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스포츠 지도자를 더 좋은 지도자로, 더 많은 역량을 가진 인재로, 기술 전수자가 아닌 진정한 교육자로 성장시키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일본체육대가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NCDA(NSSU Coach Developer Academy)입니다. 이곳에는 2015년부터 전 세계 다양한 종목의 지도자와 스포츠 연구자가 공부하기 위해 다녀갔습니다.

전 세계 스포츠 지도자들이 2019년 일본체육대학이 개최한 NCDA(NSSU Coach Developer Academy)를 수료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NCDA 홈페이지
스포츠 선진국에는 지도자 협회가 많습니다. 미국에는 American Coaching Association이 있습니다. 영국에는 Sports Coach UK, 캐나다에는 The Canadian Assoiciation of Coaches, 호주에는 National Coaching Council 등도 있습니다. 이들은 지도자의 존재감을 높이고 권리를 지키는 동시에 지도자를 끊임없이 교육합니다. 명장 아래 졸병은 없습니다. 지도자가 훌륭할수록 선수도 훌륭하게 마련입니다. 지도자를 위한 지도자, 코치 디벨로퍼(Coach Developer)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한국 체육계에서는 고 최숙현 사태를 계기로 스포츠계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양한 대안들이 백가쟁명식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많은 것들이 일벌백계식 징계에 맞춰져 있습니다. 물론 징계 수위를 높이는 것도 (성)폭력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사후 처벌보다 중요한 건 사전 교육을 통한 예방입니다.
한국에도 물론 지도자 교육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관련 종목 협회 또는 연맹이 하는 교육입니다. 나름대로 좋은 내용이라고 하지만 축구 등 일부 종목을 제외하고는 교육 수준과 진정성, 교육 참여 태도가 많이 부족합니다. 이마저 대부분 형식적인 보수 교육에 그칩니다. 보수 교육을 철저하게 받지 않거나 교육 성과가 미진할 경우, 지도자 자격을 빼앗는 조치도 거의 없습니다. 한 번 지도자 자격증을 따면 엄청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평생 지도자를 하는 식입니다. 한국 스포츠 지도자 교육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이고 지도자 역량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에는 지도자 협의체도 별로 없습니다. 지난 6월 출범한 한국체육지도자연맹(KSCF) 등 소수에 불과합니다. 몇몇 단체들은 선진 교육을 통한 역량 강화보다는 권리 확보를 위한 이익단체, 친교 모임에 머뭅니다. 지도자 교육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구 또는 부서가 따로 없는 경기 협회 또는 연맹이 태반입니다.
한국에서 계속 발생하는 지도자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대로 된 지도자 교육이 이뤄져야 합니다. 지도자를 기술 전수자를 뛰어넘어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인성, 지성까지 겸비한 교육자로 키워내야 합니다. 지도자들이 실무적으로, 인격적으로, 사회적으로 발전할 때만이 스포츠계가 투명해지고 건전해질 수 있습니다. 지덕체를 겸비한 선수가 많아지는 건 물론이고요. 지도자 역량이 정확하게 평가받고 엄격한 교육을 통해 더욱 강화될 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지도자 이력이 철저하게 관리되고 공개될 때 (성)폭력은 사라질 수 있습니다. 강력한 처벌보다 더 강력한 교육이 더 확실하고 더 바람직한 예방책입니다.
<김세훈 스포츠산업팀 기자 sh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