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국제도핑검사관’ 박주희 국제스포츠전략위 사무총장 “올림픽 국대처럼 난 스포츠 행정의 국가대표”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국제스포츠대회에는 선수들만 뛰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행정가도 참여한다. 모든 국제스포츠대회에는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여부를 가리는 도핑검사를 엄격하게 시행한다. ‘국내 1호’ 국제도핑검사관인 박주희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 사무총장이 하는 일이다. 그가 스포츠 행정의 ‘국가대표’라 불리는 이유다.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015년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등 국내에서 열린 수많은 국제대회가 그의 손을 거쳐갔다. 박 사무총장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위원이기도 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한국출신의 ‘아시아 여성 스포츠지도자’로 언급되는 그를 만났다.

[김재현의 생각있는 스타톡](13)‘국제도핑검사관’ 박주희 국제스포츠전략위 사무총장 “올림픽 국대처럼 난 스포츠 행정의 국가대표”

-국제스포츠전략위원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 있는 소관 재단법인으로 국제스포츠와 관련된 전반적인 것을 다룬다. 특히 올림픽, 아시안게임 같은 국제스포츠기구와 대한체육회, 장애인체육회, 한국도핑방지위원회 등 국내기구 사이에서 플랫폼 역할을 한다. 민간 스포츠 외교 기관이라고 보면 된다.”

-국제스포츠 행정 쪽에 첫발을 뗐을 때 굉장히 떨렸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 스포츠 도핑이 처음 들어왔을 때 도핑검사관 자격을 취득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가 발족하면서 거기에 직원으로 채용돼 운 좋게 활동을 시작했다. 2008년에 제1회 비치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국제도핑검사관 프로그램이 도입됐다. 거기에 참여할 기회가 생기면서 국제무대에 진출하게 됐다. 항상 느끼는 것이 스포츠 행정의 국가대표라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태극기를 달고 올림픽이나 여러 국제대회에 나가는 것처럼 행정하는 사람들도 국제대회에 갔을 때 그 분야의 국가대표라는 마음을 갖게 된다. 2008년 대회에 처음 나갔을 때 너무 가슴이 뛰었다. 국제사회가 단순히 개인 박주희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한 스포츠 행정가로서 나를 보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스포츠 행정가라고 하면 조금 모호하다. 어떤 분야인가.

“전반적으로 대회운영에 관련된 것들이다. 나는 스포츠 도핑이라는 분야로 조직위나 국제무대에서 전문성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도핑검사관으로 활동하면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고 있는 선수들을 보면 어떤 감정이 드나.

“우리나라를 대표해 뭔가 한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는 할 수 없다. 나 같은 경우는 선수들을 직간접적으로 많이 만나고 접하다 보니까 그들이 얼마나 노력했고, 거기까지 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는지 알고 있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있나 자꾸 찾아보게 된다. 그 현장에서 같이 만났을 때는 동질감이 생기다 보니까 애국가만 들어도 막 눈물이 흐르고 태극기만 봐도, 김치만 먹어도 눈물이 난다. 함께 뭘 할 수 있다는 것에 항상 감사하고 있다.”

-체육학과를 나왔다. 다소 생소한 도핑검사관이라는 길을 걷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1999년 세계도핑방지기구(WADA)가 설립되면서 도핑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됐다. 한국에서도 KADA가 설립되면 검사관 양성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많은 이슈였다. 당시에는 검사관들을 각 연맹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나는 석사로 특수 체육을 전공했다. 휠체어 농구와 관련된 업무들을 하고 국제 등급 분류도 같이하고 있었다. 그쪽에서 볼 때 도핑이 생소하고 우리 연맹에서도 여러 활동을 하면서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나를) 추천을 해줬다. 그래서 검사관이라는 것에 대해 교육을 받게 됐고 자격을 획득하게 됐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국제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필요했고 그래서 내가 응시를 하게 돼 채용됐다. WADA, IOC, 국제스포츠연맹 등과 소통을 하면서 국내에 있는 도핑과 관련된 이슈를 다루게 됐다. 또 국내에서 개최된 다양한 국제대회에서 도핑을 담당하는 업무들을 하게 됐다.”

-14~15년 전 도핑 분야에 처음 일했을 때는 낯설었겠다.

“처음 KADA에 입사했을 때는 전국체전에서도 도핑검사관 수가 많지 않았다. 지금은 충분히 양성이 돼 있지만 그때는 우리 직원들이 직접 현장에 많이 나갔다. 협회나 연맹 측에서도 도핑검사라는 게 너무 생소하고 마치 잡아간다는 느낌이 있어서 되게 부정적으로 많이 봤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도 잘돼 있고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해준다. 이제는 도핑검사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재현의 생각있는 스타톡](13)‘국제도핑검사관’ 박주희 국제스포츠전략위 사무총장 “올림픽 국대처럼 난 스포츠 행정의 국가대표”

-소변검사, 혈액검사 외에도 다른 도핑검사가 있나.

