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가 스마트폰에 오면 펼쳐질 다양한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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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달간의 그래픽 카드 가격은 투기성 자산의 차트를 보는 듯했다. 고급형 그래픽 카드 한장의 시가가 400만원을 찍더니 지금은 한창 폭락 중이다. 중국의 채굴 단속에서 비롯한 암호 화폐폭락장 덕이다. 비트코인 채굴의 수지타산은 그래픽 카드 가격을 움직인다. 채굴과 그래픽이 무슨 상관일까 싶지만, 그래픽 카드는 이미 그 범용성, 즉 GPGPU(General Purpose GPU) 역량 덕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그래픽 카드가 게임 속 3차원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점 하나 선 하나, 면 하나를 실시간으로 동시다발적으로 계산해내야 한다. 이 병렬 계산 능력은 그림을 그리는 데만 쓰이지 않고 딥러닝 인공지능에서 암호화폐 채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삼성 ‘갤럭시 M12’ 제품 이미지 / 삼성전자 제공

삼성 ‘갤럭시 M12’ 제품 이미지 / 삼성전자 제공

하지만 사용처가 너무 암호화폐 채굴로 쏠려버리자 급기야 엔비디아는 그래픽 카드 드라이버, 즉 운영체제와 이 하드웨어를 소통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수정해 채굴 효율을 50%나 떨어뜨리도록 손을 봤다. 오로지 채굴을 하려고 400만원이나 흔쾌히 지불하며 쓸어가 버리니 정작 게임과 인공지능에 쓸 카드가 남아나지 않게 돼버리고 시장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공급자로서 더는 두고 볼 수는 없었던 것. 대신 엔비디아는 전용채굴 프로세서(CMP·Crypto-currency mining processor)까지 출시한다. 이처럼 강화된 범용성 덕에 그래픽 카드 안의 칩 GPU의 용도가 넓어지면서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정보단말인 스마트폰에서의 GPU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스마트폰에 GPU는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엔비디아는 지포스(GeForce) 시리즈를 모바일로 가져가려 했으나 머뭇거리기만 했다. 반면 경쟁사 AMD는 2019년 삼성과 전격적으로 제휴를 선언했다. AMD의 라데온 그래픽 기술을 삼성의 칩에 라이선스하기로 한 것. 그 결실이 올해 안에 등장할 예정이다. 게임 콘솔과 PC에서 활약하고 있는 AMD의 차세대 그래픽 기술 RDNA 2를 채택한 엑시노스 프로세서가 아마도 2200시리즈로 출시되고, 내년도 갤럭시에 탑재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성능 지표가 유출됐는데, 놀라운 수준이다.

삼성 엑시노스는 그간 아드레노(Adreno)라는 독자적 GPU를 지닌 퀄컴의 스냅드래곤에 비해 GPU 쪽 차별화 포인트가 부족했다. 그런데 이제 심지어 레이트레이싱까지 가능해진다.

레이트레이싱, 즉 광선 추적이란 빛의 알갱이와 궤적 하나하나를 계산해 내 그림을 그리는 기법이다. 비 온 땅에 비치는 야경이나, 보닛에 비치는 얼굴 등과 같은 표현은 바로 이 기술 덕으로 최신 GPU에서의 성능을 자랑하는 하나의 시금석이 되고 있다. 그런데 모바일에서 과연 그렇게까지 필요할까?

아니나 다를까 엔비디아는 레이트레이싱을 모바일로 가져올 계획이 당장은 없는 듯, 스마트폰에 그 많은 계산을 시키는 일이 꼭 필요한 일인지 되물었다. 영상미가 필요하다면 클라우드에서 계산해 화면만 보여주자는 뉘앙스였다.

그런데 심지어 모바일에서 채굴까지 시키려는 사람들도 있는 마당이다. 폰의 GPU 성능이 좋아지면 그 범용성만큼이나 지금은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풍경이 펼쳐질 수 있다.

<김국현 에디토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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