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상속세 10조원 부과는 정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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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별세하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상속인들이 18조원가량의 주식을 상속받기 위해 10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상속세가 과도한 것은 아닌지에 대한 사회적 논쟁이 뜨겁다.

한국의 상속세율이 세계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보다 상속세율이 높은 국가는 일본뿐이고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 많은 국가에는 상속세가 없다. 과세표준의 산정, 공제율 등이 동일하지 않지만, 이재용 부회장과 같이 상속재산이 많은 경우에는 상속재산의 60% 가까이 상속세로 내도록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높은 것이다. 이에 따라 쓰리세븐 등 오너 일가는 상속세 부담으로 주식을 팔아 회사 경영권을 넘기기도 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지난 10월 2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고인의 운구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지난 10월 28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 고인의 운구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한국의 높은 상속세의 이면에는, OECD에서 세 번째로 한계실효세율이 낮은 세금 제도가 있다. 한국은 소득세, 재산세, 양도세 등이 낮고 상속세 공제범위가 높은 편인 대신 부자에 대한 상속세는 높다. 상속세가 없는 스웨덴 등은 다른 세금을 한국보다 많이 부과하기에 상속세가 이중과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나라들은 상속된 자본 이득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기에 실제로 상속에 의해 높은 세금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현행 상속세를 찬성하는 이들은 한국의 역사적 맥락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삼성을 비롯한 많은 대기업은 국가의 지원을 통해 성장했고, 과거에는 기업에 제대로 과세하지 않기도 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고 이건희 회장이 상속받을 때나,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받을 때도 그러했듯, 상속세 납부에 많은 편법이 있었다. 이후 편법이 기본값이 되면서 상속세는 점점 증가했고, 국가의 비호로 성장한 기업으로부터 최소한 상속세는 부과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생겨난 면이 있다. 특히 ‘수저계급론’으로 표상되는 불평이 사회 발전을 막는 상황에서, 상속세를 통한 기회균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에 타당한 면이 있으나, 그럼에도 상속세제의 보완은 필요하다. 국가가 직접 기업을 키우던 30여년 전과 현재의 대한민국은 다르고, 조세도 많이 투명해졌다. 과거 재벌기업이 지원을 받아왔다는 이유로 90년대 이후 투명하게 세금을 내면서 성장한 기업조차 높은 상속세를 내야 한다면 이를 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기업들의 상속 시기가 오게 되면 견실한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고, 개인의 기업활동 의욕마저 꺾일 수 있다. ‘상속세는 부자들만 내는 세금인데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의견도 있지만, 부자라는 이유만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받을 이유가 없고, 부자를 소수의 타자로 보는 사회보다는 개인이 언제든 부자가 될 수 있도록 희망을 주고 독려하는 사회가 더 바람직하다.

우리 헌법 전문에는,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라는 말이 있다. 상속세는 부모의 재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자녀 세대의 기회를 균등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제도임이 분명하지만, 세율이 과다할 경우에는 개인의 능력 발휘에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소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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