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경쟁’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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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는 수시 또는 정시 경쟁을 최종적으로 뚫은 학생이 갑니다. 학생들은 가능한 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각종 학원에 다닙니다. 자격증도 몇 차례 시험을 봐서 일정 수준을 넘어야 받을 수 있습니다. 회사는 다양한 시험을 치러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만이 입사합니다. 국회의원은 (일반적으로) 당내 경선에서 이긴 뒤 지역구 선거에서 1등을 한 후보가 됩니다. 대통령도 국민투표에서 최다 득표자가 당선됩니다. 경쟁은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뤄집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팀 운동처방사 안모씨가 7월 13일 고 최숙현 사건과 관련해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북 경주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팀 운동처방사 안모씨가 7월 13일 고 최숙현 사건과 관련해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북 경주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경쟁은 사람 두 명 또는 집단 두 개 이상이 무언가 한정된 것을 놓고 겨루는 것을 말합니다. 상호배타적 상황 속에서 인위적 결핍상태에서 비롯된 제한된 자원을 얻기 위한 행동입니다. 경쟁을 뜻하는 영어 ‘competition’은 다양한 분야에서 기량을 겨루는 대회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스포츠뿐만 아니라 문학·음악·춤·게임·경연대회 등으로 말이죠.

경쟁의 전제조건은 정정당당함·공정성입니다. 그걸 잃은 채 목표를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건 경쟁이 아니라 투쟁입니다. 우리가 극한 상황을 제외하고, 지향하는 것은 투쟁이 아니라 경쟁입니다. 우리는 숱한 경쟁 속에서 살아갑니다. 경쟁이 실력 향상을 유도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요즘 국내 스포츠계가 (성)폭력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스포츠에서도 (성)폭력은 비난받아야 하고 근절돼야 합니다. 그런데 스포츠계 (성)폭력이 발생할 때마다 스포츠에서 경쟁이 잘못된 것인 양 말하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그들은 “스포츠에서 경쟁은 지양돼야 한다”는 엉뚱한 논리로 자기주장을 합리화하려 합니다.

경쟁이라는 단어 앞에 ‘선의의’가 붙은 ‘선의의 경쟁’은 억지로 만들어진 문구로 잘못된 선입견을 심어줍니다. 경쟁은 옳고 그름 등 가치 판단이 없는 단어인 동시에 정정당당함·공정함을 전제조건으로 포함한 개념입니다. 즉 ‘선의의 경쟁’이라는 말은 ‘경쟁’은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을 깔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의의 경쟁이라는 문구는 스포츠에서의 경쟁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에서 나온 착시적 표현인 셈입니다. 올림픽·월드컵·프리미어리그·미국프로야구·국내 프로스포츠 등 거의 모든 스포츠에서 경쟁이 이뤄집니다. 엄청난 경쟁을 뚫고 정상에 오르면 명예와 부가 주어집니다. 스포츠에서 경쟁이 잘못됐다면 스포츠 이벤트도 모두 없애야 한다는 건가요.

정당한 방법으로 공정한 과정에서 목표를 향해 경쟁하는 것, 이 같은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 우수한 성과를 올리는 것은 칭찬받아야 합니다. (성)폭력·체벌·금품수수·향응제공·압력행사·매수 등을 통해 얻은 성과는 평가절하되는 게 옳고, 궁극적으로 폐기돼야 합니다. 다른 분야도 똑같습니다. 대리시험·문제유출·부정선거가 발생하면 시험 성적과 선거 결과는 인정받기 힘듭니다. 그렇지만 대학입학시험, 입사시험·공무원시험·총선·대선에서 경쟁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가 비판하는 것은 정정당당함과 공정성이 훼손된 경쟁이지 경쟁 자체가 아닙니다. “스포츠에서 경쟁은 지양해야 한다”, “선의의 경쟁이 필요하다”는 말, 더 이상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김세훈 스포츠산업팀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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