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아마존. 아시다시피 굴지의 온라인 쇼핑몰 브랜드이다. 이들을 통해 바쁘게 일하고, 또는 집에서 뒹굴뒹굴하며 쉬는 와중에도 생필품과 의류나 서적이나 기타 관심품목을 쇼핑하는 삶을 즐기고 있다. 최근 흥미로운 것은 두 회사가 다 로켓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점이다. 쿠팡의 ‘로켓’은 상징적 표현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택배와 배송이 핵심인 온라인 쇼핑은 결국 유통의 속도, 물류 네트워크가 핵심일 수밖에 없다. 상품을 고르고 결재하는 과정이 온라인일 뿐 우리는 결국 아날로그 공간에서 내가 주문한 물건을 받고, 언박싱해 사용하게 되기에 이 사업은 매장만 없는 온 앤드 오프라인 연계 비즈니스이다.
그런데 아마존에도 ‘로켓’이 있다고? 엄밀하게 보자면 아마존의 로켓은 아니다. 아마존의 창업주이자 세계 1위 부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만든 다른 회사, 블루오리진이 쏘아올린 로켓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베이조스가 아마존을 통해 벌어들인 막대한 부를 블루오리진에 쏟아부은 자본의 결과물이니 ‘아마존의 로켓’이라고 부르겠다.
쿠팡의 로켓과 아마존의 로켓은 어떻게 다른가? 상징과 실제 말고도 더 쉽게 차이를 정의해보자. 쿠팡의 로켓은 지상을 오가는 2차원 평면상의 로켓이고, 아마존의 로켓은 하늘을 향해 치솟는 3차원 공간상의 로켓이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2차원과 3차원, 물리적 공간 개념에서 과학적 기획과 설계를 입체화하려면 먼저 우리 인간의 머릿속에서 2차원적 사고를 3차원적 사고로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생각의 시야를 넓히고, 아이디어의 지평을 훨씬 확장해야 하는 일이다. 한 번의 성공 방정식을 풀기 위한 수많은 실패의 비용도 각오해야 한다. 무모하지만 이러한 창의성이 우리의 과학기술과 문명을 발전시키고 진화하도록 이끌어왔다.
질문을 바꿔보자. 언젠가 쿠팡의 로켓은 우주를 향해 솟아오를 수 있을까? 제발 이런 답변이 아니길. 그런 건 한국항공우주산업이 하는 일 아닌가요? 이미 현대자동차도 2차원 평면 기업이 아니다. 몇년째 글로벌 가전박람회 CES에서 도심항공모빌리티(UMA) 콘셉트를 선보이며 AI, 로봇, 수소트램이 종합된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비전과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베이조스보다 며칠 먼저 직접 우주여행을 실현한 리처드 브랜슨 버진 갤럭틱 회장도 다양한 사업에 투자하며 오랜 세월 ‘버진다움’ 정신을 강조해왔다. 일론 머스크가 추진하는 스페이스X도 9월 민간 로켓을 통한 우주여행을 시도한다.
이런 생각을 해본다. 기업에도 정신이 있다고 수사학적 주장을 하려면 철학도, 꿈도 있어야 하는 거라고. 결국 아폴로 프로젝트에 열광하고,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보며 우주를 동경하고, 엘튼 존의 ‘로켓맨’을 들으며 공간여행을 꿈꾼 추억이 있다면 막대한 자본을 획득했을 때 새로운 모험 스토리에 투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뭐라고? 그건 필자가 돈이 없으니 무책임한 낭만적 도발을 하는 거라고? 아니다. 무시하지 마소. 나도 없는 가처분소득이지만, 우주선 프라모델을 만들고 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