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사망 항의시위 틈타 약탈로 체포’ 권씨의 정체는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논란이 시작된 것은 6월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경찰국이 폭동·약탈 행위로 체포된 혐의자 명단을 발표하면서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대한 항의시위가 미국 전역으로 번지면서 약탈과 방화도 일어났다. 경찰이 발표한 건 그 전주 주말, 워싱턴 시내 상점가에서 연행한 18명의 명단. 그중 유독 한 이름이 한국 누리꾼의 시선을 끌었다. 명단에 적힌 인적 사항은 다음과 같다. ‘권재혁, 22세, 메릴랜드 볼티모어 출신, 중범죄 약탈 혐의로 기소.’

권씨가 누군지를 놓고서는 설왕설래가 이어진다. 워싱턴에 거주한다는 한 미국인은 워싱턴 경찰국 트위터 게시명단에 단 답글에서 권씨가 “볼티모어 예술학교에 다니는 한국 출신 유학생이다.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누리꾼이 권씨로 추정하는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보면 권씨가 스스럼없이 히스패닉·흑인 친구들과 어울리는 사진이 올라와 있다. 진실은 뭘까.

연행자 명단 속 한국 이름이 논란이 되자 워싱턴 총영사국은 “권씨는 미국 시민권자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미국인의 주장처럼 유학생이고, 만약 약탈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는데도 소통의 어려움 등으로 억울하게 잡혀 있다면?

“그렇지 않아도 문의가 많아 주미대사관 측에서 확인했습니다. 미국 시민권자가 틀림없다고 합니다.” 외교부 해외안전지킴센터 관계자의 말이다. 보통 확인이 안 되면 ‘미국 시민권자로 추정된다’라고 발표하지만, 이 경우는 형사파트 담당자가 현지 경찰 쪽에 신병 문의를 해본 결과 시민권자로 최종 확인되었다는 것.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물론 어떤 경우든 억울한 일을 당하는 케이스는 없어야겠지만, 시민권자로 확인되는 경우 우리가 조력할 수 있는 범위가 한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권씨가 예술대 재학 유학생이라고 주장하는 미국인에게도 관련 문의를 했지만, 6월 4일 현재까지 답변은 오지 않았다.

6월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경찰국이 트위터에 공개수배한 약탈·절도 혐의수배자들 / 트위터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언더그라운드 넷바로가기

이미지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오늘을 생각한다
아동학대, 나아진 게 없다
지난 6월 10일 경기 수원시청 앞에서 수원시 장안구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벌어진 집단 아동학대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비슷한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해자들의 범죄행위에 치를 떨면서, 피해 아동 보호자들이 지친 마음과 몸을 이끌고 기자회견을 하게 만드는 망가진 시스템에 분노한다. 만 2세 반 어린이 13명에게 2명의 교사가 상습 폭력을 가했다. 경찰이 확보한 35일 치 CCTV에서 350건의 학대 행위가 발견됐고, 가해 교사 2명과 원장이 상습 아동학대와 방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피해 가족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원장은 아무런 행정 처분 없이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고, 가해 교사 2명은 자진 사직했기에 자격정지 등 처분을 받았는지 알 수 없다. 수원시는 할 수 있는 행정 조치는 다 했다며, 재판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해 가족들은 수원시 행태가 마치 2차 가해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아동들은 여전히 불안과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자다가 몇 번씩 잠에서 깨는 한 어린이는 “꿀향기반 선생님들이 자기를 데리러 올까봐 무섭다”고 했다. 다른 어린이는 작은 소리에도 몸을 움찔하고,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다. 지난 1월 CCTV 영상을 확인하고 경찰 신고, 언론 보도가 이어졌지만 5개월 동안 가족들의 삶은 하루도 편하지 않았다. 만 2세 어린 아기들을 밀치고,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끌어당기고, 냅다 던져버리는 영상을 보며 엄마·아빠들의 마음은 지옥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