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좋은 나라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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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일본했네.” 6월 중순, ‘머리가 좋은 나라 일본’이라는 제목의 영상 캡처물을 본 누리꾼 반응이다. 노래 공연 영상이다. 영상은 ‘청색 신호등’·‘옛날 수세미’·‘샤프펜시루(pencil)’·‘신칸센’·‘디지털카메라’ 등을 이 나라, 즉 일본이 생각해냈다며 ‘머리가 좋은 나라’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들고 있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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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일본했다”는 말엔 최근 일본의 한 방송이 내놓은 ‘일본 사람들이 코로나19에 잘 걸리지 않는 이유’라는 설명 영상이 겹쳐 보인다. 발음이 강해 침이 튈 수밖에 없는 영어에 비해 조곤조곤 발언하는 일본의 언어 습관상 비말이 덜 발산돼 전염이 덜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예로 든 것이 ‘이것은 펜입니다’라고 영어와 일어로 발음했을 때 입에서 나오는 바람을 측정하는 영상. 시연자가 영어 문장은 일부러 강한 악센트로 말하니 침이 튈 수밖에 없다.

그나저나 신칸센이나 수세미는 그렇다 치더라도 청색 신호등·샤프펜슬·디지털카메라(디카)는 일본이 발명한 것이 맞을까. 하나씩 짚어보자. 샤프펜슬은 앞서 신칸센처럼 고유명사다. 1915년 샤프전자의 창업자가 고안해낸 필기구다. 디지털카메라의 기원은 무엇을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필름 없이 디지털 이미지 센서를 장착한 카메라 정도로 해석하면 최초 발명은 미국 코닥사에서 한 게 맞다. 영상에서는 일본회사가 양산에 처음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청색 신호등? 이건 원래 가사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청색 다이오드다. 나카무라 슈지 등 3명의 일본 과학자가 1994년 발명했다. 이들은 이 공로로 201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비전문적인 자막 번역이 불러일으킨 오해다.

원곡은 2008년 일본 방송 퀴즈프로그램에서 실수를 연발, 각각 ‘바보 삼총사’쯤으로 불린 남녀 출연진들이 만든 프로젝트 그룹 <해는 다시 떠오른다>라는 노래다(사진·실제 여성팀 이름 ‘pabo’는 한국어 ‘바보’에서 따온 것이다). 최근 어느 유튜버가 이 일본판 ‘국뽕’ 노래를 놀림감으로 소환한 모양이지만 12년 전 곡이다. 맥락이 다르다. 노래가 나온 당시 차트에서도 꽤 인기를 끌었던 모양인데, 과거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발표된 노래 콘셉트 정도를 떠올리면 되겠다. 진지하면 지는 게임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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