 중단시킨 사례도 있다. 적조 자체는 독이 없어 인간에 해를 주진 않지만, 용존산소 부족으로 어류가 죽게 돼 양식업은 큰 피해를 입는다. 자원의 관점에서 보면 아열대화는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크다.”

-바다의 산성도가 높아져 산호초가 죽는다고 들었다.

“해양의 산성도(pH)는 8.2로 안정적이었으나 최근 기후변화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로 인해 산호의 골격을 이루는 탄산칼슘의 형성이 방해를 받아 산호류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평균 pH가 8.2에서 8.1, 8.0만 돼도 산호에 심각한 영향을 줘 10~20%씩 개체수가 감소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갑각류도 탄산칼슘을 함유한 키틴질로 몸체를 구성해 산성화가 진행되면 이들의 생물량이 감소할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 해역에는 산호가 널리 분포하지는 않아 해양 산성화 때문에 산호의 서식처가 줄었다는 보고는 보지 못했다. 다만 서해의 산성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우려된다.”

-기후변화로 잠재수산량을 예측하는 모델 개발이 쉽지 않겠다.

“기후변화가 수온 상승이라는 물리적인 현상을 일으키고, 이는 해양 먹이망에서 주된 구성 요인의 조성 변화로 이어진다. 그 조성 변화가 수산 생산성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이 부분을 유심히 본다. 수산자원 변동을 사전에 예측해야 지속가능한 수산생산량을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물리나 화학과 달리 생물은 법칙으로 설명되지 않는 게 많다.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기상관측 모델을 만들어도 예측하기 어려운데 살아 움직이는 생태계의 변화를 완벽하게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최소한 방향성과 변동성을 예측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향후 연구하고 싶은 분야는.

“기후변화라는 말이 막연하게 들리던 1990년대에도 수온 상승이 먹이망과 수산자원에 미치는 변화가 클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해양생태계를 연구하는 사람 대부분이 기후변화와 떨어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환경변화에 따른 생물의 반응을 보는 게 생태학인데 그 환경변화의 가장 큰 주범이 기후변화이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로 받을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연구를 하고 있다. 선택이 아니라 살려면 해야 한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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