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국영 <風繼續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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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의 팬질 “장국영이 밥 먹여주네!”

風繼續吹 不忍遠離
바람은 계속 불어오고, 나는 당신을 떠날 수 없어
心裡亦有淚不願流淚望著?
마음속엔 눈물이 가득하지만,
눈물을 흘리며 당신을 바라보고 싶지는 않아

(중략)

已在我心
당신은 이미 내 마음속에 있으니
不必再問記著誰
누구를 기억할 것인지 묻지 않아도 돼
留住眼內每滴淚
눈에 맺힌 눈물을 붙들어 보지만
?何仍斷續流默默垂
왜 자꾸 소리 없이 흘러내리는 걸까

[내 인생의 노래]장국영 <風繼續吹>

“장국영이 밥 먹여준다든.”

이 말은 열세 살이 되던 해부터 지금까지 장국영의 팬으로 살아오면서 부모님께 가장 자주 들었던 말 중 하나다. 자매품으로 “장국영이 도대체 뭐라고…”와 “그런다고 장국영이 널 알아나 줄 것 같니”가 있다. 부모님이 그런 말씀을 하실 때마다 속으로 ‘장국영이 밥 먹여줄 수도 있지, 왜?’라고 되받아치곤 했다. 육성으로 낼 정도로 대범한 아이는 아니었다.

사춘기와 함께 시작된 ‘장국영 덕질’. 그것에 너무나도 몰입한 나머지, 나는 순식간에 어른들이 자나 깨나 걱정하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쉬운 말로 ‘쟤가 도대체 뭐가 되려고 저러나’ 싶은 조용한 문제아였다. 당시는 장국영을 만나는 것이 일생일대의 목표였던 시절이라, 나는 홍콩에 가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때, 당시 몸담고 있던 팬클럽에서 홍콩으로 단체여행을 갈 테니 원하는 사람은 신청하라는 연락이 왔다. 두말할 필요 없이 너무나도 가고 싶었지만, 장국영도 밥 먹여주느냐며 질색하는 부모님에게 어떻게 홍콩에 보내달라는 말을 하겠는가.

결국 몇날 며칠 고민만 하다가 말 한마디 못 꺼내보고 속으로 꾹꾹 눌러 담았다. 그리곤 꼭 화풀이라도 하듯 같은 노래만 반복해서 들었다.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질 수 없는 마음을 노래한 곡이지만, 그 절절함이 어쩐지 홍콩에 갈 수 없는 내 마음처럼 여겨지는 노래였다. 영화 <종횡사해>의 주제가이기도 했던 <風繼續吹(바람아 계속 불어라)>였다.

시간은 참 많은 것을 바꿔놓는다. 세월이 흐르고 나니, 화풀이하듯 듣던 이 노래를 들으면 그 시절이 아련하게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그토록 타박받았던 시간을 부러워하는 이들도 종종 만나곤 한다. 본인들도 그렇게 무엇 하나에 열심히 몰두했던 학창시절을 가지고 싶다며. 생각지 못한 호사다.

세월이 가져다준 또 하나의 호사는 그렇게 오랜 기간 장국영을 좋아하며 쌓아온 시간을 글로 풀어내게 되었다는 것이다. 매주 한 편의 글을 연재하고 있는데, 그중에는 장국영에게 시집가는 것이 장래희망이었다는 흑역사에 가까운 이야기도 있고, 그와 직접 만나서 인터뷰를 했던 가슴 설레는 일화도 있다.

최근에는 다른 장국영의 팬들을 인터뷰한 후, 그들의 장국영에 대한 글도 쓰기 시작했다. 이곳저곳에 숨어 있는 장국영의 팬들을 찾아서 만나고 있는데, 모두 엄청난 ‘덕력’의 소유자이다. ‘카페 레슬리(장국영의 영어 이름)’라는 이름으로 장국영 테마파크와도 같은 카페를 차린 팬, ‘장국영 라면’이라 이름 붙인 홍콩식 토마토 라면을 만들어 파는 팬도 있다. 장국영의 히트곡을 클래식으로 재해석한 한 팝스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도 알고 보니 열혈팬이었고, 장국영으로 인해 중국경제 박사과정을 밟게 되었다는 팬도 만났다.

어쩌다 보니, 나는 어린시절에 마치 내 주제가처럼 들었던 “장국영이 밥 먹여주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버린 셈이다.

‘네. 엄마! 가끔은 팬질이 밥을 먹여주기도 하더라고요.’

<장지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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