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맨-최선의 선택을 향한 위험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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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마크맨(The Marksman)

제작연도 2021

제작국 미국

상영시간 108분

장르 액션, 드라마

감독 로버트 로렌즈

출연 리암 니슨, 제이콥 페레즈, 후안 파블로 라바, 캐서린 윈닉

개봉 2021년 4월 28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주)퍼스트런

(주)퍼스트런

전역한 군인으로 애리조나 국경지대 나코에서 목장을 경영하고 있는 짐(리암 니슨 분)은 오랜 투병 끝에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아내의 빈자리가 아직은 힘겹다. 설상가상으로 막대한 병원비 때문에 담보로 내놓았던 목장까지 경매에 넘어갈 처지에 놓이자 그의 일상은 더욱 황폐해져만 간다. 어느 날 멕시코와 맞닿은 국경 울타리 옆을 지나던 그는 범죄조직에 쫓겨 미국으로 도피한 모자와 조우하고 다급히 차에 태운다. 하지만 갱단의 총격을 받은 어머니(테레사 루이즈 분)는 아들 미구엘(제이콥 페레즈 분)만이라도 시카고에 있는 친척에게 데려다달라는 간절한 유언을 남긴 후 숨을 거둔다. 갈등하던 짐은 절차대로 미구엘을 보호소로 인계하지만, 어느새 국경을 넘어온 갱단의 추적을 목격하고 아이를 시설에서 빼내 친척에게 데려다주기로 결심한다.

영화 <마크맨>의 개봉에 있어 홍보의 방점은 리암 니슨 주연의 ‘액션영화’에 찍힌다. 잊을 만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그의 작품은 이제 하나의 연례행사처럼 보일 정도인데, 심지어 포스터의 느낌까지 유사해 관심 없이 보면 시리즈로 오인해도 무리는 아니다. 이번 영화에서도 그는 혼신의 액션연기를 펼치지만(근래 공개된 대부분의 작품이 그래왔듯이) 스스로의 고백대로 68세라는 고령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드라마가 보강된 ‘리암 니슨표’ 액션영화

액션 장르에 필수적으로 등장할 만한 격투, 총격, 자동차 추적 장면 등이 적절하게 배치돼 있고 각자는 나름대로 정교하게 설계돼 있지만, 전체적인 비중이나 밀도로는 확실히 느슨하게 느껴짐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행여 아쉽게 느껴질 수 있는 역동성의 빈자리는 그냥 방치되는 대신 감정적이고 사색적인 요소로 채워진다. 멕시코 국경지대의 밀입국 문제부터 개인적 상처를 지녔지만, 인종과 나이를 초월해 우정과 연대를 쌓아가는 두 사람의 관계, 그리고 ‘선택적 삶’의 가치와 의지에 관한 거시적이고 철학적 물음까지 과하지 않을 정도로 녹아들어 무리 없이 전개된다.

액션과 드라마의 중립지대에서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었을 위험에서 작품을 구제한 데는 미구엘 역을 맡은 아역배우 제이콥 페레즈의 연기와 존재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작품이 첫 영화 출연인 제이콥 페레즈는 평범한 외모지만 눈앞에서 어머니의 죽음을 목격한 소년의 두려움을 냉소적으로 드러내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극에 섬세한 현실성을 부여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마크맨>에서 의외의 드라마 정서가 발견되는 것은 연출을 맡은 로버트 로렌즈의 이력과도 무관하지 않다. 오랫동안 조감독 생활을 하며 현장을 경험한 그는 90년대 중반 대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만나면서 영화인생의 전환기를 맞는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동료에서 홀로 서다

로렌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10년 넘게 함께 일하며 <블러드 워크>, <미스틱 리버>, <밀리언 달러 베이비>, <그랜 토리노> 등 그의 후기 대표작 대부분의 제작에 참여했다. 이런 인연은 이후 로렌즈가 연출가로 발돋움하는 데 중요한 자양분이 됐다. 데뷔작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2012)는 한동안 연출가로 더 큰 명성을 쌓아오던 이스트우드가 19년 만에 배우로만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그 외에도 에이미 아담스, 저스틴 팀버레이크, 존 굿맨 등 화려한 출연진의 지원을 등에 업은 스포츠 드라마였다.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는 노년의 야구선수 스카우트 거스(클린트 이스트우드 분)가 신인 야구선수 선발을 위해 여행에 오래전부터 관계가 서먹해진 딸 미키(에이미 아담스 분)와 동행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소소하게 그려내는 이 드라마는 신·구의 대립이나 가족의 균열과 화해라는 주제뿐 아니라 캐릭터의 구축이나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 등 기술적으로도 고전적인 방식을 답습하는 평면적인 작품이란 낮은 평가를 전반적으로 받았다.

두 번째 연출작인 이번 <마크맨>은 로렌즈가 오랜 제작현장 경험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스스로가 직접 각본을 쓴 작품이기도 하다. 세대 간의 이해와 더 나은 삶의 의미를 성찰하는 개인이라는 주제는 전작과 상통하지만, 좀 더 뚜렷한 장르적 노선을 선택하고 있다는 부분은 주목해볼 만한 지점이다.

은퇴 번복하고 돌아온 노장 액션배우

1952년 북아일랜드 앤트림주 밸리미나 출생인 리암 니슨은 130여편에 이르는 방대한 출연목록을 보유한 배우지만, 연기인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작품은 2편으로 요약된다. 첫 번째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 리스트>(1993)다. 유수 영화제에 남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되고 대중에게 절대적 지지를 얻어냄으로써 배우 인생의 황금기를 맞게 된다.

(주)퍼스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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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작품은 2008년 공개된 액션 스릴러 <테이큰>이다. 미국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많은 부분이 영어대사로 진행되지만 <레옹>의 감독 뤽 베송이 제작하고 촬영감독 출신의 피에르 모렐이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엄밀히 따지면 프랑스 영화였다. 특수요원 브라이언을 연기한 리암 니슨은 프랑스 여행 중 납치당한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를 매력적으로 연기한다. 이 작품은 말 그대로 하드보일드 액션 형태의 새로운 역사를 개척했는데, 이후 복수라는 소재와 자극적인 폭력묘사가 어우러진 액션극의 경향은 하나의 서브 장르로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유사한 분위기의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런 유사작의 상당수가 리암 니슨 스스로가 출연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이와는 별개로 2016년 출연한 한국영화 <인천상륙작전>은 그의 이력에 있어서도, 한국영화사에 있어서도 이채로운 기록이다.

그런 그가 지난 2017년에는 더 이상 액션영화를 찍지 않겠다는 선언을 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당시 예순다섯이라는 나이가 액션을 소화하기에는 너무 늙었기 때문이란 이유였다. 그러나 이듬해 발표한 <커뮤터>부터 <콜드 체이싱>(2019), <어니스트 씨프>(2020)를 거쳐 이번 <마크맨>까지 매년 <테이큰>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작품들은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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