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독도 바다가 보낸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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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에 발을 살짝 담갔는데 미적지근했습니다. 잠수부가 찍은 독도 바닷속은 하도 파랗고 맑아 ‘쾌적함’을 예상했는데, 기대는 어긋났습니다. “오늘은 29도네요. 아마 날이 맑았던 어제 데워진 것 같아요.” 함께 고무보트에 탄 잠수사가 말했습니다. 이번에는 머리끝까지 몸을 다 담가봤습니다. 열탕과 냉탕을 반반 섞은 바닷물에 몸을 적신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김원진 기자

김원진 기자

지난 8월 25일 기상청 브리핑을 보니 울릉도 어민들이 “오징어가 녹았다”는 말을 했다고 하더군요. 지난 7월 29일 울릉도와 동해의 수온이 각각 30.6도와 30.4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올해 7월은 우리 바다가 기상관측을 시작한 1998년 이후 23년 만에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한 달이었다고도 합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7월 평균 수온은 24.9도였습니다. 이는 최근 10년 평균보다 2.5도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독도 앞바다에서 느꼈던 ‘미지근함’은 예외적인 게 아니었습니다.

국립수산과학원 독도수산연구센터의 독도 인근 해역 정기조사에 동행했습니다. 일정이 초반부터 어그러져 애를 먹었습니다. 코로나19와 태풍으로 독도 인근 해역 조사 일정(7박8일) 중 독도에는 딱 하루 반나절만 접근해 작업했습니다. 어선이 독도 인근 해역에서 어업활동을 하는 장면도 일정이 바뀌면서 놓쳤습니다. 어선과 함께 작업해야 어획물을 다양하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1600t급 배에서 자고 먹으며 대기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갑판보다 선내에 머문 시간이 길어서였는지 벌레에게도 잔뜩 물렸습니다.

조사는 예상보다 단조로웠습니다. 정점을 바꿔가며, 수심대를 달리하며 해수 채취와 물고기잡이가 이어졌습니다. 조사는 매년 2·5·8·11월에 이뤄지는데 같은 작업을 매번 반복한다고 합니다. 독도 인근 해역 조사는 단순·반복이어서 의미가 있습니다. 단순한 작업의 누적분으로 환경의 미세한 변화 추이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기록을 쌓고, 기록을 토대로 생태계 변화를 추론한 뒤 기후변화를 감지하는 식입니다.

지구온난화에서 바다가 차지하는 비중은 91%라고 합니다. 육지(5%)에 비해 훨씬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인데요. 지금 독도에서 10~100m 떨어진 바다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종은 자리돔입니다. 아열대어종으로 최근 10년 사이 개체수가 10배 넘게 늘었습니다. 따뜻해지는 독도 바다, 이대로 괜찮을까요.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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