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패류독소 연구하는 이가정 수과원 연구사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패류독소, 기기분석 확대로 동물시험 최소화”

봄철이면 ‘패류독소’ 주의보가 내려진다. 패류독소는 바다에 서식하는 유독성 플랑크톤을 먹이로 하는 패류 체내에 축적되는 독소다. 마비성 패독, 설사성 패독, 기억상실성 패독 등이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서는 매년 3월부터 6월까지 패류독소를 조사해 안전성이 확인된 것만 시중에 유통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과원의 젊은 과학자들](6)패류독소 연구하는 이가정 수과원 연구사

패류독소와 관련된 내용은 <세종실록>에도 있다. <세종실록> 127권에는 경상도 감사가 보고하기를 “옥포 등지의 바닷물이 누렇고 붉게 흐리더니 사람이 홍합을 캐 먹고 죽은 자가 7인이나 됩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여기서 옥포는 거제도 옥포다. 이가정 수과원 연구사(42)는 “옛날부터 남해안이 주발생 지역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독소를 확인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동물시험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동물윤리에 대한 의식이 높아지면서 기기분석법을 도입하는 추세다. 이가정 연구사는 2006년부터 수과원에서 기기분석법 작업을 맡아왔고 패류독소 연구로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후에 등재됐다. 지난 6월 8일 부산 수과원 본원에서 이 연구사를 만났다.

-여러 종류의 패류독소가 있다. 패류별로 특성이 있는 건가.

“패류 종류별로 다른 독성을 가지는 게 아니라 어떤 독성이 있는 플랑크톤을 섭취하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독의 성분이 달라진다. 가령 알렉산드륨 같은 플랑크톤을 섭취한 패류는 마비성 패류독소를 일시적으로 갖게 된다. 수과원에서는 굴, 담치류, 바지락, 피조개 등 다소비 패류가 가진 독 성분을 타켓으로 연구하고 있다. 주로 연구하는 성분은 마비성 패독, 설사성 패독, 기억상실성 패독 등이다.”

-패류독소 연구로 마르퀴즈 후즈후에 등재되기도 했다.

“패류독소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연구로 등재됐다. 지용성 패독과 플랑크톤과의 상관관계, 상위포식자가 독소를 축적하는 방식을 밝혀냈다. 얼마의 독소를 가진 플랑크톤을 패류가 먹었더니 얼마의 독소를 가지게 되는지를 밝혀냈다고 생각하면 쉽다. 바다에서 플랑크톤과 패류를 직접 채집해 확인했다. 3년 정도 확인해 발표했다.”

-전국 바다에 있는 패류를 다 조사하나. 조사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해달라.

“100개가량의 지정 장소가 있다. 3월부터 6월까지는 매주 지정 장소에 가서 패류를 채집한다. 패류가 연구소에 도착하면 독을 추출해 어떤 독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한다. 마비성 패독은 사람이 먹으면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빨리 결과를 내야 한다. 결과가 나오면 지방자치단체와 관련기관에 알린다. 기준치를 넘는 독이 나오면 그 해역은 닫는다. 지정 장소가 100곳이 넘으니까 봄철에는 엄청나게 바쁘다. 오늘도 다른 연구원들은 배 타고 나갔다.”

-해역을 닫기까지 하나.

“패류독소는 냉장·냉동하거나 가열해 조리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해역을 닫고 유통이 안 되게 해야 한다. 그리고 보통 3월에서 6월까지라고 알려져 있는데, 환경적인 요소에 따라 다르다. 올해는 독이 사라진 줄 알았는데 다시 나오고 있다. 개인이 함부로 패류를 채집해 먹으면 안 된다.”

-수과원에서 기기분석을 오래 했다. 어떤 배경에서 연구하게 된 건가.

“이전에도 조금씩 해오다가 2006년부터 맡아 본격적으로 하게 됐다. 세계적으로 동물윤리에 대한 의식이 생길 때다. 설사성 패류독소, 마비성 패류독소, 복어복 등에 대해 모두 기기분석법을 만들었다. 설사성 패류독소 기기분석법은 2009년에 식품공전에 등재돼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인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다. 마비성 패류독소나 복어독도 동물시험을 최소화하려 한다.”

-독을 추출해 기계에 넣으면 알아서 분석을 해주는 건가.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그건 아니다(웃음). 분석하고자 하는 물질의 특성에 맞도록 용매를 사용해 추출해야 한다. 추출 후 독소 정제 과정을 거치고 최종적으로 기기에서 독 성분이 얼마나 있는지 계산한다. 이 계산이 무척 복잡해 사람이 할 수는 없다. 계산식을 기기에 입력한다.”

