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스마트양식 연구 이동길 첨단양식실증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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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편한 양식 위한 기술 개발합니다”

어촌의 가구수와 인구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줄었다. 지난 9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어가수는 4만6000가구, 어가인구는 10만4000명이다. 2011년에는 각각 6만3300가구, 15만9300명이었다. 고령화 현상도 심하다. 어가 고령인구 비율은 2005년 18.8%에서, 지난해 36.1%로 증가했다. 일손이 부족한 농촌에서 자동화와 사물인터넷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팜이 관심을 받듯, 어업에서도 스마트양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동길 국립수산과학원 첨단양식실증센터장이 9월 28일 경상남도 진해에 있는 연구센터의 실시간 상황판 앞에 서 있다.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이동길 국립수산과학원 첨단양식실증센터장이 9월 28일 경상남도 진해에 있는 연구센터의 실시간 상황판 앞에 서 있다.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국립수산과학원(수과원)은 어업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스마트양식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첨단양식실증센터를 올해 초 경상남도 진해에 신설했다. 수과원에서 스마트양식 관련 실증 사업을 여럿 이끌었던 이동길 해양수산연구관이 초대 센터장을 맡았다. 수과원 연구원 중 유일한 전기전자공학 전공자로 자동사료급여기 등을 개발했다. 최근 부산 수과원 본원에서 만난 이 센터장은 스마트양식의 자동화 수준을 높이고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이용해 스마트양식을 지능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첨단양식실증센터가 뭍에 있다.

“양식에선 물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물 순환·여과시스템은 해상보다 육상에 맞게 개발됐다. 해상 가두리양식은 시설 투자비가 싸지만 태풍·고수온 등 자연재해와 적조에 취약하다. 육상 수조식양식은 시설비가 많이 들지만 물관리나 사육수 등 생물관리, 질병 관리에 용이하다. 그래서 내수면의 육상 수조식양식에 스마트양식을 먼저 적용하고 있다.”

-스마트양식을 소개한다면.

“스마트양식은 양식생물의 생산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 양성과정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예측해 기계가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지능형 양식기술을 말한다. 수질환경 제어기술과 먹이 활동을 관찰해 먹이를 주거나 중지하는 지능형 사료공급 기술, 원격으로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제어하는 통합제어 기술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수조 위에 카메라를 설치해 먹이 섭취 활동을 관찰하는데 먹이를 주면 퍼덕거리는 물고기 때문에 수면의 밝기가 높아진다. 이런 식으로 밝기 변화를 관찰해 자동으로 먹이를 공급할 수 있다. 영상으로 물고기 크기를 측정해 무게를 추정하는 시험도 했다. 센서의 노후화와 교체 주기는 과전류 등 이상 감지로 알 수 있다. 스마트양식을 지능화하려면 양성과정에서 만들어진 데이터를 학습해 양성과정을 예측하는 데이터 활용 기술도 필요하다. 우선 과제는 자동화 기반 구축이다. 이후 지능화에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스마트양식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 수산 양식은 1960년부터 해조류, 패류, 어류로 단계적으로 발전했고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노동집약적인 성격은 여전하다. 또한 국내 양식산업은 다품종 소량생산 구조로 대부분 경영 규모가 영세하다. 양식 어가의 인구가 줄고 고령화하면서 생산성 향상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장환경의 오염과 함께 기후변화에 따른 고수온, 태풍 등 자연재해로 양식 경영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안이 스마트양식이다. 스마트양식으로 기존의 노동집약적 양식이 기술집약적 지식산업으로 전환되면서 수산양식업의 고령화·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고, 양식생물을 좀더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 생각한다. 규모를 키워 원가절감이 가능하고, 새로운 시장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스마트양식 핵심기술을 수출할 수도 있다. 양식 세대가 스마트폰에 익숙한 40~50대로 교체되는 시점이라 기술 수용력도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스마트양식 기술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양식현장에 가면 어업인들이 ‘좀더 편하게 양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달라’고 자주 부탁한다. 노동력도 많이 필요하고 자연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스마트양식 기술을 현장 어업인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자동화 기술 수준에 있는 스마트양식을 지능화 기술로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자고 결심했다. 현재 첨단양식실증센터에 스마트양식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있고, 한발 더 나아가 스마트양식 기술이 하나의 학문이 될 수 있도록 교과서도 집필하고 있다.”

-살아 움직이다 보니 변수가 많을 듯하다.

“정형화되고 규격화된 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스마트공장과 달리 스마트양식은 살아 움직이는 생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관리와 제어가 굉장히 어렵다. 품종별로 다르지만 치어부터 출하까지 생산하는 시간도 약 2년으로 길다. 주기가 길어 개발 시간이 길고, 중간중간 폐사라는 변수도 있다. 여러 요인이 작용해 기계처럼 0과 1로 구분해 해석할 수 없다.”

