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평양라이온스안과-백내장·녹내장에 의한 실명치료 위해 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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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네팔 안과의사 산두크 루이트 박사가 북한 해주에서 10일간 머물며 북한주민 1000여명의 백내장 수술을 집도하는 장면을 잠입 취재해 내보냈다. 실제로 백내장으로 실명하는 북한주민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전문가들은 북한의 시각장애인 수가 100만명이 넘고 치료 가능한 안구 질환을 앓는 환자수도 전체인구의 1~2%(250만~500만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 의사의 안과 수술 장면 / 국제라이온스협회 한국연합회 제공

북한 의사의 안과 수술 장면 / 국제라이온스협회 한국연합회 제공

비단 백내장뿐만 아니라 북한 의료 분야의 열악함은 1990년대부터 많이 알려져 있었다. 이에 한국 의료계는 북한에 의약품, 의료장비, 북한주민 진료 등 다양한 분야의 의료지원을 했으며, 여러 단체에서 병원건립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실제로 건립된 것은 어린이어깨동무의 평양어린이병원, 평양의대 소아병동 그리고 평양라이온스안과병원 정도가 대표적이다.

국제라이온스 지원과 국내모금으로

평양라이온스안과병원은 국제라이온스클럽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이태섭 전 의원이 1998년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북한에 안과병원 건립을 승인받는 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이태섭 전 의원이 2001년 국제라이온스협회 부회장으로 선출되면서 북한에 안과 전문병원을 짓는 것을 제안했다. 국제라이온스협회는 평양라이온스안과병원을 시력 우선 운동의 일환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설립자금으로 480만달러를 결정했다. 단일 프로젝트로는 많은 지원 금액이었지만 전체 병원공사와 장비설치를 위해서는 부족한 금액이라 일부 자금은 국내모금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한국라이온스클럽은 국제라이온스협회의 지원이 결정된 후 2002년 8월부터 건설사업위원회를 구성해 건립사업을 추진했다. 건설계획은 건설사업위원회 위원이었던 천일건축엔지니어링 한규봉 대표의 콘셉트디자인을 기초로 확정됐다. 건설계획에 따른 병원 규모는 지하 1층, 지상 3층, 76병상 규모이고 공사기간은 2003년 2월 착공해 1년, 예산은 650만달러(국제라이온스협회 480만달러, 국내모금 170만달러)였다.

건설을 위해 2002년 7월 한규봉 대표와 기계기술사 등이 건설을 위해 평양을 방문했다. 북측 조선의학협회 정봉주 부위원장 등을 만나 건설계획에 합의하고 건설 관련 주요사항 협의도 진행했다. 건설 관련 협의 내용은 주로 남측과 북측의 설계 및 공사분담에 대한 것이었다. 남측이 건설자재와 장비, 인건비를 부담하고 북측은 남측이 수행하기 어려운 일부 공종의 설계 및 시공, 남포항에서 부지까지의 운송, 골재(모래·자갈) 등의 자재공급 등을 담당하기로 협의했다.

평양방문 후 건설사를 경쟁 입찰 방식으로 선정했으며, 설계가격의 75%인 약 36억원으로 낙찰돼 2002년 10월 10일 록우종합건설㈜이 계약을 체결했다. 2002년 11월 22일 평양에서 기공식을 했다. 기공식에는 라이온스 측에서 국제라이온스클럽 프랭크 무어 회장, 이태섭 부회장 등이 참석했으며 북측에서는 김수학 보건상, 민화협 직원 등이 참석했다. 북측에서 보건상이 참석한 것은 안과병원에 대한 북측의 기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북측에 도급을 준 골조공사는 많은 문제가 있었다. 북측은 인력 외에 공구, 장비가 전혀 없으므로 아주 사소한 공구(망치·삽·드라이버 등)도 모두 지급해야 했다. 또 육로운송 시 연료만 지원하면 운송하겠다고 합의했으나 차량이 없어 운송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공사비 대신 차량과 공구를 북측에 지급한 후 공사가 진행될 수 있었다.

정면에서 촬영한 평양라이온스안과 / 천일건축엔지니어링 제공

정면에서 촬영한 평양라이온스안과 / 천일건축엔지니어링 제공

북측에 도급 준 골조공사의 어려움

더 큰 문제는 건설기능공의 문제였다. 북측의 전문적인 건설기능공은 대부분 지방정부와 기관의 건설사업소에 속해 있으며, 대규모 신축공사 시에는 직장돌격대나 청년돌격대를 동원하여 공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건설 관련 경험이나 기능이 없는 인력이 대부분이었다. 골조 품질에도 문제가 많이 발생했다. 골조공사 시 전기배관을 하지 않거나 전선 배관의 보양을 부실하게 해 전선관이 콘크리트로 막히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골조의 규격, 수직, 수평 등도 도면과 동일하게 시공되지 않았다. 철근의 피복두께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공사는 당초 2004년 3월 준공예정이었지만, 준공예정 시점에 마감공사가 시작돼 2004년 말 준공으로 목표가 미뤄졌다.

