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생각해봅시다. 계엄군이 왜 가만히 있는 시민을 사이코패스처럼 두들겨 패서 사망하게 했겠습니까. 말이 안 되잖아?”

유튜브 캡처
극우 성향 유튜버 배인규씨(30)가 지난 5월 19일에 올린 영상과 함께 내놓은 주장이다. 그는 지난 3월 자신이 올린 5·18민주화운동 관련 영상에서 시민군의 공격으로 숨진 경찰이 5·18 당시 발생한 최초 사망자라고 주장했다. 가짜뉴스 팩트체크 유튜버 헬마우스팀이 “5·18 첫 사망자는 경찰이 아니라 청각장애인 시민 김경철씨(24)”라고 반박하자 내놓은 답변이다.
그러면 배씨는 김경철씨가 어떻게 죽었다고 하는 걸까. 그는 “김씨의 검시보고서에는 계엄군에게 맞아죽었다는 내용이 없다”며 얼마 전 공개된 미 중앙정보국(CIA) 비밀문서에 김씨의 사망 원인이 적혀 있다고 주장한다. 그가 제시하는 CIA 문서의 대목은 ‘온건파 시민위원회는 주도권을 상실했으며, 극렬분자들이 주도권을 잡은 것으로 판단. 인민재판이 열리고 있으며 몇몇이 처형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김씨가 사망한 것이 계엄군의 구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시민군들이 인민재판을 열어 죽이고 계엄군의 소행으로 둘러댔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엉터리 주장이다. CIA 문서의 바로 뒷부분엔 ‘당시 계엄사 측이 그렇게 주장하고 있는데,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게다가 문건이 묘사하는 상황은 10여 일간의 항쟁 기간 거의 막바지에 이르러 ‘도청사수’를 주장하는 강경파와 협상을 주장하는 온건파의 대립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논쟁은 있었지만 인민재판 같은 것은 없었고, 처형당한 사람도 없었다. 진압을 정당화하려는 계엄군 측의 흑색선전이다. 김경철씨는 1980년 5월 18일 계엄군의 구타로 이튿날 새벽 3시쯤 사망했다. 배씨의 주장은 사자명예훼손에 해당한다.
“TV를 보니 하나 죽었는데 김항렬이라고 병원에 있다고 나와요. 적십자병원에 와서 확인하라고 연락이 왔는데 우리 ‘애기’와 이름이 달라서 아닌 갑다 했는데….” 지난 5월 27일 통화한 김씨의 어머니 임금단씨(89)의 말이다. 임씨는 40년 전 가슴에 묻은 아들을 아직도 ‘우리 애기’로 부르고 있었다. 40년이 지났지만 남은 사람들의 고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