한 어업인이 2020년 5월 국립수산과학원 직원들에게 스마트양식 기술을 적용한 육상 양식장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한 어업인이 2020년 5월 국립수산과학원 직원들에게 스마트양식 기술을 적용한 육상 양식장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인공지능 학습자료 수집은 어떻게 하나.

“최근 자율주행 기반의 양식장 관리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음성 대화와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사육정보를 제공하고 사료를 자동으로 공급하고, 사료와 배터리가 부족하면 자동으로 충전하는 기능이 있다. 2019년 이후 지금까지 수질환경 제어, 지능형 사료공급 기술과 스마트양식 운영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내년 순환여과시스템 설치를 마치면 스마트양식 테스트베드 구축을 완료하게 된다. 2023년부터는 뱀장어를 입식해 실제 적용할 계획이다. 어류의 행동 정보를 수집하는 환경을 구축해 스마트양식 지능화를 위한 학습자료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넙치 백신 자동접종시스템도 개발했다.

“기존에는 사람이 주사기를 이용해 한마리씩 직접 접종했다. 인력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접종자의 숙련도에 따라 작업 능률이 크게 달라진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영상처리와 로봇자동화 기술을 이용해 영상으로 넙치의 복강을 인식한 후, 직교좌표 로봇이 자동으로 접종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노르웨이에서는 이미 이런 기술을 활용해 연어 백신을 자동 접종하고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이라 표준화가 어려워보인다.

“지역별 양식환경과 품종이 다르고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라 스마트양식 기술 적용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질환경 제어와 지능형 사료공급 기술 등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우선 개발할 계획이다. 공통기술을 손쉽게 쓸 수 있도록 현장에 보급하고 해외 판로도 개척해 공통기술을 표준화할 생각이다. 이런 작업으로 수요가 많아지면 그만큼 제작비용도 절감할 수 있고, 현장 보급률도 높아질 것이다.”

-스마트양식 기술 수출까지 생각한 이유는.

“양식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시장규모가 작고, 판로개척이 매우 어렵다. 영세한 양식기자재 업계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스마트양식 기술이 완벽히 개발만 된다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관련 양식기자재 산업까지 활성화될 것이라고 본다.”

-수산 분야 온실가스 저감을 위한 어선의 에너지 절감 기술도 개발했다. 어선이 아닌 다른 선박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3t급 연안어선을 대상으로 폐열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재사용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태양광 발전시스템을 어선에 적용해 유류비를 절감하는 연구도 수행했다. 해당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는 시험까지 완료해 어선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면 유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해당 기술의 성능과 내구성만 보강된다면 어업 현장뿐만이 아니라 다른 선박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초대 센터장으로서의 다짐을 듣고 싶다.

“우리 센터는 정말 젊다. 내가 1982년생이고, 지금 있는 연구사 2명도 나와 비슷한 연배이다. 공공기관 중 이렇게 젊은 기관은 없다. 그래서 직원 모두 지금 힘들어도 노력하자, 젊은 학생들에게 이곳에 오면 진짜 의미 있는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주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교과서를 쓰는 것도 연구 저변을 넓히기 위해서다. 우리 센터에선 자신이 연구를 이끌어가는 훈련을 할 수 있다. 스마트양식 연구원을 충원하려고 지금까지 3번 채용공고를 냈다. 첫 번째는 지원자가 없었고, 두 번째는 적격자가 없었다. 세 번째인 이번에는 꼭 뽑고 싶다.”

-연구자로서의 보람과 향후 연구하고 싶은 분야는.

“많은 고민과 노력 끝에 도출한 연구성과가 하나의 기술로 인정받고, 산업계에 이전될 때 연구자로서의 보람을 느낀다. 지금까지 영상처리 기술을 활용해 전복과 멍게를 자동으로 선별하는 기술을 비롯해 9건의 기술을 이전했다. 앞으로 이런 기술이 어업과 양식현장에 보급·확산 되기를 기대한다. 앞으로도 지금 수행하는 스마트양식 기술개발에 전념하고 싶다. 스마트양식 기술개발은 이제 막 시작한 걸음마 단계에 있다. 양식현장에 적용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양식환경과 품종이 다르고 양식 시설물도 표준화돼 있지 않아 현장 적용성을 염두에 두고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양식이 지능화 단계까지 진입하려면 양식생물의 양성 데이터 등 많은 학습 자료가 필요하다. 이것도 시간과의 싸움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금 수행하는 스마트양식 기술을 산업화가 가능한 수준까지 안정화하고 표준화해 빠른 시간 내에 양식현장에 적용하길 바라고 있다.”

※이번 호를 끝으로 시리즈를 마칩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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