[수과원의 젊은 과학자들](6)패류독소 연구하는 이가정 수과원 연구사

-쉽지 않아 보인다. 기기분석의 장점은 뭔가.

“동물시험은 독소와 상관없이 동물의 상태에 따라 동물이 죽는 경우가 있다. 또 패류 안에 여러 독성분이 섞여 있는데 동물시험을 하는 경우에는 무슨 독 성분 때문에 동물이 죽었는지를 알기 어렵다. 기기분석을 하면 여러 성분을 다 분리할 수 있고, 어떤 성분이 있는지, 어떤 요인 때문에 독이 이렇게 높게 나오는지도 다 밝혀낸다. 동물을 죽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기존 동물시험을 모두 기기분석으로 바꿀 수는 없나.

“유럽 같은 곳에선 마비성 패독이 높게 안 나온다. 그런 곳은 빨리 조치를 안 해도 되니까 기기분석 사용률이 높다. 천천히 해도 된다. 동물시험의 특징이 빠르다는 거다. 한국은 마비성 패독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엄청 높게 나오기 때문에 동물시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마비성 패독은 동물시험이 세계적으로 공인된 방법이기도 하다. 세계적인 추세는 동물시험을 기본으로 하고 동물시험이나 기기분석 중에 선택한다. 기기분석이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비용이다. 장비 자체도 비싸고 분석에 사용되는 표준물질이나 시약도 비싸다. 그래도 한국은 세계적인 추세, 미국·유럽·일본 등의 기술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독소 분석을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는 없나.

“부산에 복어국 식당이 많은데 가끔 복어국에 독이 있는지 검사해달라고 수과원을 찾아온다. 유명한 식당들 검사 많이 해줬다. 물론 시험조사 및 분석 수수료를 받고 한다(웃음). 한참 패류독소가 많이 검출돼 본의 아니게 동물시험을 많이 하게 된 때가 있는데, 예전 모 원장님이 계실 때 실험실을 탈출한 마우스가 원장실까지 들어가 원장실에서 ‘쥐 잡아가라’며 전화가 온 적도 있다.”

-패류독소 분석 외에 해역관리도 한다. 해역관리가 뭔가.

“한국은 미국, 유럽, 일본 등에 패류를 수출한다. 한국패류위생계획(KSSP)에 따라 수출용 패류 생산 해역, 실험실, 패류 가공공장 등을 관리해야 한다. 해역, 실험실, 공장 중 한곳이라도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수출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바닷물에 대장균 같은 미생물, 농약 같은 화학물질, 생물 독소 등이 얼마나 있는지를 보고, 기준에 맞지 않으면 오염물질의 기원을 추적하고 관리한다. 저는 그중에서도 실험실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실험실 평가관이다. 일종의 평가 공무원이라고 보면 된다.”

-최근에 한국 바다의 큰 이슈가 아열대화다. 아열대화가 되면서 새로운 독성을 가진 생물이 등장한다고 하는데, 그런 연구도 하나.

“연구를 하고는 있는데 시료가 부족하다. 패류독소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나오니까 우리가 정제해서 시료를 만들 수 있다. 아열대독은 이제 생기고 있는 단계니까 해외에서 가져와야 한다. 아열대 바다인 동남아시아나 일본 오키나와 같은 곳에서는 정제된 독을 팔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선 할 수 있는 연구가 한정적이다. 그래서 아열대생물 독성은 미지의 영역이 많다고 보는 게 맞다. 지금 없다고 없는 게 아니라 발견을 못 한 것일 수 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 인력 성별 분포를 보면 남성이 80%, 여성이 20%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여성 과학자 관련 질문이 있길래 수과원에 여성 연구원이 얼마나 되는지 찾아봤다. 27%가 여성이더라. 되게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27%밖에 안 돼 깜짝 놀랐다. 과학 분야가 의외로 고강도 육체노동이 요구되는 일이 많은데 임신이나 출산이 겹치면 힘들 수밖에 없다. 가령 수과원에서도 자원 분야는 조사를 위해 몇주씩 배를 타거나 먼바다에 나가는 일이 있다. 석·박사를 하는 시기가 임신·출산 시기와 겹치기도 한다. 사회적인 여건이 안 되는 거다. 이런 부분이 해결돼야 하고 개인적으로는 후배들에게 ‘그래도 조금만 더 버티라’고 말해주고 싶다.”

<글·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사진·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수과원의 젊은 과학자들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