마감공사에도 남측 사업자가 북한에서 공사 시 겪는 동일한 어려움을 겪었다. 남측 인원 숙소를 현장 내 건립해 사용하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건립을 불허해 북한의 최고급 호텔 중 하나인 양각도 호텔을 이용해야 했다. 또 평양을 방문하는 남측 공사인력에 제한을 둬 일정 수 이상의 인원이 동시에 방북하지 못해 여러 공정을 병행 공사하지 못했다. 자재운송 시 국제 운송과 유사한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자재가 제때 도착하지 못해 인력이 있어도 공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마감공사는 공종별로 남측 인원 2~3명이 북측 인력을 이끌면서 시공하는 방법으로 수행해 인건비를 일부 절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건축, 전기, 기계설비 등 공종별 감리자를 두려고 했지만, 북측에서 건축 외 감리자 상주를 불허해 건축감리자만 상주했다.

전기부문은 북측의 전력이 전압과 주파수가 안정돼 있지 않아 전압과 주파수를 안정시키는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해야 했다. 그리고 당초 북측이 담당하기로 했던 전력 인입도 북측에서 남측이 자재를 지원할 것을 요구해 부지에서 2.5㎞ 떨어진 토성변전소에서 병원까지 인입공사를 라이온스 부담으로 진행했다. 결국 북측이 담당한 부분은 부지조성, 옥외토목공사(포장 및 하수도), 조경공사 정도였다.

평양라이온스안과 준공식 모습 / 국제라이온스협회 한국연합회 제공

평양라이온스안과 준공식 모습 / 국제라이온스협회 한국연합회 제공

2004년 7월, 평양안과병원공사는 남북관계 악화로 공사 진행이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2004년 9월로 예정된 준공도 불가능하게 됐다. 2004년 7월부터 북한은 건설기술자의 방북 초청장과 9월로 예정된 준공식 협의를 위한 라이온스 임원 방북 초청장도 발급하지 않았다. 시공사인 록우종합건설의 현장소장도 더 이상의 공사추진이 힘들어지자 2004년 9월 평양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2004년 12월에야 중국 심양에서 공사재개를 합의했다. 공사재개 합의 시 북측에서는 아세아태평양위원회가 참석했는데 그해 작황이 좋지 않다며 밀가루가공식품, 식용유, 비료, 농약. 비닐박막 등 지원을 요청했다. 공사재개의 대가로 생각돼 반감도 있었으나 한국라이온스연합회에서는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처리했다. 라이온스의 지원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사 인원 제한, 감리원 상주 등 그동안 북한에서 승인하지 않았던 사항을 허용해 공사추진이 조금 용이했다.

북한 의료진에게 안과 장비를 교육하는 모습 / 국제라이온스협회 한국연합회 제공

북한 의료진에게 안과 장비를 교육하는 모습 / 국제라이온스협회 한국연합회 제공

늦어진 준공식은 2005년 6월 15일 하기로 합의했다. 북측 공사 시 공사가 지연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동절기 공사를 강행했다. 공사재개 후에도 현장에서 안전사고와 화재가 발생하는 등 어려움이 있었으나 2005년 6월 공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준공식은 당초 2005년 6월 15일 예정이었지만 북측이 6·15행사를 이유로 연기를 요청해 6월 18일 열렸다. 2002년 11월 22일 기공식 후 940일 만의 준공식이었다. 평양라이온스안과병원은 당초 건립에 650만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종적으로 800만~900만달러 정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준공예정일보다 2년 이상 지연됐다.

한국 안과의사가 북측 교육도 실시

병원은 전반적인 안과질환 치료가 가능했다. 특히 백내장·녹내장에 의한 실명치료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병원에는 녹내장과, 백내장과, 소아시기능과, 안(眼)정형외과, 기능검사실, 임상검사실, 레이저치료실, 수술실, 입원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의사 20명을 포함해 의료기사와 간호사 등 100명이 상주하면서 진료를 했다.

준공 후 한국실명예방재단 소속의 안과의사들이 북측 의사교육을 여러차례 시행했다. 병원운영에 필요한 약품, 장비, 소모품 등의 지원을 2010년까지 지속했지만, 정부의 5·24조치 이후 지원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평양라이온스안과는 준공 후 2010년까지 1만건 이상의 백내장 수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평양라이온스안과 소속 의사들이 이동진료대를 구성해 각 지역에 찾아가 수천건의 백내장과 안과질환을 치료했다고 보도되기도 했다.

평양라이온스안과병원은 어린이 보건의료지원, 폐결핵지원과 더불어 남북의료협력의 대표적인 사업이며 성공적으로 추진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라이온스안과병원은 국제협회의 대규모 지원을 받았고, 국제라이온스협회의 중요사업인 시력우선운동의 일환으로 시행돼 병원건립 후에도 병원의 운영비용과 개안수술비 등을 계속 지원받을 수 있었다.

남북관계 개선 시 의료협력은 남북협력 분야에서 우선 추진될 분야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북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응한 남북의료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남북의료협력이 재개된다면 정체된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이 많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남북의료협력이 재개된다면 북한의 특구 혹은 개발구 개발사업과 연계해 의료지원을 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남북협력을 통한 경제특구, 개발구는 남측 인력의 방문과 체류가 용이하고, 북측과 상시적으로 협의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지원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으며, 북한의 여러 지역에 거점을 마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변상욱은 건축사, 건축시공기술사다. 1999년부터 현대아산 기술관리부에서 일하며 금강산관광지역 건설사업을 관리했다. 이 시기 금강산 호텔, 금강산 옥류관 건설 등에 참여했다. 이후 2004년부터 2016년까지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에서 건설사업과 공장건축인허가업무를 담당했다. 2007년 산업포장을 받은 바 있다.

<변상욱 건축사 정리·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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