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화제 모은 알약 디자인 아이디어 낸 한국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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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나쁘지 않은데?” 5월 하순, 인터넷에 올라온 디자인을 본 누리꾼 품평이다. 올해 2월 아시아에 이어 지난 5월 초 이탈리아에서 열린 ‘2020 A´ 디자인 어워드’에서 ‘올해의 디자인’ 상을 받은 한 한국인이 낸 알약 디자인이 화제다. 천편일률적인 동그란 모양에서 탈피해 신체 장기를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심장병약은 하트 모양으로, 간질환약은 기호화한 간 모양으로 만드는 식이다. 출품자는 이 디자인에 ‘피모지’라는 이름을 붙였다. ‘약(pills)’과 ‘이모지(emoji·스마트폰용 그림문자)’의 합성어다. 영문으로 된 출품서를 보면 “시각장애인들, 특히 노인들이 직관적으로 자신이 복용하는 약의 효능을 알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라고 되어 있다. 특히 노인은 복용하는 약이 여럿인 경우가 많은데, 약별 효능을 혼동하거나 까먹어서 오남용하는 사고가 잦다는 데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최종훈 제공

최종훈 제공

누리꾼들의 반응이 모두 호의적인 것은 아니다. “제약 회사가 모두 바보라서 동그랗게 만든 것은 아니다. 약이 저런 형태가 되면 병 안에서 서로 부딪혀 마찰로 뾰쪽한 부분이 떨어져 나가 약 용량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즉 파손을 줄이기 위해 약을 동그랗게 만들었다는 것. 이런 지적에 대해선 “PTP 포장으로 하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반론이 나온다. PTP 포장이란 플라스틱 시트를 열로 성형한 뒤 밑을 얇은 알루미늄 판박지로 붙인 포장형태를 말한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감기약 등의 포장을 떠올리면 되겠다. 이런 궁금증도 있다. “각 장기 모양을 심볼화해 약을 만든다면 발기부전치료제는 어떤 모양으로?” 그건 제작자에게 물어보자.

해당 디자인을 한 최종훈씨(24)와 연락이 닿았다. 놀랍게도 아직 학생이다. 협성대 산업디자인학과 4학년. 15학번이다. ‘디자인만 염두에 두고 실용성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20년 전쯤에 지금 쓰고 있는 스마트폰 기능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듯 현재는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튼 누리꾼이 궁금해하는 대목, 비아그라와 같은 발기부전치료제는 역시 남성 성기 모양? “수요층을 생각한다면 그쪽으로 가도 괜찮을 듯싶은데요?” 수상 후 연락 온 제약업체가 현재까진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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