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사태, 한반도에 ‘나비효과’ 불러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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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을 끌어온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전쟁이 끝이 났습니다. 시작도 요란했지만 그 끝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논란거리가 됐습니다. 미군의 단계적 철수가 시작된 지 약 4개월, 탈레반이 주요 거점도시를 장악한 지 불과 10일 만에 아프간 수도 카불이 함락됐습니다. 미국은 20년간 2조2600억달러(약 2622조원)의 전비를 썼고, 무엇보다 2461명의 미군 병사와 민간인 사망을 감수했습니다. 그럼에도 안전한 철수조차 장담할 수가 없었습니다. 당장은 미국이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중동에서의 패권을 놓아버린 것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을 앞세우며 중동에 경제적으로 침투하는 상황에서 지역을 ‘무주공산’으로 둘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향후 중동 동맹국들을 이용해 지역 패권을 유지해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김찬호 기자

김찬호 기자

이러한 미국의 사정과는 별개로 한국은 이번 사태가 동아시아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는 “미들파워(중견국가)는 외교능력이 그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했습니다. 중동 정세 변화가 만들 상황에 대비하는 것은 중견국가 한국의 생존과도 직결됩니다. 당장 주목해야 하는 것은 지난 8월 3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연설입니다. 그는 아프간 철군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세계가 변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아프간에서 10년 더 꼼짝 못 하는 것을 가장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두가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첫째는 미국이 더 이상 ‘이상주의’만을 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권,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다만 미국이 다른 나라의 이익을 위해 개입하는 것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둘째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더욱 심화된다는 것입니다. 이는 동아시아에 있는 미국의 동맹국들에게 더욱 많은 역할분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한국은 미중 갈등 상황 속에서 나름의 균형을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아시아에 집중한다는 미국 대외정책의 변화가 언제까지 균형외교를 지속하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국 안보에 있어서 국제정세 변화는 일종의 외생변수입니다. 한국이 통제할 수 없는 국제정세는 차치하더라도 ‘외교력’, ‘국방력’ 강화와 같은 ‘자구책’은 부지런히 다져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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