“현재는 소변검사랑 혈액검사를 통해 검출한다. 향후에는 유전자와 관련된 여러 방법이 논의되고 있다.”

-도핑검사의 절차는 어떻게 되나.

“도핑검사관들이 실제로 현장에서 선수를 만나 혈액이나 소변을 채취한다. WADA에서 인정한 검사실에서만 검사할 수 있다. 한국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도핑 컨트롤 센터가 있다. 혈액샘플, 소변샘플을 10년 동안 보관한다. 지금 음성이어도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다시 꺼내 분석할 수도 있다. 도핑은 선수들은 항상 앞선 기술로 가고 있고 이 기술을 도핑검사가 쫓아가고 있어 지금은 밝힐 수 없지만 언젠가는 밝혀낼 수 있다. 2014년 소치 올림픽 때 김연아 선수가 은메달을 땄다. 지금 러시아 도핑 스캔들 때문에 그때 샘플을 다 꺼내 재분석하고 있다. 그 결과가 조만간 나온다(결과에 따라 메달 색깔이 달라질 수도 있다).”

-도핑은 선수 개인뿐 아니라 국가의 이미지까지 훼손되는 아주 중대한 문제다. 국가적인 이미지가 훼손된 사례가 있나.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러시아 도핑이다. 러시아 선수들은 도쿄 올림픽뿐만 아니라 내년 월드컵 등 큰 대회에서 자국의 국기를 사용할 수 없다. 올림픽에서는 러시아 출신의 올림픽 선수라는 개인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다. 도핑검사 때는 소변이나 혈액을 바꿔치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선수들은 검사관이나 ‘샤프롱’이라 불리는 동반인이 보는 앞에서 옷을 다 벗고 소변을 받는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라고 물어볼 수 있지만 샘플을 바꿔치기를 한다거나, 조작을 엄격하게 막기 위해서다. 검사는 대회기간뿐 아니라 평소 훈련장이나 자택에서 이뤄진다. 중국 수영선수인 쑨양은 집에 직접 찾아가 샘플을 채집하려고 했던 일도 있다. 그렇게 찾아가도 쌍둥이인 선수들은 알아보기 힘드니까 샘플을 바꿔치기하기도 한다. 우리가 상상 못 하는 일이 실제로 많이 일어나고 있다.”

-자주 검출되는 약물이 있는지.

“아무래도 ‘스테로이드’, 특정약이 모든 선수에게 좋거나 경기력 향상에 영향력을 주는 게 아니다. 종목마다 특성이 있어 힘을 줘야 하는 종목은 스테로이드 등을 복용한다. 유도, 태권도, 복싱 같은 체중에 민감한 종목은 이뇨제라고 해서 보통 여성들이 다이어트할 때 많이 복용하는 약을 도핑한다. 숨을 많이 참아야 하는 종목 같은 경우, 오랫동안 흔들림 없어야 하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약물들도 있다.”
-도핑의 국제적인 흐름은 어떻게 바뀌고 있나.

“예전에 도핑하면 단순히 검사해 적발하는 거라고 했다. 이제는 그 단계를 다 넘어갔다. KADA도 내가 근무할 시절에는 10명 정도밖에 없는 작은 조직이었다. 지금은 3~4배가 넘는 인원들이 비장애인, 장애인 스포츠 할 것 없이 아마추어, 프로스포츠까지 다 관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종이를 썼지만 지금은 검사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페이퍼리스’로 운영하고 있다. 2020 도쿄 하계올림픽에서는 처음으로 노트탭을 통해 현장에서 자료를 입력하고, 이를 통해 공유된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

-유승민 IOC 위원과 함께 최근 <한 권으로 읽는 국제 스포츠 이야기>라는 책을 출간했다.

“유 위원과 같이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거의 두달 가까이 선수촌에서 협업을 하면서 활동했다. 그리고 자원봉사를 하는 우리 학생들과 현장에서 일하는 많은 분을 만났는데 국제스포츠에 대해 단편적인 정보는 전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전체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만한 게 없었다. 그래서 ‘이런 부분을 우리가 한번 정리해보자’고 하면서 책을 내게 됐다.”

<글·진행 김재현 한국문화스포츠마케팅진흥원 이사장 사진·동영상 청년서포터스 ‘젊은나래’>

김재현의 생각있는 스타톡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